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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협상칼럼③]전쟁의 쇼핑카트를 누가 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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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협상칼럼③]전쟁의 쇼핑카트를 누가 밀고 있는가

트럼프 1기의 방산기업 인사와 2기의 금융자본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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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BNE컨설팅 대표 겸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박상기 BNE 글로벌협상컬성팅 대표·세종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미국과 이란이 미사일을 주고받는 동안 워싱턴에서는 또 다른 회의가 열린다. 작전 회의만 열리는 것이 아니다. 구매 회의가 열린다.

누구에게 어떤 무기를 얼마나 주문할지 결정한다. 어느 기업이 공장을 확장할지, 어느 지역에 정부자금이 들어갈지, 어떤 광물·반도체·인공지능 기업을 국가안보산업으로 편입할지 결정한다. 전쟁을 국가 간 충돌로만 보면 이 장면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장면이야말로 전쟁 뒤에서 쇼핑카트를 움직이는 손을 보여준다.

그 손을 이해하려면 '회전문 인사'를 보아야 한다.
회전문은 방산 기업의 임원이 국방부에 들어가고, 국방부의 장성과 고위 공무원이 방산 기업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직장을 옮긴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산업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정부에 들어오면 정책의 전문성과 실행 속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 진짜 문제는 정부와 기업의 경계가 흐려지는 데 있다.

전직 국방부 관계자는 예산이 실제로 언제 결정되는지 안다. 어느 부서가 사업에 반대하는지, 무기 요구조건이 어떻게 작성되는지, 어느 의원이 어떤 사업을 지지하는지 안다. 경쟁업체의 약점과 정부 평가자의 사고방식도 안다. 방산기업이 사는 것은 사람 한 명의 경력이 아니다. 정부가 결정하는 방식 자체를 사는 것이다.

GAO는 지난 2019년 조사 대상 14개 주요 방산 업체에 최근 국방부를 떠난 고위 민간·군 관계자와 조달·획득 담당자 1718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일반적인 국방부 출신까지 합치면 3만 7032명이 이들 14개 기업에 고용돼 있었다. 회전문은 몇 명의 유명 장관에게만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다. 국방부와 방산 기업은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인력 시장을 공유하고 있다.
미국 GAO가 확인한 14개 주요 방산업체의 전직 국방부 인력 고용 현황. 사진=박상기 BNE 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GAO가 확인한 14개 주요 방산업체의 전직 국방부 인력 고용 현황. 사진=박상기 BNE 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이제 트럼프 1기와 2기를 비교해 보겠다. 같은 대통령이지만 정부 안으로 들어온 자본의 얼굴은 완전히 달라졌다.

트럼프 1기는 방산 기업의 판매자를 국방부의 구매자와 정책 결정자로 대거 불러들였다. 마크 에스퍼는 레이시온의 정부관계 담당 부사장을 지낸 뒤 육군장관과 국방부 장관이 됐다. 패트릭 섀너핸은 보잉에서 30년 넘게 근무하고 미사일 방어와 항공기, 공급망을 관리한 뒤 국방부 부장관과 장관 대행을 맡았다. 엘런 로드는 텍스트론 시스템스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에서 국방부 획득·유지 담당 차관으로 이동했다. 라이언 매카시는 록히드마틴의 F-35 관련 임원을 거쳐 육군차관과 육군장관이 됐다. 존 루드는 레이시온과 록히드마틴의 고위 임원을 지낸 뒤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이 됐다.
쉽게 말하자면 이렇다. 정부를 상대로 물건을 팔던 사람들이 정부 안으로 들어와 무엇을 살지 결정했다. 판매자가 구매자가 되고, 대관 담당자가 정책 결정자가 됐다.

물론 이들의 경력 만으로 부패를 단정할 수는 없다. 섀너핸이 보잉을 부당하게 우대했다는 의혹도 국방부 감찰 조사에서 윤리 위반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바로 그래서 회전문 문제는 정교하게 보아야 한다. 경력은 범죄의 증거가 아니다. 그러나 과거 공급자가 현재 구매자가 됐을 때 일반 공직자보다 훨씬 강한 공개와 회피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트럼프 2기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2기에는 특정 방산 기업의 임원만이 아니라 여러 기업과 산업에 자본을 배분하는 사모펀드·헤지펀드·투자은행 출신이 국방·재무·상무·금융규제기관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가장 상징적인 인물은 스티븐 파인버그다. 그는 약 70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르베루스 캐피털을 창업한 뒤 국방부 부장관이 됐다. 국방부의 최고운영책임자로서 조직의 일상 운영과 전략 집행을 감독한다. 그의 핵심 전문성은 무기 설계가 아니다. 기업인수와 구조조정, 비용통제와 자본배분이다.

