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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로 탄소제로 구현"…EU, 10년 프로젝트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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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로 탄소제로 구현"…EU, 10년 프로젝트 시동

수소경제 대중화 위해 수소차 서둘러
제조에 화석연료 사용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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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글로벌이코노믹
최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래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화석연료 줄이기, 기후환경 보존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월드뱅크 조사에 따르면 현 탄소 배출을 방치할 경우 2050년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 규모는 18경에 달한다. 인류가 더 이상 존속 불가능하다는 경고다.

인류가 편안한 기후환경에서 계속 생존하려면 가장 중요한 기반은 안전한 에너지와 탄소 배출 중립이다. 화석연료 대안은 풍력과 태양광 그리고 수소다. 이들 세 에너지원은 서로 상생관계에 있다. 항상성이 부족한 이들 에너지원들은 보완을 통해 화석연료 의존을 단계적으로 줄여 준다.

최근 폭발적 관심을 끌고 있는 수소경제가 대체 자원으로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또 수소경제 선진국인 유럽의 지원 정책과 기술 개발, 그리고 투자는 얼마나 진행되고 있을까.

코로나19 이후 세계 주요 국가들과 글로벌 기업들은 ▲주요 환경 관련 정책(파리기후협약 적용, 유럽 탄소세 등) 변화 ▲전기차 급성장에 따른 수소경제 선점을 위한 생태계 조성 경쟁에 본격 나서고 있어 수소경제 투자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유럽의 기후환경 변화 대응 노력


산업혁명 이래로 인간은 화석연료에 기반한 삶을 영위했다. 그 결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각종 자연재해와 질병 등 더 이상 인간이 지구에서 살기 어려운 환경에 봉착하자 기후환경에 관심, 지구를 보존하기 위한 각종 규제, 새로운 에너지원 확보 등이 핵심 관심사로 부상했다.

1992년 기후변화 협약을 기점으로 탄소 배출 줄이기가 본격화해 왔으나 탄소 배출은 여전히 기대만큼 줄지 않고 있다. 현재 지구의 연중 평균 온도는 14.85˚c다. 지구의 온도가 더 올라갈 경우 인류는 존속할 수 없다.

이에 유럽을 중심으로 기후환경 선진국에서는 현재 지구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 대비 2℃ 범위 내로 올라가는 것을 막자는 합의에 도달했고, 더 나아가 2018년 송도에서 열린 환경회의에서 이를 1.5℃ 이내로 막아야만 살 수 있다는 한 발 더 나간 합의를 도출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최근 전 세계 발전시설 투자는 석유화학가스 발전 투자가 30%, 신재생 분야 투자가 70%로 늘어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지구환경에 대한 비전과 관심, 투자와 기술 개발이 남다르다.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으며,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탄소를 줄이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자동차 탄소 배출 규제를 시작해 2030년까지 최대 55% 줄이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내연차 내구성을 15년 정도로 볼 때 2035년부터 내연차 생산을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2018년 현대‧기아차는 탄소 배출 허용치를 넘어섰다는 이유로 영업 이익의 28.9%를 부과금으로 지급했다. 전 세계 1위 부담은 폭스바겐이었다. 이들 완성차 챔피언들이 왜 전기차로 대전환을 모색하는지 기후환경 규제의 강화가 말해주고 있다.

2019년 6월 영국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최초로 법제화한 이후 전 세계 120여 개국에서 동참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유럽 집행부에 2023년까지 탄소 국경세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규정에 정한 탄소 줄이기를 이행하지 않는 기업 제품은 당장 벌금을 부과하지만 향후로는 통관 자체를 제외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한층 강화한다. 2019년에 IMF는 현재 1t당 2달러 수준인 탄소세를 2030년까지 온실 가스 1t당 75달러까지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유럽은 ESG 부문 관련 특히 기후환경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기업 미래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각종 벌금과 규제를 적용, 친환경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무역규제, 통관 거부까지 검토하고 있다.

또한, EU는 올해 말까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해 전력원을 신재생에너지로 바꿀 것도 요구하고 있다. 전기사용량이 많은 반도체도, 전력원도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납품하는 반도체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이미 휴대폰과 가전제품 상당부분에 ESG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철강업도 부과금 징구가 급격히 늘어나자 제조과정에 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특단의 수준까지 강화하고 있다.

◇ 수소 에너지의 특성


수소는 우주의 75%를 차지하는 풍부함과 화석 연료들을 대체할 청정 에너지원이라는 장점 때문에 각광을 받아 왔다. 1960년대 말 아폴로 우주선이 개발되면서 우주선 속 인간이 필요한 전기를 수소에서 조달하면서 수소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었고 석유 파동 이후 미국 등 수소 자동차 개발로 이어졌다.

