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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국제정치전문가 “코로나19 팬데믹보다 더 무서운 건 가짜뉴스 확산 인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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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국제정치전문가 “코로나19 팬데믹보다 더 무서운 건 가짜뉴스 확산 인포데믹”

정치전문가들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확산과 관련 악성루머들이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정치전문가들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확산과 관련 악성루머들이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를 계기로 일본의 일부 지역에서 화장지가 품귀 상태에 빠져 있다. WHO는 이러한 유언비어를 인포데믹((infodemic: information pandemic의 준말·정보감염 폭발)이라고 부르며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포데믹은 사회를 쓸데없이 피폐하게 하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보내는 사람뿐만 아니라 받는 사람도 지금까지 이상으로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의 정치전문학자 무츠시 쇼지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정리했다.

■ 가짜뉴스로 비롯된 일본의 화장지 사재기소동

일본 규슈에서는 27일 구마모토 현을 중심으로 “마스크 생산에 들어가는 종이가 부족하다” “중국에서 원자재가 수입되지 못하고 있다” 같은 풍설이 SNS 등에서 난무하며 휴지가 동이 나는 사태가 각지에서 발생했다. 진짜 “그런 일이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다음날인 28일 요코하마에 있는 집 근처의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돌아보니 이쪽에서도 품귀 상태였다.

“코로나19로 인해 화장지가 부족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 풍설에 관해 서일본신문의 취재에 응한 업계단체는 화장지와 마스크의 재료는 완전히 다른 것이며, 화장지생산은 거의 일본 국내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것 등을 들어 ‘완전한 루머’라고 단언하고 있다. 물자의 유통에 대한(오해에 기인한) 우려가 있든 1974년의 석유위기,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같이 왜 일본인이 화장지에 특히 집착하는지는 수수께끼다.
■ 코로나19 관련 단편적 사실 과장 '음모론' 난무

무엇보다 코로나19에는 아직 미지의 부분이 많은 만큼 우왕좌왕 하고 있는 것은 일본 만이 아니다. 중국의 충칭시 등에서는 시 당국이 바이러스대책으로 표백제를 미스트로 살포하고 있지만 전문가에 의하면 효과는 제로라고 한다.

이러한 오보나 생각의 레벨뿐만이 아니라 인터넷상에서는 보다 정치적인 풍설도 적지 않다. “중국에서는 사실은 이미 사망자가 10만 명 나왔다(중국정부는 이를 은폐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통신설비에 5G를 이용하고 있으며 감염이 퍼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한의 연구소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미국이 바이러스를 만들었다” 등등의 소문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단편적인 사실을 과장하고 강한 바이어스와 유추로 무장한 스토리라는 의미에서 ‘아폴로는 사실 달에 가지 않았다’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의 음모론이라고 부를 수 있다.

■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는 유언비어

이 같은 유언비어나 음모론의 확산을 WHO는 인포데믹(정보감염 폭발)이라고 부르며 치료와 예방, 국제적 공조에 방해가 된다고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비상시의 유언비어는 기원 64년 로마 대화재에서 “황제 네로가 새로운 도읍을 만들기 위해서 불을 질렀다” “(당시 로마제국에 박해 당했던)기독교인이 범인” 등의 유언비어가 확산된 것처럼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의 발달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설을 쉽게 퍼뜨리고 있다. WHO에 따르면 가짜뉴스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를 통해 코로나19 자체보다 빠른 속도로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 까닭에 WHO의 디지털부문 책임자는 2월 중순에 페이스북과 애플 등 정보통신 기업들과 연쇄회동을 갖고 과학에 근거하지 않는 정보의 확산방지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예를 들면 WHO와의 협의에 따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코로나19에 대해 검색하면 WHO등의 공적 기관이 발신하는 정보가 상위에 오도록 설정하거나, 투고에 대한 제3자 기관의 팩트 체크를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 루머는 두 가지 종류로 대별…크로스체크 필수

그렇다고는 해도 인포데믹의 억제에는 정보의 관리자뿐만이 아니라 입수하는 사람에게도 유언비어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유언비어와 크게 둘로 나뉜다.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유언비어와 확인할 수 없는 유언비어다. 이 중 화장지 파동처럼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루머에 관해서는 이만큼 정보도구가 발달한 현대에는 대책이 비교적 단순하다. 정보를 크로스 체크하면 되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복수의 소스에 해당할 것. 소스를 확인하는 것(익명의 개인발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또한 들은 것뿐만이 아니라 가능하면 공적기관의 1차 정보에 해당할 것 등에 대한 당연한 체크를 할 수 밖에 없다. 이것들은 모두 코로나19에 한정되지 않고 사실 확인에 관해 필수적인 것이다. 공적 기관을 신용할 수 없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긴 공공기관이 알뜰하게 정보를 관리하는 일은 민주사회에서도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공적 기관의 것도 포함해 복수의 소스의 정보를 크로스체크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1대1 관계에서는 사람은 신뢰하는 상대(가족, 친한 친구, 팔로우 하고 있는 인플루언서 등)로부터 얻은 정보만큼 신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의식적이냐 무의식적이냐를 떠나서 인간은 잘못을 범한다는 전제 아래 누군가로부터 들은 것을 무조건 옳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소식을 그대로 유포하면 가짜뉴스에 사회는 점점 감염된다. 그것은 사회를 쓸데없이 혼란스럽게 한다.

화장지를 사 모으는 사람들 중에는 유언비어인 줄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믿고 사재기를 할까봐 필요 이상으로 샀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유언비어에 휘둘리고 있다는 의미에서는 결과적으로는 같다. 코로나19 그 자체의 개인레벨의 대책으로 손 씻기 등 기본적인 예방이 중요해지는 것과 같이 인포데믹 상황에서는 정보의 크로스체크라고 하는 극히 초보적인 대책을 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 ‘진짜인지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의 비생산성

반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중국연구소에서 만들었다는 식의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유언비어는 좀 걱정스럽다. 확인이 안 되는 만큼 크로스체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래 음모론에는 “진짜라고 증명할 수 없다”는 것과 동시에 “거짓말이라고 증명할 수 없다”라고 하는 특징이 있다(중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들지 않았다는 증명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여기에 음모론의 결정적 결함이 있다.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오스트리아 태생의 철학자인 칼 포퍼에 따르면 과학은 새로운 지식이 점점 쌓이는 것으로 과거 진실로 여겨졌던 것(지구가 아니라 태양이 돌고 있다 등)이 이후의 관측 등으로 뒤집는(반증하는 것은 드물지 않고, 오히려 이 반증가능성을 가진 설)이 과학적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이것이야말로 진실이라고 단정하는 음모론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부정하기 때문에 이제 종교에 가까워진다. 게다가 종교와 달리 그곳에는 영혼의 구제도 우애도 없다. 따라서 어떤 황당한 스토리라도 그것을 믿느냐 안 믿느냐가 판가름 난다. 그것을 믿는 이들에게는 ‘이 세상의 진실’일지도 모르지만, 그 이외의 이들에게는 전혀 생산적이지 않다. 게다가 사귈 수 있는 만큼 많은 사람은 틈도 관용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도 전혀 기본적 대책이지만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는 얘기는 그냥 넘어가기가 가장 쉽고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세계에서는 WHO나 각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추궁당하고 있다. 그러나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공공기관뿐 아니라 시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 확대는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시민의 리터러시(literacy·판단과 식별능력)도 묻고 있는 것이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