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터키 리라화 가치가 최근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터키가 리비아와 아제르바이잔 등 지정학적 갈등에 개입하고 지중해 동부 자원 분쟁과 러시아의 S-400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구입하면서 더욱 심화됐다.
미 국무부는 "터키가 S-400을 가동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우리는 S-400 배치가 양국 관계와 나토에서 주요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고 제재의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긴장과 제재 위협은 터키의 2018년 경기침체기를 비롯해 과거 리라화 폭락의 원인이 됐다. 올들어 터키는 증가하는 경상수지 적자,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 높아지는 실업률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으며 터키 경제의 중요한 동력이었던 관광산업마저 코로나19로 마비됐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아가테 데마라스 이사는 "터키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며 얽힌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며 "따라서 터키가 어떤 분쟁에서든 긴장을 완화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다시 말해 리라화의 변동성이 더 커졌다는 의미다.
데마라스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의 터키에 대한 제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바이든 정권 하에서는 미국도 터키에 대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제재를 강행할 경우 터키의 2018년 금융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어 코로나19 후 경제회복이 무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톡홀름 헨델스방켄 매크로 리서치의 수석 경제학자인 에릭 메이어슨은 그러나 지정학 요인은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9월 말 기준금리를 8.25%에서 10.25%로 올려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메이어슨은 "경제기관들은 경제정책을 수립하는데 자율적이지 않다. 장기성장을 위한 구조적인 노력과는 달리 단기 신용주도 성장에 지나치게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은 에르도안으로부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금리를 올리지 말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긴장이 가시화되면서 리라화 하락의 영향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분석가들은 말했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