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2027년 엔비디아 영업이익 추월 시나리오 현실화되나
KB증권 "2027년 삼성 약 488억 달러 vs 엔비디아 약 485억 달러"…HBM4 13Gb 주도권이 관건
KB증권 "2027년 삼성 약 488억 달러 vs 엔비디아 약 485억 달러"…HBM4 13Gb 주도권이 관건
이미지 확대보기불과 1년 전만 해도 증권가의 농담으로 치부됐던 이 명제가 2026년 들어 외국계 투자은행(IB) 리서치 보고서의 '베이스 시나리오'로 격상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7일 공시한 2026년 1분기 잠정 실적이 그 기폭제다.
1분기 '울트라 갭'…분기 이익이 작년 연간을 초과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실적(연결 기준)은 매출 133조 원, 영업이익 57조2000억 원이다. 분기 하나의 이익만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43조6000억 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이번 실적의 충격은 규모 자체보다 '증가 속도'에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약 755% 늘었고,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약 185% 증가했다.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약 68% 늘어난 133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증권가가 예상했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약 40조 원 안팎)를 40% 이상 웃돈 '울트라 갭(Ultra Gap)' 실적이다.
핵심은 메모리 슈퍼사이클이다. 업계는 반도체(DS) 부문에서만 30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DR5 가격이 동반 급등한 덕분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서버용 DDR5 가격은 전분기보다 두 배 가까이, PC용 D램 역시 90% 안팎 급등한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 추월 시나리오의 숫자들…단위·전제조건 따져야
이 흐름이 바로 '엔비디아 추월 시나리오'의 출발점이다. 업계에서는 KB증권 분석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2026년 영업이익 약 327조 원, 2027년 약 488조 원 수준에 이를 경우 엔비디아를 앞지르는 '글로벌 이익 1위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초낙관적으로 전망한다. 이는 블룸버그 전문가들이 제시한 엔비디아 2027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약 485조 원)를 소폭 웃도는 수치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도 엔비디아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약 357조 원)과 삼성전자 전망(약 327조 원)의 격차가 30조 원 정도로 좁혀져 "내년 역전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 시나리오에는 강한 전제가 깔려 있다. KB증권이 제시한 '2027년 영업이익 약 488조 원' 시나리오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2027년까지 큰 조정 없이 이어진다는 가정 위에 서 있다. 다양한 변수로 가격 조정이나 고객사 자본지출(capex) 축소 등의 변수가 현실화될 경우 이익 궤적은 현재의 장밋빛 전망과 달라질 수 있다.
시총 1조 달러 돌파, 그래도 엔비디아의 약 20%
시가총액 면에서도 대전환이 일어났다. 지난 2월 26일 삼성전자는 7.13% 급등하며 종가 21만8000원에 마감, 국내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진입했다. 월마트와 일라이릴리를 제치고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 12위로 도약했으며, 아시아에서는 TSMC, 사우디 아람코에 이어 3위다.
그러나 시장 평가는 아직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조 달러를 넘겼지만, 엔비디아(약 4조7000억 달러)의 약 20% 수준에 그친다. 증권가에서는 "이익 구조가 엔비디아에 빠르게 근접하는데도 시가총액은 아직 5분의 1 수준에 머문다"는 점을 근거로, 밸류에이션 면에서 저평가 여지가 남아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익·현금흐름 면에서 격차가 줄어들수록 '밸류에이션 갭'이 좁혀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외국계 IB들은 이 괴리에 주목해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하고 있다. JP모건은 목표주가 30만 원, 모건스탠리 24만8000원, 씨티그룹 28만 원, 노무라증권 32만 원을 제시했다. 국내에서는 KB증권 36만 원, 한국투자증권 33만 원, 하나증권 30만 원을 내놓았다. 2025년 초 5만 원대였던 주가는 2026년 4월 현재 21만 원대로, 1년여 만에 4배 이상 상승했다.
'HBM4 13Gb'…천조 기업 시나리오를 가르는 숫자
변수는 기술 주도권이다. 삼성전자는 올 2월 6세대 HBM인 HBM4를 업계 최초로 양산·출하하기 시작했으며, 이 제품은 TSMC 패키징을 거쳐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Vera Rubin)' 라인업에 탑재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초당 13기가비트(Gb) 수준의 고클럭 HBM4 양산을 공식화한 곳은 현재 삼성전자가 사실상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자사 HBM4 제품 스펙으로 약 11.5~11.7Gb 수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속도 차이가 엔비디아 대상 삼성전자 점유율이 당초 업계 전망치(약 30%)를 웃돌 가능성의 근거로 거론된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말 기흥캠퍼스 차세대 연구단지 ‘NRD-K’를 찾아 메모리·파운드리 등 반도체 연구개발(R&D) 조직을 직접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HBM4 기술 우위와 범용 D램 가격 급등을 바탕으로, 범용 D램과 HBM 생산능력(캐파)을 조정하며 ‘공급량 극대화’보다 ‘수익 최적화’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메모리 가격 주도권을 다시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낙관론 뒤의 리스크 3가지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첫째, HBM4는 아직 양산 초기 단계라 수율이 완전한 상용 수준에 안착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넘긴 뒤 60~70%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보지만, 다른 쪽에서는 80%대 이상 안정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에 투입할 HBM4 물량의 약 3분의 2(70% 안팎)를 SK하이닉스에 배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엔비디아향 HBM4 공급 점유율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셋째, KB증권의 ‘2027년 영업이익 488조 원’ 시나리오는 빅테크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며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2027년까지 유지된다는 가정 위에 서 있다. 메모리 가격이 예상보다 빨리 꺾이거나 투자 사이클에 변수가 생기면, 이익 전망도 지금보다 보수적으로 조정될 수밖에 없다.
실제 1분기 실적도 TV·가전(VD·DA) 사업부는 간신히 흑자 전환하는 데 그쳤고, 파운드리 부문의 흑자 폭도 제한적이었다. '영업이익 세계 1위' 시나리오는 반도체 부문이 계속해서 전체 이익을 견인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시장이 주시해야 할 3가지 체크포인트
시장 참여자가 지금 당장 주시해야 할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HBM4E 검증 일정이다. 엔비디아 '베라 루빈 울트라'에 탑재될 HBM4E의 본격 샘플 공급과 검증 일정(현재 2분기 말~3분기 초 투입설이 유력하게 거론됨)이 관건이다.
둘째, 2분기 영업이익이다.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이 70조 원 선을 돌파해 분기 기준 글로벌 1위에 오를 수 있을지 여부도 중요하다.
셋째, 환율·콘퍼런스콜이다. 원·달러 환율 추이와 4월 30일로 예정된 삼성전자 부문별 실적 콘퍼런스콜의 가이던스도 향후 전망을 좌우할 지표가 될 수 있다.
엔비디아가 AI의 '두뇌(GPU)'를 쥐고 있다면, 삼성전자는 그 두뇌가 반드시 필요로 하는 '밥(HBM·D램)'을 공급하는 최대 메모리 업체에 가깝다. 2027년 '천조 기업' 시나리오의 성패는 결국 HBM4E 검증 일정, 분기 영업이익 추이, 환율·콘퍼런스콜 가이던스라는 세 개의 숫자가 말해줄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