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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자 의원 “노란봉투법 재검토”…CJ대한통운 판결로 원청 사용자성 공방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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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자 의원 “노란봉투법 재검토”…CJ대한통운 판결로 원청 사용자성 공방 재점화

대법원, 2020년 교섭 거부에 구 노동조합법 적용
현행법은 3월부터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권’ 명문화
시행 100일 원청 439곳에 교섭 요구…본교섭은 10곳
입법 근거 흔들렸나, 구법과 신법의 기준 달라졌나
CJ대한통운 택배 서브터미널의 분류 작업 현장. 대법원의 CJ대한통운 판결 이후 원청 사용자 범위와 노란봉투법의 적용 기준을 둘러싼 공방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사진=CJ뉴스룸 미디어 라이브러리이미지 확대보기
CJ대한통운 택배 서브터미널의 분류 작업 현장. 대법원의 CJ대한통운 판결 이후 원청 사용자 범위와 노란봉투법의 적용 기준을 둘러싼 공방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사진=CJ뉴스룸 미디어 라이브러리
대법원이 CJ대한통운과 집배점 택배기사 사이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 하급심 판결을 뒤집으면서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정치권과 노사 간 공방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 개정의 근거로 활용된 하급심 법리가 대법원에서 부정됐다며 폐지 또는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이 개정법 시행 전 사건에 구 노동조합법을 적용한 결과여서 현행법의 효력과는 별개라고 맞서고 있다.

판결이 뒤집은 범위와 지난 3월 시행된 현행법을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 CJ대한통운 하급심 판결 뒤집어


대법원 3부는 지난 9일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전국택배노조가 2020년 CJ대한통운에 배송상품 인수·인도시간 단축, 서브터미널 작업환경 개선, 주 5일제 시행, 수수료 체계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택배기사 대부분은 CJ대한통운이 아니라 각 지역 집배점과 위수탁계약을 맺고 있었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과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다며 교섭을 거부했다.

중앙노동위원회와 1·2심은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할 수 있다며 교섭 의무를 인정했다. 직접 고용관계가 없더라도 근로조건을 사실상 결정하는 원청을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달리 봤다. 교섭 거부가 발생한 2020년에는 개정 전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며, 구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는 노동자와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맺은 자라고 판단했다.

CJ대한통운과 집배점 택배기사 사이에는 이러한 근로계약 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구법상 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이다.

대법원은 지난 5월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사건에서 제시한 전원합의체 법리를 이번 사건에도 적용했다.

대법원이 판단한 법과 현재 시행 중인 법은 다르다


대법원 판결로 CJ대한통운 사건의 하급심 판단은 뒤집혔다. 구법을 해석해 직접 고용관계가 없는 원청까지 사용자로 인정한 하급심 법리는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현행 노란봉투법을 무효화하거나 효력을 정지시킨 것은 아니다.

2025년 9월 9일 공포돼 올해 3월 10일부터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제2조는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해당 범위의 사용자로 본다고 명시했다.

대법원이 구법 해석만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용자 기준을 국회가 법률 조문에 직접 넣은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2020년 교섭 거부에 적용되는 구법을 판단했으며, 개정법의 위헌 여부나 현행법에 따른 CJ대한통운의 교섭 의무를 직접 다루지 않았다.

판결의 직접적인 의미는 현행법 자체가 사라졌다는 데 있지 않다. 노란봉투법 입법 과정에서 주요 근거로 제시됐던 CJ대한통운 하급심 판결의 법적 지위가 흔들렸다는 데 가깝다.

반대로 입법부가 대법원의 구법 해석과 다른 기준을 법률로 명문화한 만큼, 개정법 시행 이후 사건은 새 조문에 따라 다시 판단해야 한다.

현행법의 실제 적용 범위는 앞으로 노동위원회와 법원이 개정법을 적용한 사건을 통해 구체화하게 된다.

교섭 요구 1,161곳, 본교섭은 10곳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이 실제로 ‘극심한 혼란’에 빠졌는지도 숫자를 나눠 살펴봐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가장 최근의 상세 집계인 6월 19일 기준으로 1,161개 하청노조, 조합원 16만4,000명이 원청 사업장 439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민간 사업장은 249곳, 공공부문은 190곳이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공개자료를 종합한 집계에서는 7월 3일까지 교섭 요구 대상이 원청 441곳, 하청노조 1,168곳으로 소폭 늘었다. 법 시행 직후 교섭 요구가 집중된 뒤 증가세는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섭을 요구한 439개 원청 가운데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 자율적으로 교섭 절차에 들어간 곳은 42곳이었다. 사용자성 등을 놓고 노동위원회 절차가 진행된 곳은 141곳이며 이 가운데 103곳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자율적으로 절차를 시작한 사업장과 노동위원회 판단에 따라 움직인 곳을 합하면 96곳이 교섭요구 사실 공고 등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51곳이 창구 단일화를 마치고 교섭 의제와 일정을 협의했으며, 상견례 등 본교섭 단계에 들어간 곳은 10곳이었다.

반면 256곳에서는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뒤 노동위원회 시정 신청 등 별도의 후속 절차를 밟지 않았다.

건설업계의 다른 노동위원회 판단을 기다리거나 돌봄·생활폐기물 분야의 노정 협의 결과를 지켜보는 사례도 포함됐다.

교섭 요구와 실제 교섭은 같은 숫자가 아니다.

