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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을 죽음으로 모는 일본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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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을 죽음으로 모는 일본의 '블랙기업'

시리즈❶/저임금·장시간 근무·이지메 일상화…8개기업 리스트 발표
[글로벌이코노믹=이수정기자] 최근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과로로 사망하거나 업무에 대한 중압감과 실적압박으로 인한 자살자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보다 더 오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에도 과로사나 자살자가 사회문제로 정착된 지 오래다. 직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기업을 '블랙기업'이라고 부르는데, 일본의 20~30대 직장인 사이에 블랙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블랙기업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고 있는 전문가는 아직 없지만, 노동법 및 기타 법령에 저촉 또는 그 가능성이 있는 회색 영역의 조건으로 직원에게 노동을 강요하는 기업, 심한 괴롭힘 등 폭력적 강제를 일상화해 직원을 강제하는 기업이나 법인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저임금 근로, 장시간 노동, 과도한 업무량, 심한 괴롭힘 등을 반복하는 기업을 말한다.

블랙기업이란 초기에 범죄 조직 및 폭력단과 관계가 있는 반사회적 기업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다. 2007년 이후 블랙기업에 대한 의미는 젊은 정사원을 대량으로 고용한 후 용도가 다하면 해고하는 기업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특히 2008년 간행된 '블랙회사에 근무하고 있지만, 이젠 한계일지도 모른다'라는 경제지의 영화화를 계기로 블랙기업에 관한 책뿐만 아니라 만화 등이 잇달아 출간되면서 세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블랙기업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일부에서 블랙기업의 리스트를 뽑아 인터넷에 올리고, 이들 기업의 순위를 매겨 상을 주는 '블랙기업대상' 실행위원회도 발족되었다. 이들은 8개의 블랙기업 리스트를 발표했으며, 와타미, 크로스 컴퍼니, 베넷 세 코포레이션, 산 챌린저, 오우쇼후드서비스, 세이노운수, 도큐 핸즈, 토호쿠대학 등이 명단에 올랐다.
후생노동성은 장시간 근무 등 가혹한 노동을 강요하는 블랙기업에 대해 집중 단속 계획을 발표하고, 블랙기업으로 의심되는 약 4000개 기업을 조사하기로 했다. 조사에서 위반이 확인된 기업주는 입건, 회사명 공표를 통해 기업의 시장진입을 차단할 방침이다. 일본 자민당도 블랙기업으로 의심될 경우 헬로워크에서 취업소개를 중지하는 것을 검토했으며, 민주당은 구인표에 이직률을 명기하는 것을 선거 공약으로 내 걸었다.

블랙기업이 사회문제화 되면서 기업뿐만 아니라 취업을 앞두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고 있다. 취업을 앞두고 있는 젊은이들은 블랙기업이 사회적 이슈화가 되었지만, 정작 부족한 정보 때문에 취업을 망설이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이 지원하는 기업이 혹시 블랙기업은 아닐지 색안경을 끼고 기업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기업도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다. 구인광고를 내도, 응모자가 인터넷 등을 통해 회사를 철저히 조사해 블랙기업 유무를 확인하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로 인한 피해가 생긴다. 의심이 가거나 블랙기업이라고 표현되어 있으면 응모인원이 줄고, 내정자도 취업 거절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허다해 채용자체가 어렵다.

일본 정부, 정치권, 시민단체 등은 지금 이러한 일들을 방치하게 되면 젊은이들의 미래뿐만 아니라 일본의 미래는 없다고 여겨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블랙기업에 대한 개념정의나 판단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큰 진전이 없다. 어떤 기업이 블랙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왜 블랙기업이 되었는지 구직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줄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