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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트럼프가 이 시국에 경찰을 옹호하는 ‘정치적 쇼’ 진짜 속셈은 보수표 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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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트럼프가 이 시국에 경찰을 옹호하는 ‘정치적 쇼’ 진짜 속셈은 보수표 결집

현지시간 11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전역에서 온 경찰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현지시간 11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전역에서 온 경찰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번 테마는 ‘경찰관은 필요 없을까?’이다. 미국 중서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백인 경찰관의 가혹행위로 인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에 대한 사망 사건이 계기가 돼 시위대 사이에서 경찰 조직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 예산중단이나 해체 같은 강경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경찰관을 옹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강경론에 대해 어떻게 대항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 글에서는 트럼프의 대응책에 초점을 맞춰본다.

■ 경찰 옹호하는 진짜 이유는 오로지 표

흑인 운동가들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찰관의 폭행 사건을 거론하며 경찰 조직 전체가 썩었다고 한다. 경찰관은 더는 믿을 수 없다 경찰을 바꿔 나가야 한다며 경찰예산 폐지 및 해체에 찬성하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는 민주당이 경찰 개혁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에는 경찰관이 용의자를 체포할 때 배후에서 팔로 상대의 목을 조르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 무력행사를 할 때 국가 기준을 설정하는 것, 린치를 ‘헤이트 클라임’(증오범죄)으로 정의하는 것 등과 경찰관을 보호하는 면책을 제한하는 것 등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6월 9일 경찰 관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원탁회의를 열고 경찰에 대한 자금출연 중단 반대를 표명했다. 이 자리에서 “경찰관은 99% 멋진 사람들이다”라고 그들을 옹호했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경찰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한 지지기반이기 때문이다.

참석한 흑인 경찰관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칭찬했다. 트럼프는 다음 날인 10일 이번엔 흑인 커뮤니티 리더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원탁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한 흑인 지도자가 “우리에게는 경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 회의는 백인 경찰관에 의한 흑인 남성 사망 사건 타격을 불식할 목적으로 개최된 ‘정치 쇼’로 보인다.

■ 경찰⁃시민 접촉 사진 공개도 정치적 쇼‘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현지시간 9일 기자회견에서 경찰 폭력의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경찰관이 일반 시민과 접촉하고 있는 사진을 스크린에 소개했다. 이들은 중서부 미시간주에서 백인 경찰관이 노숙인 흑인 남성들의 면도를 하고 있는 사진, 남부 버지니아주에서 백인 경찰관이 인도에 앉아 흑인 소녀와 함께 인형 놀이를 하는 사진, 서부 애리조나주에서 실수로 911에 전화를 건 흑인 소년에게 식사를 배달한 경찰관 사진 등이다.

포인트는 모든 사진이 백인 경찰관과 흑인으로 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흑인 경찰관과 백인 또는 히스패닉계 경찰과 아시아계라는 조합은 하나도 없었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백악관 출입 기자를 향해 “그들은 훌륭하다. 당신들은 그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물론 이들이란 백인 경찰관을 지칭한다. 그리고 “흑인에 대한 경찰관의 폭력에만 초점을 맞추는 보도는 공정하지 못하다. 백인 경찰관이 흑인을 도와주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분명 양심적이고 인간적인 백인 경찰관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개최한 원탁회의 및 매커내니 대변인이 소개한 사진에는 정치적 목적이 짙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 경쟁자 바이든 잘못된 이미지 심기 전략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급진 좌파 민주당은 경찰에 대한 자금 거출을 막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나는 법과 질서를 원한다”고 밝혔다. “급진좌파는 미쳤다!”고까지 쓰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이 확실해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경찰예산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을 급진 좌파로 낙인찍어 유권자들을 상대로 그가 경찰 예산중단에 찬성한다는 잘못된 이미지를 만들려 하고 있다. 그래야 트럼프가 지지기반인 경찰관을 붙잡고 바이든을 그들의 적(enemy)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범죄에 약한 바이든’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도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 ‘법과 질서의 대통령’ 강조로 지지층 결집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법과 질서의 대통령’이라고 자칭하고 있다.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개인 메일 서버에서 공무를 수행한 ‘메일 문제’가 발각되었다. 그러자 트럼프는 클린턴과 자신을 대비시키기 위해 법과 질서를 들먹이며 강조했다. 클린턴이 위법행위를 했다고 선거전 끝까지 격렬하게 비난했다.

2020년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법과 질서’를 지키는 대통령, 파괴 행위를 계속하는 극좌 그룹 ‘안티파(anti-fascist)’를 비롯한 반독재 국가주의자들을 ‘불법과 무질서’의 테러 조직으로 묘사하려는 의도가 있다. 이 대립 구도를 연출하고 첨예화해 지지기반인 경찰과 함께 법과 질서를 지켜내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진영은 웹상에서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안티파의 테러 조직 지정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즉, 흑인 남성 ‘폭행사 사건’보다 일부 시위대에 의한 ‘폭도화’에 미국민의 눈을 돌리게 하는 선거 전략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 전략이 자신의 의도대로 주효하고 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 여론은 트럼프에 불리한 상황으로 전개

미국 NBC 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 공동 여론조사(2020년 5월 29~6월 2일 실시)에 따르면 80%가 ‘미국이 통제되고 있지 않다’고 답해 ‘미국은 통제되고 있다’의 15%를 65%포인트나 웃돌았다. 이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45%이기 때문에, 트럼프 지지자의 30%가 미국 사회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백인 경찰의 ‘흑인 남성 폭행사 사건’과 ‘폭도화한 일부의 항의시위’ 중 어느 쪽을 염려하는지 라는 질문에 대해 약 60%가 전자라고 응답했다. ‘폭도화’라고 대답한 것은 약 30%에 그치고 있다. 인종별로는 백인조차 54%가 ‘폭행사 사건’을 꼽았으며, ‘폭도화’를 24%포인트나 앞섰다. 흑인은 ‘폭행사 사건’이 ‘폭도화’보다 무려 63%포인트나 앞섰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 및 매커내니 대변인은 경찰관을 옹호하고 미국민의 눈을 ‘폭행사 사건’에서 ‘폭도화’로 돌리기 위한 대항책을 쓰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