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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공천’ 꼬리표 뗀 남양주갑… ‘밀실’ 깨고 ‘민심’ 택한 경기도당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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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공천’ 꼬리표 뗀 남양주갑… ‘밀실’ 깨고 ‘민심’ 택한 경기도당의 승부수

1,700명 당심(黨心)에 무릎 꿇은 '밀실 공천'… 정당 민주주의의 승리인가, 고육지책인가
수도권 지방선거 향배 가를 분수령, “사천(私薦) 의혹 낙인 찍히면 필패” 위기감 작동
국민의힘 남양주갑 기초의원들. 사진=국민의힘 경기도당이미지 확대보기
국민의힘 남양주갑 기초의원들. 사진=국민의힘 경기도당
정치권에서 공천은 흔히 ‘생사(生死)의 문’으로 비유된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힘 남양주갑 기초의원 공천 과정에서 벌어진 소동은 ‘공천’보다는 ‘배달’에 가까웠다는 비판이 지배적이었다. 예비후보 등록조차 하지 않은 이들이 공천권을 거머쥐고, 지역을 지켜온 청년과 여성 인재들이 소리소위 없이 숙청되는 기현상에 지역 정가는 분노했다.

결국 국민의힘 경기도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재심 후 경선 실시’라는 전격적인 결단을 내리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는 단순한 결정 번복을 넘어, ‘사천(私薦)’이라는 오명을 벗고 정면 돌파를 선택한 중앙당과 도당의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핵심은 ‘상식의 부재’였다. 남양주 가·나 선거구 공천 과정에서 당일까지 후보 등록도 안 한 3명이 공천 번호를 부여받았고, 뒤늦게 확인된 이들의 전과 이력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반면, 30대 청년 정치인과 현역 여성 시의원 등 지역 기반이 탄탄했던 후보 7명은 뚜렷한 이유 없이 배제됐다.

현장의 분위기는 험악했다. 지역구 관계자는 “당원들 사이에서는 ‘서울 특정 인사와의 교감설’까지 돌며 이른바 ‘도둑 공천’이라는 표현이 공공연하게 회자됐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근간인 조직 자체가 붕괴될 위기였다”고 귀띔했다.
분노한 민심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1,700여 명의 당원과 시민이 참여한 ‘경선 요청 탄원서’는 경기도당을 압박하는 가장 강력한 캐스팅 보트가 됐다. 정치적 정당성을 상실한 공천을 고집하다가는 남양주 전체 선거판을 망칠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이 경기도당 공관위의 ‘유턴’을 이끌어낸 셈이다.

이번 재심 결정은 여권 내부의 수싸움 측면에서도 의미심장하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강조해온 ‘시스템 공천’이 지역 정가의 사천 논란으로 퇴색될 경우, 수도권 선거 전체 프레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정계의 한 노련한 분석가는 “경기도당 입장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였을 것”이라며 “논란이 된 후보들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경선이라는 링 위로 올림으로써, 탈락자들에게는 승복의 명분을 주고 당선자에게는 강력한 대표성을 부여하는 전략적 회군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제됐던 예비후보들은 일단 "공정한 기회를 되찾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들은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원팀' 서약을 통해 내홍 수습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며, 공을 다시 당원과 시민의 선택으로 넘겼다.

남양주갑의 이번 사례는 향후 지방선거 공천의 ‘가이드라인’이 될 전망이다. 밀실에서 이뤄지는 일방향적 공천은 더 이상 지역 당원들의 집단지성을 이길 수 없다는 전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결국 승부처는 본선이다.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들이 ‘도둑 공천’ 논란으로 갈라진 지역 민심을 얼마나 빠르게 결집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만약 이번 경선 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경쟁력 있는 후보가 선출된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꾼 ‘반전의 드라마’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경선 후유증으로 인한 조직 이탈이 가시화될 경우, 경기도당의 이번 결단은 ‘지연된 패배’를 초래한 악수가 될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하나다. 남양주갑의 1,700명 시민은 “정치의 주인은 공천권자가 아니라 유권자”라는 해묵은 진리를 정치권에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이제 남은 것은 민심의 파고를 넘은 후보들이 본선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강영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v40387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