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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에 밀린 일본, 장인정신의 '가치상품'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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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에 밀린 일본, 장인정신의 '가치상품' 만든다

제조업 경쟁력을 잃고 있는 일본이 장인정신과 문화, 미학 등을 담은 '유일무이한 가치 상품'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리모이미지 확대보기
제조업 경쟁력을 잃고 있는 일본이 장인정신과 문화, 미학 등을 담은 '유일무이한 가치 상품'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리모
일본에서 ‘일본 다운 상품 만들기’가 화두라고 일본 매체 리모가 7일(현지 시간) 전했다.

과거 일본의 비즈니스는 ‘편리함’과 ‘안전성’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 선두를 달렸다. 전자 제품과 자동차가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 하이얼 등 일본 이외의 아시아 기업이 등장해 편리성과 안전성은 ‘보통의 가치’가 되어 버렸다.
그런 일본 입장에서 지금부터 취해야 할 전략은 수치화하거나 비교하거나 할 수 없는 ‘유일무이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진단이다.

‘제작자의 정신과 기술에 의해 가치를 만든다’는 철학은 일본이 일찍부터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기도 했다. 교토에서 100년 이상에 걸쳐 차통을 만드는 '개화당(開化堂)'이라는 전통 가게가 있다. 찻잎을 저장만 하는 용기라면 100엔에 구입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개화당의 차통은 100배가 넘는 1만 엔 이상의 가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개화당의 차통에는 장인기술로 만들어진 아름다움과 미학을 소중히 여기는 정신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개화당은 아름다운 제품뿐 아니라 장인이 아름답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도 주력하고 있으며, 이에 공감한 우수한 장인들이 속속 입사하고 있다.

일본의 슈퍼나 약국에 가면 과자나 식료품 종류가 다양하고 많은 데 놀라게 된다. 고객의 관점에서 고객의 요구에 가능한 한 많이 맞추려 한 결과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상품이 너무 많아져 과잉 경쟁이 생겨나게 되고, 결과적으로 가격 인하 경쟁에 돌입하는 업계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저가 경쟁은 ‘유일무이한 가치’를 만들지 못한다.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도 이미 '유일무이한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 일본의 탁월한 제조 기술로 탄생한 ‘저가격 고품질 제품’은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그 결과 세계 각국도 새로운 강점을 찾아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자신들만이 가지는 ‘정신’, ‘역사’, ‘배경’을 결합해 공감과 동경을 유발했다.

피게라는 시계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1875년 스위스에서 탄생한 세계 최고의 명품시계 브랜드다. 창업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가족 경영으로 장인기술이 이어져 왔고 그 기술로 엄선해 만든 기계식 시계는 현대에도 유일무이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개당 1억 엔(11억 원)을 넘는 시계도 있지만 세계의 스타나 셀럽을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패션 업계도 전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성’이나 ‘환경’ 트렌드로 점프하고 있다. 2009년 의류업체 파타고니아와 할인점 월마트는 대기업 경영자들에게 자사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지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많은 패션 기업이 환경 파괴로 연결되는 생산 체제나 대량 소비·대량 생산을 전제로 한 제품 제작을 바꾸기 시작했다. 사용자들도 이를 받아들여, 현재 25~40세의 73%가 지속 가능성을 추구한 제품에 주목하고 있다는 통계도 나왔다. 이런 것들이 ‘유일무이한 가치’다.

이탈리아에서 캐시미어 제품을 만들고 있는 ‘브루넬로 쿠치넬리' 브랜드는 1978년 창업 이래 노동자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는 조직을 추구해 왔다.

이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은 종업원의 3분의 1이상을 차지하는 장인들이다. 창업자 쿠치넬리는 이들을 아티스트로 여기고 존경의 뜻으로 아르티쟈니(장인)라고 부른다. 장인의 급료는 일반직보다 20% 정도 높다. 철저하게 ‘일하는 사람의 존엄’을 중시한 경영을 펼친다. 그 결과, 이 회사의 스웨터는 한 벌에 40만 엔이나 하는 고급품이지만, 압도적인 퀄리티로 세계의 많은 부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제는 기능이나 편리함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 가치가 태어나는 원점에 ‘사람’이라는 존재가 있다.

‘유일무이한 가치'는 개발자의 사상이나 열의, 수작업으로 다듬어진 아름다움 등에서 탄생한다. 사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가치로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어 성장하는 기업들이 많다.

‘장인 기술’이나 ‘스토리텔링’, 그리고 ‘미학’이나 ‘정신’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는 일본뿐만 아니라 앞으로 모든 시장에 적용된다. ‘유일무이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이긴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