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48조 vs 부채 174조… 16년 만에 적자 전환
이미지 확대보기한국 주택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09년 통합 출범 이후 처음으로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동시에 기록했다. 자산은 248조 원으로 불어났지만 부채가 174조 원에 이르면서 택지 분양 수익으로 임대주택 적자를 메우던 기존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2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 공시에 따르면 LH의 2025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13조557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404억 원 흑자에서 6413억 원 적자로, 당기순이익은 7608억 원에서 918억 원 손실로 전환됐다.
총자산은 248조9012억 원으로 1년 새 15조 원 증가했지만, 부채는 173조6567억 원으로 전년 대비 8.4% 늘었다. 2009년 통합 이후 영업손실과 순손실 발생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 주거복지 vs 공기업 수익성… 지자체·건설사 연쇄 타격
임대손실은 2022년 1조9000억 원에서 매년 증가해 2025년 2조7000억 원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공공분양보다 임대주택 확대에 무게를 두면서 이 같은 손실은 계속 누적되고 있다.
과거에는 택지·주택 분양 수익으로 임대사업 적자를 보전했지만, 건설경기 침체로 이 모델이 작동하지 않게 됐다. 토지 매출액은 2022년 12조 원에서 2025년 7조3000억 원으로 급감했다.
LH의 재무 악화는 지방 도시개발과 건설산업 전반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건설경기 둔화로 토지 매수자의 연체와 계약 해지가 급증하면서 신도시 조성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연체 규모는 2022년 3조9000억 원에서 2023~2024년 6조 원대로 확대됐고, 해약은 2022년 4000억 원에서 2024~2025년 6조2000억 원으로 15배 급증했다는 지적이다.
전세사기 피해 매입·미분양으로 부담 가중...공사채 발행 한도 20조 확대
LH는 본래 업무 외에 정부 정책 사업까지 떠안으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3기 신도시 조성,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미분양 주택 매입 등 추가 부담이 겹쳤다.
올해는 5만20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 착공을 추진하며, 이를 위해 공기업 최대 규모인 17조9000억 원의 공사·용역 발주를 계획하고 있다. 수익 기반은 약화되는데 정책 사업은 확대되면서 재무건전성 악화가 구조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LH 관계자는 "임대주택 사업 손실은 누적되는 반면 이를 보전할 토지·주택 분양이익은 공사비 상승 등으로 감소했다"면서 "사업관리 강화와 원가 절감을 통해 재무 개선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LH는 채권 발행 한도를 역대 최대인 20조 원까지 확대했다. 직전보다 5조 원 늘어난 규모다.
부채는 2022년 146조6172억 원에서 2025년 173조6567억 원으로 3년 새 27조 원 증가했다. 이는 예상치보다 약 3조6500억 원 많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공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다시 공사채를 발행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근본적인 재원 조달 방안 없이 정책 사업만 확대될 경우 재무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LH의 재무 문제는 단순한 경영 실패가 아니라 공공임대 확대라는 정부 정책과 공기업 재무건전성 사이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됐다. 국민 주거복지를 위해 임대주택을 늘려야 하지만, 그 비용을 LH 단독으로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재정 지원 없이 LH가 자체 수익으로 정책 손실을 계속 보전하는 구조가 유지될 경우, 재무 악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택지 분양으로 임대 적자를 메우던 모델이 붕괴된 지금, 새로운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040sys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