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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잉사가 중국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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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잉사가 중국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이유

보잉 737 맥스 여객기.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보잉 737 맥스 여객기. 사진=로이터
미국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요즘 모처럼 활기에 차 있다.

이른바 ‘보잉 737 맥스 사태’, 즉 보잉 737 맥스 여객기가 지난 2019년 에티오피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잇따라 추락해 수백명이 사망한 사건이 터진 이후 발이 완전히 묶였던 737 맥스 기종의 재운항이
지난해 11월 미 항공당국의 승인을 계기로 허용됐기 때문이다.

자그마치 2년 이상 보잉사를 창업 이래 최악의 경영위기로 몰아넣었던 737 맥스 사태의 터널에서 마침내 빠져나올 수 있는 절체절명의 계기가 마침내 마련됐기 때문이다.

보잉 737 맥스는 보잉사의 베스트셀러인 737 기종의 4세대 모델로 기대를 모으며 출시됐으나 잇단 대형 추락사고를 일으킨데다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지면서 보잉사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주역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과 호주 정부에서도 737 맥스의 재운항을 승인하는 등 737 맥스에 대한 족쇄가 점차 풀리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지난 2월 신규 수주 물량이 주문 취소 물량을 앞서는 등 영업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전세계적인 입출국 규제가 예방 백신 접종이 크게 확산되면서 풀리기 시작하는 것도 보잉사에게는 기대감을 한껏 높이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보잉사를 잠들지 못하게 하는 변수가 있다. 중국이다.

◇보잉 최대 고객과 통상마찰


보잉이 중국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이유는 많다.

중국은 보잉사의 최대 고객이었다. 보잉사가 만든 비행기를 지금까지 가장 많이 구매한 나라가 중국이라는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뜻이다.

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중국이 발주할 수 있는 여객기 물량은 보잉사가 전세계에서 수주할 수 있는 물량의 4분의 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보잉으로서는 베스트셀러에 속하는 737 맥스 기종의 경우 대형추락 사고가 터지기 전인 지난 2019년 1월까지 보잉사가 전세계 항공사에 인도한 737 맥스 항공기 가운데 중국 항공사들이 차지한 비중은 약 20%나 됐다. 보잉이 2017년 이후 수주한 전체 물량의 20% 가까이도 중국에서 발주한 물량이다.

문제는 중국이 실제로 그렇게 할지가 불투명하다는 것.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역갈등이 여전히 팽팽하게 이어지는 한 보잉의 영업은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CNN은 “문제는 아직 737 맥스의 재운항을 승인하지 않은 커다란 나라가 세곳인데 거기에 중국이 속해 있어 보잉의 재이륙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두 나라는 인도와 러시아다.

항공기는 발주에서 인도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특성을 안고 있다. 중국 당국이 보잉사의 주력 기종인 737 맥스의 재운항을 승인하지 않으면 중국이 이미 주문해 만들어놓은 비행기를 중국에 인도할 수가 없다. 납품이 안되면 돈을 벌 수가 없다.

◇캘훈 CEO "중국이 최대 리스크"


CNN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737 맥스 재운항 문제와 더불어 중국이란 변수가 보잉이 앞으로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라는 점을 데이비드 캘훈 보잉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열린 투자자 대상 행사에서 실토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와 737 맥스 재운항 문제는 어느 정도 변화하는 양상이지만 중국이라는 변수는 달라진 것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캘훈 CEO는 “조 바이든 신임 행정부와도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수많은 무역마찰 현안이 있는 것을 안다”면서도 “적어도 일부 무역관계는 두 나라 정부가 되살리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양국의 이해 관계에 부합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통상마찰이 있는 것은 알지만 보잉사 문제에 관해서는 양국 정부가 융통성 있는 자세로 접근해달라는 호소인 셈이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