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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LH·남동발전 품은 진주, 에너지 전략은 왜 보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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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LH·남동발전 품은 진주, 에너지 전략은 왜 보이지 않나

2050 탄소중립 로드맵 세웠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정책은 '각개전투'
기후환경과는 "각 부서 사업 종합"…햇빛소득마을은 일자리경제과가 추진
대구는 시민햇빛발전소 24호기·2030년 100호기 목표
진주는 전국 최고 입지에도 흩어진 에너지 자산
진주시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 70개 감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진주시청 전경. 사진=진주시이미지 확대보기
진주시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 70개 감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진주시청 전경. 사진=진주시


탄소중립은 더 이상 환경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생에너지를 누가 만들고, 산업을 어디에 유치하며, 그 수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가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전국 곳곳에서 에너지 정책이 산업과 일자리, 주민참여를 함께 묶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진주는 이상한 도시가 됐다.

진주에는 LH 본사가 있고, 한국남동발전 본사가 있으며, 혁신도시 공공기관이 모여 있다. 여기에 우주항공 국가산업단지와 RE100 기반 산업단지까지 미래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탄소중립을 도시 성장 전략으로 연결하기에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조건을 갖춘 도시다.
그런데 정작 시민들이 만나는 에너지 정책은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100원 버스는 교통정책이고, 전기차 보급은 환경정책이며, 태양광은 별도의 사업처럼 인식된다. 이 거대한 자산은 과연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되고 있을까.

■ 최고의 조건, 전략은 어디에...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외부 기관과 협력해야 한다. 그러나 진주는 다르다.

LH는 제로에너지 도시와 친환경 주택을 연구·추진하는 국가기관이고, 한국남동발전은 재생에너지와 발전 전환을 담당하는 발전공기업이다. 두 기관이 같은 도시에 본사를 둔 사례는 흔치 않다. 여기에 혁신도시와 우주항공 산업 기반까지 갖춘 진주는 에너지 정책을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할 수 있는 드문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자산이 시민이 체감하는 정책으로까지 이어졌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 계획은 있었고, 성과도 있었다

진주시는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4% 감축하고, 지자체 관리 권한 내 5대 부문 70개 감축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로드맵을 마련했다.

계획은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어린이·청소년 100원 버스와 진주형 통합교통서비스(MaaS), 하모콜버스, 공공건축물 목조건축 확대, 유등축제 다회용기 사업 등을 통해 진주시는 올해 지자체 탄소중립 우수사례에도 선정됐다.

하지만 여기서 역설이 생긴다. 분명 성과는 있는데 시민들이 체감하는 것은 각각의 사업일 뿐이었다. 탄소중립이라는 큰 그림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 취재 끝에 드러난 에너지 정책의 역설


에너지 정책의 큰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시청 기후환경과를 찾았다.

담당자는 "각 부서에서 관련 사업이 올라오면 이를 종합해 방향을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탄소중립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라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그런데 취재를 이어갈수록 의외의 장면이 나타났다.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인 햇빛소득마을은 기후환경과가 아니라 일자리경제과에서 추진되고 있었다.

이 사업은 정촌면 소곡리와 예상리를 대상으로 총사업비 16억 원을 투입해 두량저수지 일원에 998.4kW 규모의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주민이 협동조합 등을 통해 참여하고, 발전수익을 마을 공동기금과 주민소득으로 환원하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 태양광을 단순한 발전시설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만드는 자산으로 접근한 것이다.

일자리경제과 담당자는 "햇빛소득마을은 주민 소득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이지만, 진주시는 이를 탄소중립 에너지 정책이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진주시 행정기구 설치조례와 시행규칙에서도 기후환경과는 탄소중립 정책을 총괄하고, 일자리경제과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구조다.

방향은 환경 부서에, 실행은 경제 부서에 있었다.

결국 취재는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탄소중립의 핵심 수단인 재생에너지 사업은 진주의 에너지 전략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가, 아니면 개별 사업으로 흩어져 있는가.

■ 대구 햇빛발전소 사업은 왜 100호기를 향해 달릴 수 있었나


대구는 시민햇빛발전소를 단순한 태양광 설치 사업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공공건물 옥상을 시민에게 개방하고, 협동조합이 발전소를 운영하며, 발전수익을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시민이 전기를 소비하는 사람을 넘어 생산의 주체가 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런 구조는 숫자로 이어졌다.

대구는 현재 시민햇빛발전소 24호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100호기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행정이 공공부지를 제공하고 시민이 출자와 운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이어가면서 시민참여를 도시 전략으로 정착시켰다.

진주는 LH와 남동발전이라는 국가 에너지 인프라를 이미 품고 있다. 조건만 놓고 보면 뒤처질 이유가 적은 도시다. 그럼에도 시민이 체감하는 에너지 정책은 아직 각각의 사업으로 흩어져 있다.

■ 부족했던 것은 태양이 아니라 연결이었다


진주에는 계획도 있고 기관도 있다.

LH의 도시 역량과 남동발전의 에너지 전문성, 혁신도시의 공공기관 네트워크, 우주항공 산업과 RE100 전략, 그리고 이제 막 시작되는 햇빛소득마을까지 필요한 요소는 이미 갖춰져 있다.

문제는 각각의 사업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 자산들이 하나의 도시 전략으로 연결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기후환경과는 탄소중립의 방향을 제시하고, 일자리경제과는 주민참여형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교통 분야에서는 100원 버스가, 산업 분야에서는 RE100 기반 전략이 움직이고 있다.

70개 감축사업은 계획서 안에 있다. 시민이 아직 보지 못한 것은 그 사업들을 하나로 묶는 진주의 에너지 전략이었다.

진주에는 에너지 기관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자산을 하나의 전략으로 묶는 도시의 선택이다.


이상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ngec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