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이란, 미·이란 합의 전 14개항 초안 공개…호르무즈 개방 뒤 핵협상

글로벌이코노믹

이란, 미·이란 합의 전 14개항 초안 공개…호르무즈 개방 뒤 핵협상

호르무즈 해상 제한 해제 후 핵·제재 해제 협상 추진
미군 철수·3000억달러 재건기금 주장…최종안과 차이 가능성
미국과 이란 국기를 합성한 이미지 사진=로이터 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이란 국기를 합성한 이미지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문 체결을 앞두고 이란 측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후속 핵·제재 해제 협상 등을 담은 14개 항목의 초안 내용을 먼저 공개했다.

이란 반관영 메르통신 영문판은 14일(현지시각) 이란 협상팀 수석대표의 전략 고문인 모하마디가 오디오 파일을 통해 미국과 체결할 예정인 양해각서(MOU) 초안 내용을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는 이름이 '모하마디'로만 적혔지만 정황상 이란 측 협상 수석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의 전략 고문 메흐디 모하마디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설명은 미국과 이란의 합의 체결 계획이 알려지기 몇 시간 전에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 확정된 합의문이 아니라 체결 전 초안을 바탕으로 한 이란 측 설명으로 봐야 하며 향후 미국 측 해석과 엇갈릴 가능성도 있다.

메르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디는 14개 항목으로 구성된 합의문 초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초안 1항에 이란과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현재의 전쟁을 중단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이후 상대측은 새로운 전쟁이나 군사작전을 시작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하며 미국이 자국은 물론 이스라엘을 대신해 이런 약속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모하마디는 이를 이번 초안의 핵심 성과로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합의에 서명하더라도 이스라엘은 별도로 행동의 자유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존 전략이었다며 이번 문서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합의가 서명되면 상대측은 즉시 전쟁을 종식할 의무를 지게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존 운영 체계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하마디는 이란과 오만이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서 안전, 항행, 보안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징수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결정 권한은 전적으로 이란과 오만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체계가 이미 시행 중이며 앞으로 어떤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상 봉쇄 해제도 초안의 주요 내용으로 제시됐다. 모하마디는 합의 서명과 동시에 해상 제한 조치 해제와 이란 해운에 대한 간섭 방지 조치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30일 안에 봉쇄 이전 수준으로 해운 활동이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상대측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란도 합의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이란은 다음 단계 협상으로 나아가지 않을 것이며 해협 봉쇄가 계속되고 필요하면 전쟁에 돌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란 측은 3000억달러 규모의 개발 및 재건 기금도 초안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모하마디는 문서에 '보상'이 아니라 '재건'이라는 표현이 쓰였지만 이는 전쟁 중 이란이 입은 피해를 복구하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제재 해제 문제도 주요 성과로 거론됐다. 모하마디는 최종 합의가 이뤄질 경우 미국이 2차 제재뿐 아니라 1차 제재까지 해제하기로 약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5년 핵 합의를 포함한 기존 합의와 달리 이번 초안에는 모든 제재의 해제가 논의 대상으로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포괄적인 제재 완화가 즉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모하마디는 2단계 협상에 도달하기 전까지 전면적인 제재 완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실제 이행은 핵 문제에 관한 최종 합의 도달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핵 협상 범위에 대해서는 상대측 요구가 현재로서는 고농축 핵물질 문제에 한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모하마디는 이란 핵 활동의 다른 측면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양측이 최종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이란의 의무는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과 60% 농축 우라늄 비축 문제를 테헤란이 제안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데 국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핵물질 '희석' 방안도 언급했다. 핵물질이 희석되더라도 이란 국내에 남게 되며 필요할 경우 짧은 시간 안에 다시 높은 농축 수준으로 복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모하마디는 이번 MOU에 따라 이란이 즉시 취해야 할 핵 관련 조치는 없다고도 말했다. 우선 상대측이 봉쇄를 풀고 동결 자산을 해제하며 석유 제재를 유예하고 레바논에서의 전쟁을 끝내는지 지켜본 뒤 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동결 자산 해제 문제는 아직 최종안 반영 여부가 불확실한 사안으로 언급됐다. 모하마디는 이란 측이 동결 자산의 절반을 합의 이행 초기 단계에서 해제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미국 측 약속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해당 내용이 설명 시점 기준으로 최종 문안에 포함될지 확정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미군 철수 문제도 초안에 담긴 내용으로 제시됐다. 모하마디는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이 30일 안에 이란 주변 지역에서 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 인근에서 자국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약속을 서면으로 작성하고 서명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모하마디의 설명에는 없었지만 이란이 앞서 주장한 초안에는 그간 이스라엘이 중대 문제로 간주해온 이란의 미사일과 대리세력 문제가 협상 의제에서 배제된다는 내용도 담겼다. 모하마디는 문서에 다른 핵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문장이 있더라도 양측이 동의할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상대측이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려면 논의에 앞서 이란의 동의를 먼저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초안에는 핵 문제를 비롯한 최종 합의가 체결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행을 뒷받침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체결 전 초안에 대한 이란 측 설명으로 실제 19일 체결될 합의문 최종안과는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종전 범위와 제재 해제 수준, 동결 자산 해제, 미군 철수, 핵 협상 범위 등 핵심 조항은 최종 문안에서 달라질 수 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