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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묶인 재생에너지 전력계약…기업이 고르는 ‘1년·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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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묶인 재생에너지 전력계약…기업이 고르는 ‘1년·3년’

에이치에너지 솔라온케어, 가동 중 태양광발전소 묶어 단기 공급…30MW 수요기업 우선 모집
독일 1년·헝가리·폴란드 3년 계약…운영자산과 다사업장 결합한 해외시장
에이치에너지가 전국에서 운용·관리하는 태양광발전소 가운데 3곳. 회사는 최대 275MW 규모의 발전소 전력을 묶어 기업에 1년·3년 단위로 공급한다. 사진=에이치에너지이미지 확대보기
에이치에너지가 전국에서 운용·관리하는 태양광발전소 가운데 3곳. 회사는 최대 275MW 규모의 발전소 전력을 묶어 기업에 1년·3년 단위로 공급한다. 사진=에이치에너지

국내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기를 직접 사는 계약은 20년 안팎이 사실상 표준이었다.

발전소 건설비와 금융비용을 회수하려면 장기간 전기를 사줄 기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출 납품 일정과 공장 가동률은 해마다 달라진다.

재생에너지 사용 시한은 다가오는데 전력 가격과 물량을 20년간 고정해야 하는 간격이 컸다.
에이치에너지는 솔라온케어와 모햇을 통해 구축한 최대 275MW 규모의 전력 인프라에서 기업이 필요한 물량을 나눠 1년 또는 3년간 공급하는 상품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30MW를 초기 공급물량으로 정해 수요기업을 먼저 모집한다.

에이치에너지가 지금까지 운용·관리한 태양광발전소는 누적 7000여 곳이다.

여러 발전소를 하나의 공급 기반으로 묶어 발전소의 운영기간과 기업의 구매기간을 분리했다.
한 기업을 한 발전소와 20년간 연결하는 대신 계약이 끝난 전력을 다른 기업에 다시 배분하는 구조다.

대형 제조업에 몰린 국내 재생에너지 직접거래를 수출 협력업체와 중견·중소기업까지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수출시한은 코앞, 전력계약은 20년


해외 고객사와 대기업이 납품업체에도 제품 생산에 사용한 전력의 출처를 요구하면서 수출 협력업체도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증명해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를 충족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이다.

기업이 태양광·풍력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일정 기간 정해진 물량과 가격에 사는 계약이다.
전기는 기존 송배전망을 거쳐 공장과 사업장에 공급되며, 구매량은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으로 인정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태양광발전소는 건설비와 금융비용을 회수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린다.
전력을 판매하는 쪽은 20년 계약을 선호한다. 반면 구매기업은 20년 뒤 생산량과 공장 운영계획을 예측하기 어렵다.
전기요금이 내려가도 장기계약 단가가 남고, 사업을 축소하거나 공장을 옮길 때는 남은 물량과 중도해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이 차이 때문에 재생에너지 사용이 급한 기업도 계약서 앞에서 멈췄다.
특히 대기업보다 신용도와 전력 사용량이 작은 협력업체는 20년 약정을 결정하기 어려웠다.

솔라온케어는 계약기간을 1년과 3년으로 나눴다.

에이치에너지는 솔라온케어와 모햇을 통해 구축한 최대 275MW 규모의 전력 인프라를 활용해 기업이 필요한 기간만 공급한다.
이 가운데 30MW 규모의 수요기업을 먼저 모집한다.

1년은 이행시한 대응, 3년은 중기 물량 확보


1년 상품의 쓰임은 분명하다.

해외 고객사나 대기업이 요구한 재생에너지 사용 시점이 다가온 기업은 20년 뒤의 전력수요까지 결정하지 않고 필요한 물량부터 확보할 수 있다.

처음 전력구매계약을 도입하는 기업도 한 해 동안 실제 사용량과 비용을 확인한 뒤 다음 계약에서 물량을 조정할 수 있다.
공장 한 곳에서 먼저 시작해 다른 사업장으로 넓히는 방식도 가능하다.
생산량이 줄면 구매물량을 낮추고, 수출 주문이 늘면 다음 계약에서 확대할 수 있다.