수소 1㎏은 같은 양의 다른 연료인 석유 등 화석 에너지와 비교해 대략 3배에 가까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특히 다른 화석 연료들이 탄소를 배출해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것과 달리 무공해다.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풍력과 태양력, 수소 등 재생에너지 사용이 필수다. 그러나 수소는 아직 상용 단계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생산이 어렵다. 관련 기술개발 지연 등으로 불확실한 점이 많다. 수소 양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적을수록 비용이 많이 든다. 비용이 싼 대량생산은 환경을 저해하기 때문에 기후환경 개선과 탄소 줄이기에 의미가 없다.

수소에너지는 고갈되지 않지만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인위적인 힘을 가해 생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통상 수소는 탄소 발생량이 많은 순으로 그레이, 블루, 그린으로 구분한다.

현재 사용되는 수소의 대부분은 석유 등 화학공정 중 발생하는 '부생수소'와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추출 수소'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 방식으로 1t 수소를 생산할 경우 평균 10t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들 수소를 그레이 수소라고 한다. 현재 대량 생산이 용이하고 비용이 비교적 적게 든다는 점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생산 방식이다.



현재 생산 중인 수소의 98% 가량이 그레이 수소다. 현대차증권이 지난 2020년 3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수소생산량의 48~50%는 천연가스 수증기 추출, 30%는 정유 및 화학 부문 부생수소, 18%는 석탄가스화(주로 중국) 등 화석연료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루 수소는 천연가스와 이산화탄소 포집설비를 이용해 생산한다. 화석 연료에서 수소를 추출한다는 점은 그레이 수소와 동일하지만, 블루 수소는 이때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저장하는 기술을 이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그레이 수소보다 적다. 최근 기술 발달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85%까지 포집, 저장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다음은 그린 수소다. 전기화학반응을 이용한 '수전해 기술'을 사용해 수전해 수소로 불린다. 잉여 전력에서 수소를 생산해 탄소 배출이 제로다. 수전해 수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수소 생산량 가운데 겨우 2% 정도다. 현재 우리나라 그린수소 평균가격은 ㎏당 약 1만원으로 부생수소(약 1500원)와 추출수소(약 5000원)보다 비싸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어 수소에너지를 대중화하는 데 한계가 많다.

수소의 종류이미지 확대보기
수소의 종류


◇수소의 종류


유럽연합은 나쁜 수소 생산을 견제하기 위해 수소 생산방식에 따른 친환경성을 구분하기 위해 2016년부터 '그린수소 인증제'를 도입했다.

또한, EU는 그린수소의 경제성 확보 노력의 일환으로 수전해 설비를 대폭 늘리고 있다. 2020년 7월, 2050년까지 500GWh 수전해 설비 목표를 발표했다. 또한 최근 발표한 수소전략에서 오는 2030년까지 설비 개발과 확충에 420억 유로(약 57조 원)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2024년까지 수전해 설비 6GW를 구축해 100만t의 그린수소를 만들고, 2030년까지 수전해 설비 40GW를 마련해 1000만t의 그린수소를 생산한다는 목표다. 이런 정책 지원에 발맞춰 지멘스, 티센크루프 등 유럽 주요 기업들도 설비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영국의 ITM파워는 지난 20여 년 동안 기술력 향상에 있어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다. 수전해 기술의 탁월성에다 전 세계 투자 확대로 한 때 주가가 2000% 이상 상승한 바 있다. 향후 수전해 설비를 다량으로 구축하게 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독일과 아프리카, 남미 등 풍력과 태양력 발전이 좋은 나라나 지역에서 발생한 전기가 남는 경우가 있어 이를 수전해 전력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한 이들 지역에서 남아도는 전기를 수소 전지연료로 전환해 보관, 운송할 경우 그린수소를 수출 또는 수입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도 만들 수 있다는 논의가 민관에서 나오고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은 원할 때 필요한 만큼 전기를 생산할 수 없고 특정 시간에 전력이 과잉 생산된다. 이 때문에 잉여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재사용하는 기술이 매우 중요해졌는데 여기에 수소를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수소에너지저장시스템(HESS)은 다른 방식보다 전력저장 효율이 낮다는 문제가 있지만, 대용량의 전력을 장기간 손실 없이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사용하면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서 과잉 생산된 전력을 수소 형태로 저장했다가, 전력수요 변동에 따라 탄력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수소경제의 성장은 다른 재생에너지의 성장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수소경제의 단점인 오염문제를 재생에너지가 해결하고, 재생에너지의 단점인 전력 생산의 변동성을 수소경제가 보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수소경제 생태계는 생산-보관‧운송-활용의 3단계에서 산업이 형성, 발전한다. 향후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발전과 함께 이를 대량 비축하고 운송하는 기술이 동시에 발전하면서 관련 제품의 대량 생산과정에서 생산 단가를 절감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일상에서의 수송용, 산업용, 건물용, 산업 연료로 활용될 것이다.

