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도약하는 중국기업(7)] 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 노트북 브랜드 '레노버'(하)

레노버가 세계 최대의 PC 업체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매우 독특한 경영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자신의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경쟁력이 강하고 미래 전망이 확실한 상대와 협약을 맺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레노버는 이를 다른 시각에서 조명해 비록 성장력이 둔화되고 매력을 느낄 수는 없지만 "두 회사가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러한 색다른 전략을 통해 이룩한 성과가 바로 '2005년 IBM PC 사업부 인수'다.
인수 당시 IBM의 PC사업은 연간 5조원 이상의 매출에도 불구하고, 매년 2000억원에서 40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레노버에 있어서 IBM의 위기는 최소한의 비용만으로 인수가 가능하며, IBM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는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결국 레노버는 3가지 리스크를 제거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IBM의 인수 전략'을 완성했다.

■ 서구식 경영 기법 통해 기업시스템 구축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제는 의외로 잘 해결됐다. 인수 이후에도 IBM은 레노버에 지분을 투자해 전략적 동반자로서 역할을 수행했으며, IBM 로고가 남아있는 한 고객은 떠나지 않았다. 또한 충분한 연봉과 대우는 엘리트 직원들을 고스란히 레노버에 머물게 했다. 그리고 세 번째 문제는 처음 가졌던 우려와는 달리 너무 쉽게 해소됐다. 레노버가 일찍부터 서구식 경영 기법을 통해 기업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류촨즈 회장은 당시의 상황을 회고하며, "외국 선진기업의 노하우와 경영 교과서에 나온 기본 원리를 참고해, 국내 실정과 결합해서 발전시켰다. 외국 회사들은 메뉴에 따라 음식을 잘 만들고, 중국은 늘 상황이 변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맞는 메뉴를 스스로 만들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류촨즈 회장에게 레노버를 물려받은 양위안칭 회장의 파격적인 인사 사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 레노버가 가진 세 가지 핵심 비즈니스 경쟁력
'建班子(젠반쯔), 핵심적인 관리팀을 세우는 것' '定战略(딩잔뤼에),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것' '带队伍(다이뛔이우), 직원들을 경쟁력 있는 인재로 키우는 것'. 레노버의 핵심 비즈니스 경쟁력은 바로 이 세 가지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젠반쯔'. 레노버는 처음부터 류촨즈외 10명이 주축이 되어 이룩한 회사다. 지금은 전 세계 160개국에 6만여명의 직원을 두는 거대 회사로 성장했지만, 그 배경에 자리한 수평적 조직구조의 문화는 레노버가 출발하던 그 때부터 시작됐다.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파벌이 없는 것 또한 핵심적인 관리팀을 이뤘기 때문이다.
'딩잔뤼에'. 레노버가 전체 시장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은 시장구조의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위기를 기회로 변환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2007년 레노버는 네덜란드 PC업체인 패커드 벨 인수에 나섰다가 경쟁 회사의 견제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류촨즈 회장은 "기업의 발전을 위해 인수합병(M&A)은 필요한 수단이며, 레노버뿐 아니라 어느 기업도 해야 하는 일"이라며 M&A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으며, 레노버의 발전 전략의 핵심에 항상 포함됐다.
'다이뛔이우'. 레노버의 인재 양성방법은 업무를 정한 후에는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나중에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을 명확히 하는 데서 비롯됐다.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는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레노버에서는 이를 '엔진문화'라고 불렀다. 간부는 큰 엔진이고, 그 외 나머지 직원들은 큰 엔진과 함께 돌아가는 작은 엔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하위 직원들이 단순히 엔진에 의해 움직이는 기어가 되어서는 발전이 없으며, 크건 작건 엔진이 되어야 경쟁력의 원동력이 커진다는 이론이다.
스마트 시장이 점점 포화상태에 가까워지고, 글로벌 경제회복이 늦어지면서 저가제품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 미래 레노버를 포함한 중국기업들이 차지할 글로벌 스마트 시장의 점유율이 얼마나 될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미국이나 한국, 일본 등 선진 기업보다는 중국 기업이 경쟁에서 유리할 것은 당연하다. 레노버의 성장세 또한 당분간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