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광풍에 저점 대비 메모리값 최대 4배 폭등… 연말 근원 CPI 0.5%p 상승 전망
전통 IT 예산 잠식하며 IBM 58년 만의 최대 폭락… ‘비용 인플레’ 청구서 발행
전통 IT 예산 잠식하며 IBM 58년 만의 최대 폭락… ‘비용 인플레’ 청구서 발행
이미지 확대보기AI가 거시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기 전에 비용 인플레이션 형태로 경제에 먼저 반영되며 글로벌 실생활 물가에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다.
고성능 메모리 공급 쏠림… 일반 가전 단가도 자극
빅테크 기업이 데이터센터 핵심 부품을 쓸어 담으면서 수급 불균형이 재현되고 있다. 미국 AP통신이 지난 7월 13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을 보면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4대 빅테크 기업의 올해 AI 투자 규모는 7200억 달러(약 1073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투자은행 제이피모건체이스 경제학자들은 빅테크의 독식으로 인해 2024년 저점 대비 2026년 말 일부 고성능 컴퓨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최대 400%까지 폭등할 것으로 추정했다. AI 서버용 HBM과 고성능 DRAM에 제조사들의 생산능력이 집중되면서 일반 PC나 모바일용 메모리 공급까지 함께 줄어드는 공급 재배분 효과(Crowding out)가 발생한 탓이다.
원자재 단가 상승은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애플은 2026년 6월 발표한 성명에서 고성능 부품 단가 상승 등 복합 요인을 이유로 노트북과 태블릿PC 가격을 15%에서 25%가량 인상했다.
이에 따라 최고급 노트북 맥북 프로 가격은 기존 1699달러(약 253만 원)에서 1999달러(약 297만 원)로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 가격을 오는 8월 1일부터 100달러(약 14만 9000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소니와 델, 에이치피 등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규제 장벽 넘는 전력 수요… 중장기 요금 인상 압박
데이터센터가 집어삼키는 막대한 전력은 인프라 투자 비용을 발생시키며 전기요금을 밀어 올린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산업 대비 전력 밀도가 높아 수요 증가 속도가 공급 확충을 앞지르고 있다. 전력 회사들이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발전 설비와 송전망을 확충하면서 이 비용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미국 노동부가 2026년 6월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지난 5월 전기요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물가 상승률인 4.2%를 웃도며 가계 부담을 키웠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급등했던 전기요금은 2025년 초 2%대로 안정세를 보였으나 AI 열풍과 함께 다시 상승 곡선을 그렸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2028년에도 전기요금이 평균을 넘어서는 3%의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가격은 공급 확대로 조정받을 수 있으나 전력 부족에 따른 요금 인상 압박은 오는 2028년 이후까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IBM 쇼크가 증명한 ‘AI 독식’과 전통 IT의 고사
AI로 기술 예산이 쏠리면서 일부 전통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업들은 지출 둔화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IBM은 14일 매출 전망치 미달을 발표한 뒤 주가가 하루 만에 최대 27% 폭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낙폭이 1968년 이후 58년 만에 가장 큰 수치라고 당일 보도했다.
IBM이 발표한 2분기 예비 매출은 172억 달러(약 25조 6300억 원)로 시장 전망치인 179억 달러(약 26조 6700억 원)를 밑돌았다. 주력 사업인 대형 컴퓨터(메인프레임) 매출이 7% 감소하는 등 타격이 컸다.
에버코어아이에스아이(Evercore ISI) 등 시장 분석 기관들은 기업들이 전체 IT 예산 내에서 AI 장비 구매를 늘리면서 기존 시스템 업그레이드나 재량 지출을 줄이는 기조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14일 발표한 주주 서한에서 고객사들이 반도체 가격 추가 인상에 대비해 서버와 메모리 확보에 예산을 우선 집행했다고 밝혔다. AI 장비 변동성에 대응하느라 전통 IT 소프트웨어나 일반 전산 설비 도입 계약 체결을 미뤘다는 의미다.
통화정책 흔드는 변수… 전문가들이 제시한 3대 지표
AI발 비용 압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경로에도 직접 부담을 주고 있다. 제이피모건 경제학자들은 거대한 AI 투자가 음식료와 에너지를 제외한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를 올해 말까지 약 0.5%포인트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노동부가 2026년 6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연준이 선호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는 지난 5월 3.4%를 기록해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9일 발언에서 AI 수요가 공급을 계속 초과해 물가를 자극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고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준이 지난 8일 공개한 6월 통화정책회의록에서도 많은 위원이 이와 같은 공급 부족발 인플레이션 우려를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AI 호황의 부메랑이 거시 경제와 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몇 가지 핵심 지표의 추이를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에버코어아이에스아이 분석팀은 빅테크 기업의 분기 설비투자(CAPEX) 전년 대비 증가율을 첫손에 꼽았는데, 이 투자 속도가 둔화하는 시점이 반도체 공급 과잉 전환과 가격 안정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 때문이다.
이어 골드만삭스 에너지 분석가들은 소비자물가지수(CPI) 내 전기요금 가중치와 상승률을 제시하며 규제 당국이 인프라 확충 비용을 요금에 반영하는 속도와 시차를 가늠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제이피모건 거시경제팀은 근원 물가 상승률의 2% 수렴 속도를 언급하며 AI발 비용 압력이 잔존한 상황에서 물가지표가 연준의 목표치로 떨어지는 속도에 따라 최종 금리 인하 시점이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