수소경제는 이런 과정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관련 산업도 성장하는 동력이 된다.

◇수소는 탄소제로의 유력 대안,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수소 경제 기술 강국이면서 흐름을 주도하는 유럽의 동향을 살펴본다.

2015년 파리 기후 협정 이후 화석 연료 없이 생산된 “저탄소 수소”를 의제로 등재했다. 탄소 제로 목표를 채택한 각 국 정부들은 난방, 철강과 같은 중공업 및 자동차 등 운송을 포함해 오염이 심한 부문에서 배출 감소를 위한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는데 그 대안으로 수소를 공식화하고 상용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소 기술 강국인 EU와 최소 15 개국은 2020년 코로나-19로 야기된 전염병을 목도하면서 탄소 제로사회 조기 실현 필요성을 절감하고 수소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해 보조금 지원을 포함한 수소 계획을 발표했다.

EU의회는 최소 3천억 달러를 향후 10년 동안 투입해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탄소 제로 사회 구현을 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계획이 성공하면 언젠가는 수소가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거의 5분의 1을 충족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 단계별 수소전력 추진전략.    자료=EU 집행위원회이미지 확대보기
유럽 단계별 수소전력 추진전략. 자료=EU 집행위원회


이와 함께 유럽이 수소 경제 대중화를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부분이 수소자동차다. 일반 시민들이 수소경제를 일상에서 가장 친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자 탄소 제로를 실현하는 가장 유력한 방안이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는 일이다. 내연차를 수소차로 전환하려는 조치가 유럽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전기 자동차에 비해 미약하지만 미래는 어둡지 않다.

유럽 주요 국가들의 2030년 수소 자동차 등 수소경제 계획이미지 확대보기
유럽 주요 국가들의 2030년 수소 자동차 등 수소경제 계획


또한 EU는 철강업체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관심이 지대하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강 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은 화석연료 전체 배출량의 7~9%를 차지한다. 이에 스웨덴과 독일 등 유럽 주요국가 철강회사들은 화석연료가 아닌 그린 수소로 연료를 사용하기 위한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그리고 그린수소의 연계는 물론 철 함량이 높은 고품질 광석 사용 등 다양한 방법과 기술을 동원해 탄소 중립에 도전하고 있다.

한편,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 하락에 따른 수전해 비용 절감 ▲수소 인프라 확대에 따른 공급가격 절감 ▲수소경제 관련 산업분야의 성장에 따른 연료전지시스템 원가 절감 등을 근거로 향후 10년간 약 50%의 수소원가가 절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50년경 수소 산업은 연간 2조5000억 달러 부가가치 생산, 신규 일자리 3000만개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편, 에너지 전문가들은 수소경제에 대해 아직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럽이 지금껏 약 800억 달러를 투입했지만 아직 기술력이 따라주지 못해 향후 수십 년 동안 수소 경제는 재생 가능한 전기보다는 화석 연료에 의해 동력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술 발전이 진행과정이지만 적은 용기에 담기가 매우 어렵고 쉽게 폭발해서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자주 거론된다. 조기에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한 가격으로 재생 가능한 수소 전기를 생산,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도 과제다.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 여전히 화석 연료를 많이 사용해서 공해 물질 절감 효과가 아직 저조하다는 점도 숙제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최근 에너지 전문가 인터뷰에서 “그간 많은 공공 자금이 투입되고 있어 시간이 경과하면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에 비해 비용이 하락할 것이고, 향후 10년 정도 뒤에는 화석 연료 대비 비용도 저렴한 수준까지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기에 지구 온도를 2℃ 내리려는 목표에 도달하려면 현재로서는 수소가 해답”임을 강조했다.

이어 “천문학적 투입 비용과 상용 기술의 발전까지는 시간이 소요되므로 결국 정책 입안자와 비즈니스 리더가 신념을 갖고 얼마나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할 것인가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며 “향후 10년 안에 무엇을 이루느냐가 그 이후를 결정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