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입은 손실의 규모가 최대 60억달러(약 6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는 이번 사태의 배후로 황씨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3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특히 일본 투자은행 겸 증권 지주회사인 노무라홀딩스의 미국 자회사가 입은 피해가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로 추산되면서 노무라와 황씨의 관계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황씨가 이미 지난 2012년 내부자 거래로 미국 월가에서 사실상 쫓겨난 뒤 미국 투자업계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던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또 벌어졌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노무라홀딩스와 황씨의 연결 고리는 그가 운영하는 개인 투자사 아케고스캐피털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노무라홀딩스는 미국 자회사에서 현지 고객과 거래로 인해 거액의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는 사고가 터졌다고 밝힌 상태다. 아케고스는 노무라 입장에서는 주요 고객이었다.
월가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황씨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 이번 사태가 터졌을 가능성이 의심 받는 이유다.
노무라와 황씨의 사업 관계는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줄리안 로버트슨의 수제자였던 황씨가 지난 2001년 로버트슨의 도움으로 타이거 아시아 매니지먼트를 창업해 월가를 대표하는 이사아 전문 헤지펀드로 성공시켰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타이거 아시아 매니지먼트는 2012년 내부거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문을 닫아야 했고 황씨는 월가 투자업계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과 다시 거래하는 일은 신중을 기해야 했기에 노무라가 황씨가 세운 개인 투자사 아케고스와 다시 거래할 생각은 애초에는 없었다.
그러나 결국 노무라는 업계에서 과감하면서 크기로 유명했던 황씨의 손을 뿌리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라홀딩스에 근무하면서 노무라와 황씨의 재결합 과정을 경험했다는 관계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황씨는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합의금을 내고 풀려났는데 다시 거래한다고 해서 문제가 있겠냐는 분위기였다”면서 “시간은 다소 걸렸지만 2016년부터 노무라와 황씨의 사업 관계가 다시 복원됐다”고 전했다.
게다가 노무라는 황씨와 재결합한 뒤 아케고스가 관련업계를 놀라게 할 정도의 뛰어난 실적을 보이면서 자신의 판단을 더욱 합리화하게 됐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월가가 황씨에게 베팅한 이유
황씨는 월가에서 매우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공손하기 그지 없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지만 사업에 관해서는 두려움을 모르는, 매우 호전적인 면모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월가의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황씨를 ‘매우 호전적이고 놀라울 정도로 과감한 사업가’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월가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황씨는 손대는 사업마다 놀라운 수익을 기록했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그를 VIP 고객으로 취급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황씨와 거래하려고 심지어 주요 은행들이 각축을 벌이는 상황에서 황씨와 관계를 맺은 은행들은 황씨의 요구에 따라 담보조건을 완화해주곤 했다”고 전했다.
담보설정은 고객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필수적인데 이 대목에서 이미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는 높은 수익성만 추구하다 고객에 대한 주의 의무를 방기한 결과라는 측면도 있다는 뜻이고 노무라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월가의 다른 소식통은 “그 정도 리스크는 관리할 수 있다고 자신했겠지만 결국 실패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