스콧 베선트는 키스퀘어캐피털을 창업하고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를 지낸 뒤 재무부 장관이 됐다. 그는 국채시장과 금융제재, 환율과 전쟁 재정을 관리한다. 하워드 러트닉은 캔터피츠제럴드와 BGC그룹을 이끈 월가 경영자에서 상무부 장관으로 이동해 수출 통제와 전략 산업, 공급망과 산업 투자를 담당한다. 폴 앳킨스는 SEC 위원에서 금융규제 자문회사 창업자로 이동했다가 다시 SEC 위원장으로 복귀했다. 해군 장관을 지낸 존 펠런 역시 사모투자와 자산운용 경영자 출신이었다.

자, 여기서 결정적인 차이가 나타난다. 트럼프 1기가 방산 기업의 물건을 정부가 더 많이 사도록 만드는 구조였다면, 트럼프 2기는 국방부 자체를 거대한 투자회사이자 산업 구조조정 기관처럼 운용하는 구조다. 1기에는 록히드마틴, 레이시온, 보잉과 텍스트론의 산업논리가 국방부 안으로 들어왔다. 2기에는 사모펀드의 인수·통합·성과관리 방식, 헤지펀드의 시장 감각, 투자은행의 자금 조달 능력이 국방부·재무부·상무부의 정책으로 들어왔다.

국방부는 이제 완성된 무기를 사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업에 공장을 확장하라고 요구한다. 장기 구매를 보장해 민간 투자를 끌어낸다. 핵심 광물과 반도체, 인공지능, 로봇, 조선기업에 자금과 신용을 제공한다. 필요하면 국방생산법을 이용해 민간 기업의 생산 우선순위까지 바꾼다.

트럼프 1기가 방산 기업의 정부였다면, 트럼프 2기는 미국 산업 전체를 전시 투자 포트폴리오로 관리하는 금융 자본의 정부에 가깝다.

트럼프 1기와 트럼프 2기 비교. 사진=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1기와 트럼프 2기 비교. 사진=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이것은 단순한 표현상의 차이가 아니다. 방산 기업 임원은 자사 제품과 시장을 중심으로 생각한다. 금융자본가는 어느 산업에 돈을 넣고, 어떤 기업을 합치고, 어떤 자산을 키울지를 생각한다. 국방부에 금융자본가가 들어오면 무기 구매는 산업 재편의 수단이 된다. 전쟁은 방산 기업 한두 곳의 매출을 넘어 광물·조선·AI·위성·클라우드·데이터센터로 자본을 이동시키는 국가 프로젝트가 된다.

23일 실적 발표가 이 변화를 숫자로 보여줬다. 록히드마틴의 수주잔고는 2304억 달러, RTX의 수주잔고는 2890억 달러로 늘었다. 두 기업에 쌓인 미래 주문만 5000억 달러를 넘는다. 전쟁은 오늘의 매출만 만들지 않는다. 앞으로 수년 간 이어질 생산과 투자, 금융 수익을 예약한다.

정치인은 왜 이 구조의 협력자가 되는가. 꼭 뇌물이나 비밀 지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방산 기업은 부품과 생산 시설을 여러 주와 수십 개의 선거구에 분산한다. 무기 사업이 취소되면 한 기업의 매출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지역구의 공장과 협력 업체, 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어든다. 의원은 기업의 명령을 받지 않아도 자신의 지역구와 재선을 위해 사업을 지지할 수 있다.

정보의 문제도 있다. 국방·핵·미사일·인공지능 정책은 복잡하다. 의원실과 정부는 방산 기업, 싱크탱크, 전직 장성과 로비스트가 제공하는 자료에 의존한다.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 문제와 해결책을 함께 정의한다. 위협이 미사일이라면 해결책은 더 많은 요격미사일이 된다. 위협이 해상봉쇄라면 해결책은 더 많은 함정이 된다. 다른 대안은 토론되기 전에 뒤로 밀린다.

기업이 정치인에게 명령할 필요가 없다.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면 된다.

전쟁의 쇼핑카트는 누가 밀고 있는 것일까요? 대통령 한 사람만이 아니다. 국방부와 방산 기업, 금융자본과 의회, 군수 공장이 있는 지역구와 퇴직 후 민간 시장까지 함께 민다.
좋은 협상가는 상대가 숨긴 카드를 찾는다. 위대한 협상가는 자기편이 숨긴 계약서와 계산서를 먼저 찾는다.


박상기 BNE 글로벌협상컬성팅 대표·세종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