교섭 요구는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청한 단계다. 원청이 요구 사실을 공고하면 다른 하청노조의 참여 여부를 확인하고 교섭대표노조를 정하는 창구 단일화 절차가 시작된다.

원청이 공고하지 않으면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하고, 노동위원회는 원청이 해당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사용자인지를 판단한다.

사용자성이 인정돼도 곧바로 본교섭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교섭단위 분리와 교섭대표노조 확정, 의제와 일정 협의가 남는다. ‘교섭 요구 1,161곳’과 ‘본교섭 10곳’을 단순 비교해 법이 작동했다거나 멈췄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원청 사용자성, 회사 전체가 아니라 의제별 판단


현행법은 원청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하청노동자의 모든 근로조건에 대해 사용자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

원청이 임금, 근로시간, 인력 배치, 안전관리, 작업방식 등 특정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지를 의제별로 따진다.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범위와 실제 교섭 의제도 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노동위원회는 시행 초기 사용자성 판단에서 산업안전과 작업환경 등 원청의 결정권이 비교적 분명한 의제를 주로 인정했다. 하청노조가 요구한 모든 사안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한꺼번에 인정하기보다 일부 의제만 판단한 사례가 많았다.

지난 4월 나온 첫 판단도 이 구조를 보여준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공공기관 4곳에 대해 하청노동자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용역계약서와 과업내용서 등을 검토한 결과, 원청 기관이 하청노동자의 안전관리와 인력 배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업종마다 판단 대상도 다르다.

택배업은 배송상품 인수·인도시간과 터미널 작업환경, 수수료 체계를 누가 결정하는지가 쟁점이 된다.

조선·철강은 공정 운영과 안전관리, 작업인원 배치에서 원청의 권한이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하다. 공공부문 용역은 계약서와 과업지시서에 적힌 인력 규모와 안전관리 기준이 실제 근로조건을 얼마나 구속하는지를 살핀다.

교섭단위도 일률적으로 나뉘지 않았다.

6월 19일까지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결정한 원청 29곳 가운데 분리가 인정된 곳은 12곳이었다.

사업부문별 분리가 9곳으로 가장 많았고 상급단체별 2곳, 노조별 분리 1곳이었다. 분리가 인정된 사업장의 교섭단위도 평균 2.2개에 그쳤다.

정부는 “절차 진행”, 노동계는 “교섭 지연”


같은 통계를 두고 정부와 노동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고용노동부는 사용자성 판단과 창구 단일화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본교섭 10곳만으로 제도 실패나 교섭 지연을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원청 1곳당 교섭 요구가 평균 2.6건에 그쳤고, 우려했던 교섭 요구 폭증이나 교섭단위의 과도한 세분화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원청이 노동위원회 판단을 기다리거나 재심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교섭을 늦추고 있다고 반박한다.

금속노조는 지난 8일 조합원 2만1,200명과 77개 지회·분회가 24개 원청 대기업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본교섭이 열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HD현대중공업과 현대제철 등 조선·철강 현장에서는 사용자성 판단 이후에도 노조 정보와 교섭 절차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노동계 설명이다.

고용노동부는 다음 날 설명자료를 내고 개정법에 따른 원·하청 교섭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100일 통계와 금속노조의 현장 주장은 노란봉투법 시행 뒤 나타난 두 장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교섭 요구가 무질서하게 폭증한 정황은 뚜렷하지 않지만, 대형 제조업 현장에서 실제 교섭 테이블이 열리는 속도는 더디다.

임이자 의원 “입법 명분부터 흔들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임 의원은 대법원의 CJ대한통운 판결을 계기로 노란봉투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임이자 의원실이미지 확대보기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임 의원은 대법원의 CJ대한통운 판결을 계기로 노란봉투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임이자 의원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노란봉투법 전면 재검토의 근거로 제시했다.

임 의원은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민주당이 법안 강행 처리의 핵심 근거로 내세운 논리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며 “입법 명분과 정당성도 근본부터 흔들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용자 범위를 모호하게 넓히면 무분별한 교섭 요구와 노사·노노 갈등이 확산할 수 있다며 민주당에 입법 추진에 대한 사과와 법안 재검토를 요구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이번 판결을 근거로 법 폐지나 보완 입법을 요구하는 주장이 이어졌다.

다만 임 의원이 언급한 ‘노란봉투법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사법부의 메시지’는 대법원 판결문에 담긴 판단이 아니라 판결의 정치·입법적 의미에 대한 임 의원의 해석이다.

대법원은 구법상 CJ대한통운의 교섭 의무를 부정했지만, 현행법의 효력이나 개정법에 따른 원청 사용자성까지 판단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무너진 것은 현행 노동조합법 조문 자체라기보다 구법 아래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던 CJ대한통운 하급심 판결이다.

동시에 입법 과정에서 이 판결을 주요 근거로 활용한 정치권에는 법 개정의 논리와 현장 적용 기준을 다시 설명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노란봉투법의 실제 운명은 개정법 적용 사건에서 갈린다. 원청이 어떤 근로조건을 얼마나 지배했는지,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이 법원에서도 유지되는지, 교섭 요구가 실제 합의로 이어지는지가 다음 판단 기준이다.

CJ대한통운 판결은 현행법의 끝이 아니다. 구법의 판단을 끝내고, 신법의 법정 검증을 시작하게 한 판결에 가깝다.


심현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mhb744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