3년 상품은 매년 계약을 다시 맺는 부담을 줄이면서 중기 생산계획에 맞춰 전력량과 단가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일정한 전력 수요가 이어지는 공장과 물류센터는 3년 계약을 통해 전력 구매비용을 더 길게 내다볼 수 있다.
여러 사업장을 둔 기업도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RE100’ 목표에 맞춰 사업장별 구매 물량과 시기를 짜기 쉬워진다.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의 1년 상품은 이행시한 대응과 구매물량 조정에, 3년 상품은 가격 예측과 중기 생산계획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픽=AI생성이미지 확대보기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의 1년 상품은 이행시한 대응과 구매물량 조정에, 3년 상품은 가격 예측과 중기 생산계획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픽=AI생성


가동 중인 발전소를 활용하는 점도 중요하다.

새 태양광발전소가 부지를 확보하고 인허가와 계통연계, 공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계약 신고와 정산 절차를 거치면 이미 생산 중인 전력을 연결할 수 있다.

에이치에너지는 별도의 신용평가와 대출한도 차감 없이 계약할 수 있도록 상품을 설계했다.

계약 신고와 재생에너지 사용확인, 전력량 정산도 함께 처리한다.
기업 담당자가 발전사업자마다 계약을 따로 맺지 않아도 여러 발전소의 전력을 한 상품으로 공급받는 방식이다.

거래량 네 배, 이용 사업장은 80곳


국내 직접 전력구매계약 시장은 거래량에 비해 이용 범위가 좁다.

한국전력거래소 집계에서 직접 전력구매계약 거래량은 2024년 22만4,200MWh에서 2025년 99만2,182MWh로 4.4배 늘었다.
같은 기간 전기를 공급받은 사업장은 54곳에서 80곳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거래량의 96.7%는 제조업에서 나왔다.
대형 공장 몇 곳이 계약하면 전체 거래량은 빠르게 늘지만, 전력을 직접 구매하는 기업의 수는 크게 증가하지 않는 구조다.

국내 직접 전력구매계약 거래량과 공급 사업장 추이. 거래 규모는 커졌지만 이용은 제조업에 집중됐다. 자료=한국전력거래소/AI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직접 전력구매계약 거래량과 공급 사업장 추이. 거래 규모는 커졌지만 이용은 제조업에 집중됐다. 자료=한국전력거래소/AI 생성


한국형 RE100에 등록한 기업은 올해 6월 기준 1,676곳이다.

이들 기업은 녹색프리미엄과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 자체 발전, 전력구매계약 등을 섞어 사용한다.
등록기업 수와 직접거래 사업장의 차이는 전력구매계약이 아직 일부 대형 사업장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 실무자 585명을 대상으로 한 2025년 조사에서도 높은 구매비용이 전력구매계약을 피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망 이용요금 산정 방식과 중복부과 우려도 뒤를 이었다. 여기에 20년 계약까지 겹치면서 중견·중소기업의 선택 폭이 좁아졌다.

정부도 공급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작업에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8월 초 전력구매계약 중개플랫폼을 정식 운영한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43개 기업과 협회가 제시한 공급 물량과 구매 수요는 각각 1GW 안팎이다.
직접 계약 건수는 2023년 13건에서 2025년 79건, 올해 5월 118건으로 늘었다.

현행 제도는 이미 1년 단위 계약을 허용한다.

제도상 가능한 1년 계약이 실제 상품으로 자리 잡지 못했을 뿐이다. 국내에서는 5년 계약이 먼저 장기 약정의 벽을 낮췄다.

한화컨버전스와 신한금융그룹의 합작사인 한화 신한 테라와트아워는 2024년 BAT코리아 사천공장과 약 5MW 규모의 직접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했다.
가동 중인 태양광발전소를 활용해 일반적인 20년 계약을 5년으로 줄였다.

솔라온케어는 이를 1년과 3년까지 세분화했다.

