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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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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삼킨다"

보잉 737맥스 추락 사고 이어 자동차 소프트웨어 결함 사고도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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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가 세계를 지배한다." 이런 말은 관련 테크놀로지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분 좋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마크 엔드리슨이 월 스트리트 저널(WSJ)에 '소프트웨어는 왜 세계를 삼키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한 것은 2011년 8월이었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지금 각종 분야에서 급속히 진행되는 소프트웨어화에는 심각한 폐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소프트웨어 문제에서는 보잉의 신형 여객기 '737맥스(MAX)'의 사고가 기억에 새롭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추락 사고가 일어나 모두 346명이 희생됐다. 사고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자동제어를 위한 프로그램 오류로 보인다.

다만, 미연방항공국(FAA),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C) 및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의 관계 당국에 의한 조사는 계속 되고 있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결론이 날 때까지 전 세계 항공사가 같은 종류의 항공기의 운항을 중단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FAA는 737맥스에 새로운 '잠재적 리스크'가 발견됐다고 6월 말 발표했다. 이 때문에 운항 재개는 빨라야 9월이나 10월로 미뤄질 전망이다. 잠재적 리스크가 과연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언론은 백업 수단 부족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새로운 문제는 자동제어 소프트웨어의 수정판 시뮬레이션 중에 드러났다. 비행관리시스템을 담당하는 컴퓨터의 반도체 칩이 기능 정지하면 꼬리날개의 수평 안정판이 기종을 낮추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상당히 특수한 상황이었던 것 같지만, FAA는 보잉에 소프트웨어의 추가 수정을 명하고 있다.

보잉은 FAA의 결정을 받아 낸 보도 자료에서 "FAA의 승인 취득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채우고 안전 운항이 재개될 때까지 737맥스에 다시 승인 신청은 실시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보잉 측은 이번 문제에는 소프트웨어를 변경하는 것만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 항공 당국은 지난 3월 2018년 10월에 일어난 라이언 에어의 추락 사고에 관한 예비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서는 사고 원인으로 조종특성보조시스템(MCAS)이라 불리는 프로그램 오작동을 꼽고 있다.

737맥스는 '737'시리즈의 종래 기종과 비교할 때 엔진의 위치가 높고 주익의 앞쪽으로 내밀어 있다.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는 기수가 너무 올라 실속(失速)할 가능성이 있었다.

MCAS는 이 불필요한 실속을 막기 위해 개발된 시스템으로, 기수의 앙각을 자동적으로 조정하게 되어 있었지만 센서의 오작동 등에 의해 필요 없는 상황에서 소프트웨어가 멋대로 기수를 내려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이 경우 조종사는 수동으로 기체 각도를 되돌릴 수 있었지만 MCAS 해제 방법을 몰라 결국 추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완벽한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기 어려우며 테스트를 통해 오류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작업이 필요하다.

카네기 멜론 대학 교수이자 전기엔지니어링 전문가인 필립 코프먼(Philip Copeman)은 "모든 소프트웨어는 테스트에서 버그를 찾기는 어렵다. 항공기용 소프트웨어에서는 특히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근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hgkim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