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일주일 만에 아프간 대부분을 점령한 탈레반이 카불 외곽에 나타나자 사기가 떨어진 아프간 보안군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탈레반은 당초 과도정부가 구성되는 동안에는 수도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아프간 경찰이 자리를 우자 누군가는 공공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저녁 무렵, 카불을 탈출하려는 아프간인들과 피난민을 보호하려는 미군들로 가득 찬 카불 공항행 주요 도로는 탈레반 무장군들이 제복을 입은 아프간 군대와 어울리는 기이한 광경을 보여주었다고 보도는 전했다.
대통령궁을 빠져나와 이날 오전을 미국 대사관에서 보낸 가니 대통령은 오후에 아프간 수도를 떠나 도피했다.
카불 평화협상 대표 압둘라 압둘라는 비디오 메시지에서 "신은 그에게 책임을 묻고 아프간 국민들이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타지크 통신은 행정부의 수장이자 국가안보 책임자인 가니가 타지키스탄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가니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탈레반이 승리했다고 인정하며 도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가니는 "내가 그곳에 머물렀다면 수 많은 동포들이 순교했을 것이고 카불도 파괴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썼다. 그는 현재 위치를 밝히지 않은 채 "탈레반은 전투에서 승리했고, 이제 그들에게는 동포들의 명예와 부와 존엄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외국 대사관과 외국 국적자들은 위험하지 않으며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탈레반은 카불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라고 지시했다.
2001년 미국이 탈레반을 축출한 후 취임한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은 카불 자택에서 세 딸과 함께 서 있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평화적인 체제 전환을 촉구하고 치안 부대와 탈레반이 질서 유지를 위해 협력할 것을 요청했다.
탈레반의 지도자 물라 하이바툴라 아크훈자다는 추종자들에게 자비로운 손으로 카불과 시민을 대하라고 촉구하고 "승리에 거만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항복하는 자에게 잘 대해 민간의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