해외 단기 계약의 공통점…가동 자산과 여러 사업장


해외에서 계약기간을 줄인 사례는 발전소와 기업의 서로 다른 시간을 어떻게 맞추는지 보여준다.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스타트크라프트(Statkraft)는 2021년 독일철도 도이체반과 1년짜리 전력구매계약을 맺었다.
공급원은 정부 지원기간 20년이 끝난 독일 육상풍력발전기 약 70기였다.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스타트크라프트. 회사는 정부 지원기간이 끝난 독일 풍력발전기 약 70기의 전력을 묶어 2021년 도이체반에 약 4만MWh를 1년간 공급했다. 사진=Statkraft이미지 확대보기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스타트크라프트. 회사는 정부 지원기간이 끝난 독일 풍력발전기 약 70기의 전력을 묶어 2021년 도이체반에 약 4만MWh를 1년간 공급했다. 사진=Statkraft


풍력발전소는 지원이 끝난 뒤에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구매자가 필요했다.
도이체반은 장기계약보다 필요한 기간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원했다.
스타트크라프트는 여러 풍력발전소를 묶어 도이체반에 약 4만MWh를 1년간 공급했다.

독일철도 도이체반의 인터시티 열차. 도이체반은 2021년 스타트크라프트와 1년 계약을 맺고 풍력 전력을 공급받았다. 사진=Deutsche Bahn AG/Florian Jaenicke이미지 확대보기
독일철도 도이체반의 인터시티 열차. 도이체반은 2021년 스타트크라프트와 1년 계약을 맺고 풍력 전력을 공급받았다. 사진=Deutsche Bahn AG/Florian Jaenicke


계약기간은 양쪽에 다르게 적용됐다.

도이체반은 1년간 전기를 샀고, 풍력발전소 운영자들은 스타트크라프트와의 계약을 통해 수년간 가격 안정성을 확보했다.
발전소에는 긴 판매기간을 주고 기업에는 짧은 구매기간을 제공했다.
중간에서 여러 발전소와 구매자를 관리할 사업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방식이었다.

헝가리 제약사 게데온 리히터는 2025년 7월 3년짜리 전력구매계약을 맺었다.

2026년부터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한 전력을 연간 24GWh씩 공급받는다.

외부에서 구매하는 재생에너지와 자체 태양광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헝가리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약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게데온 리히터 본사 ‘리히터 센터’. 회사는 2026년부터 3년간 태양광·풍력 전력을 연 24GWh 공급받는다. 사진=Dániel Dömölky·ArchDaily이미지 확대보기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게데온 리히터 본사 ‘리히터 센터’. 회사는 2026년부터 3년간 태양광·풍력 전력을 연 24GWh 공급받는다. 사진=Dániel Dömölky·ArchDaily


3년 계약은 매년 달라지는 전력 구매가격의 영향을 줄이면서 사업장의 중기 사용량에 맞춰 물량을 관리할 수 있다.
20년 장기계약에 비해 생산계획 변화에도 대응하기 쉽다.
리히터 사례는 자체 발전만으로 필요한 전력을 채우기 어려운 제조기업이 단기계약을 통해 부족한 물량을 보완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폴란드 에너지 거래기업 에코볼티스도 여러 재생에너지 발전원의 전력을 묶어 단기로 공급한다.

폴란드 에너지 거래기업 에코볼티스의 산업시설 태양광발전소. 회사는 태양광·풍력 전력을 묶어 GTC의 오피스빌딩 16곳과 쇼핑센터 2곳에 3년간 공급한다. 사진=Ekovoltis이미지 확대보기
폴란드 에너지 거래기업 에코볼티스의 산업시설 태양광발전소. 회사는 태양광·풍력 전력을 묶어 GTC의 오피스빌딩 16곳과 쇼핑센터 2곳에 3년간 공급한다. 사진=Ekovoltis

에코볼티스는 올해 부동산기업 GTC와 3년 전력구매계약을 맺었다.

태양광·풍력 발전사업자에게서 직접 조달한 전력이 전체 공급량의 62%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폴란드 전력거래소에서 구매하고 재생에너지 원산지 인증서를 붙인다.

공급 대상은 GTC가 폴란드에서 운영하는 오피스빌딩 16곳과 쇼핑센터 2곳이다.
건물마다 전력 사용량이 다르고 임차인과 입점업체가 바뀌면 수요도 달라진다.
에코볼티스는 재생에너지 발전원과 전력시장 구매분을 조합해 이러한 변화를 흡수한다.

