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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갈채 뒤의 암전 위기… 고양아람누리 '노후 조명'에 멈춰선 문화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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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갈채 뒤의 암전 위기… 고양아람누리 '노후 조명'에 멈춰선 문화도시

고양시의회 문복위-문화재단 긴급 간담회
20년 된 조명 디머 시스템 교체 ‘예산 사투’
문화복지위원회 간담회(고양문화재단). 사진=고양시의회이미지 확대보기
문화복지위원회 간담회(고양문화재단). 사진=고양시의회
화려한 조명 아래 국내외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서는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하지만 무대 뒤편의 현실은 위태롭다. 공연의 생명이라 불리는 조명 컨트롤 시스템이 노후화돼 자칫 공연 도중 '블랙아웃'이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6일 고양특례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위원장 김미수)는 지난 달 24일 고양문화재단과 현장 간담회를 갖고 아람미술관과 아람극장 등 주요 문화시설의 운영 실태를 긴급 점검했다. 이번 점검은 겉으로 보이는 공연 성과보다는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시설 노후화 문제를 정조준했다.

간담회에서 남현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가 강력하게 건의한 핵심 사안은 '아람극장 조명 디머(Dimmer) 시스템'의 전면 교체다. 디머는 무대 조명의 밝기를 미세하게 조절하는 핵심 장치로, 고장 시 공연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아람누리는 개관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흐르며 부품 단종과 시스템 과부하 문제에 직면해 있다.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안정적인 공연 환경 조성은커녕 관람객 안전마저 위협받는 수준"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문화예술계 전문가는 "조명 시스템의 노후화는 단순히 빛이 흐려지는 문제가 아니라 전기 화재나 시스템 다운으로 이어지는 중대 결함"이라며 "고양시가 '글로벌 문화도시'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기초 인프라 예산에 인색하다면 대관 기피 현상 등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재단의 건의사항에 대해 타당성과 시급성을 인정하면서도, 고양시의 팍팍한 재정 여건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단순한 시설 보수를 넘어 장기적인 유지보수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김미수 위원장은 “현장의 비명에 가까운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행정의 직무유기”라며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위원회 차원에서 실질적인 예산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강조했다.

고양시는 CJ라이브시티 등 거대 하드웨어를 유치하며 문화 산업의 메카를 꿈꿔왔다. 그러나 정작 시의 문화 자산인 고양아람누리의 내부는 노후화로 신음하고 있다. 무대 조명 디머 시스템 교체 건의는 단순한 장비 업그레이드 요청이 아니라, 공연장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절박한 구조 신호다.

문제는 예산의 우선순위다. 눈에 띄는 대형 축제나 행사에는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보이지 않는 기계실과 전기실의 노후 장비 교체는 늘 후순위로 밀리기 일쑤다. 하지만 무대 위 사고는 단 한 번으로도 도시의 신인도에 치명타를 입힌다.

시의회와 재단이 머리를 맞댄 이번 간담회가 '검토' 수준에서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고양시가 진정한 문화 특례시로 거듭나려면 화려한 무대 앞모습뿐만 아니라, 그 무대를 지탱하는 낡은 전선과 시스템을 교체하는 '기초 체력' 강화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안전은 타협의 대상이 아닌, 문화 행정의 가장 기본값이기 때문이다.

강영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v40387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