GTC는 20년간 동일한 물량을 구매하는 대신 3년간 가격 변동을 줄이고 건물별 사용량을 조정할 수 있다. 발전소 한 곳과 건물 한 곳을 장기간 묶기보다 공급사업자가 여러 발전원과 다사업장의 수요를 연결한 구조다.

폴란드 부동산기업 GTC가 운영하는 바르샤바 쇼핑센터 ‘갈레리아 푸우노츠나’. 에코볼티스와 맺은 3년 전력구매계약의 공급 대상이다. 사진=갈레리아 푸우노츠나이미지 확대보기
폴란드 부동산기업 GTC가 운영하는 바르샤바 쇼핑센터 ‘갈레리아 푸우노츠나’. 에코볼티스와 맺은 3년 전력구매계약의 공급 대상이다. 사진=갈레리아 푸우노츠나


세 사례의 공통점은 계약 기간만 줄인 데 있지 않다.

스타트크라프트는 독일에서 정부 지원 기간이 끝난 풍력발전기 약 70기의 전력을 묶었다.
게데온 리히터는 헝가리에서 태양광과 풍력 전력을 함께 구매했다.
에코볼티스는 폴란드에서 GTC가 운영하는 18개 사업장의 수요를 하나의 계약으로 묶었다.

공급자나 구매자가 여러 발전원과 사업장을 결합해 물량과 계약 기간의 차이를 흡수한 구조다.

솔라온케어도 같은 계산을 따른다.

기업 한 곳을 발전소 한 곳과 20년간 묶는 대신 275MW 규모의 발전소를 모아 여러 기업에 1년과 3년 단위로 배분한다.
기업과 계약이 끝나면 해당 전력을 다른 구매자에게 다시 공급할 수 있다.

발전량이 달라져도 여러 태양광발전소를 조합해 물량을 조정할 여지가 커진다.

줄어든 계약기간, 커진 운영사의 역할


단기계약은 기업의 장기 부담을 줄이는 대신 공급사업자의 책임을 키운다.

1년 계약이 끝날 때마다 다음 구매자를 찾아야 한다.
발전량이 예상보다 줄면 다른 발전소의 물량을 연결해야 한다. 계약과 정산, 재생에너지 사용확인도 매년 이어진다.

여러 발전소와 수요기업을 확보한 사업자일수록 이 위험을 나눠 가질 수 있다.

단일 발전소는 구매기업 한 곳이 빠지면 판매처를 잃지만, 발전소와 구매자가 여러 곳이면 남는 전력을 다시 배분할 수 있다.
단기 전력계약의 성패가 계약서보다 발전소 포트폴리오와 운영능력에 달린 이유다.

계약기간이 짧아져도 모든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송배전망을 이용하는 직접 전력구매계약에는 망 이용료와 부가정산금이 붙는다.
기업이 부담하는 최종 단가는 재생에너지 전력가격과 각종 부가비용을 합쳐 결정된다.

회계상 영향도 계약기간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특정 발전소의 사용권을 기업이 사실상 넘겨받는지 등 계약조건을 함께 본다.
1년 상품은 20년 약정보다 재무 부담을 줄일 여지가 크다.
3년 상품은 기업의 계약 구조와 회계기준에 따라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가동 중인 발전소를 활용해도 계약 당일 전력이 공급되지는 않는다.
직접 전력구매계약은 최초 공급 예정일보다 한 달 앞서 신고해야 한다.
다만 신규 발전소의 인허가와 공사, 계통연계를 기다리는 기간은 줄어든다.

장기계약과 단기계약의 역할도 다르다.

20년 계약은 새 발전소를 지을 자금을 확보하고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린다.
1년·3년 계약은 이미 가동 중인 발전소를 활용해 기업의 첫 구매를 쉽게 만든다.

솔라온케어가 먼저 모집하는 30MW 계약은 단기상품의 실제 가격과 공급 안정성, 갱신 방식을 보여줄 첫 사례가 된다.
장기계약이 발전소 건설을 받쳤다면 단기계약은 기업의 참여 폭을 넓힌다.

국내 재생에너지 전력시장이 커질수록 두 계약은 서로 다른 수요를 나눠 맡게 된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