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망경 렌즈는 휴대폰에서 렌즈를 튀어나오게 하지 않고도 광학 줌을 더 멀리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줌 렌즈는 앞뒤 소자가 일정 거리 떨어져 있어야 하며 확대 배율이 높을수록 이 거리는 더 커진다.
스마트폰에 줌 렌즈를 적용하기 어려운 가진 가장 큰 문제는 두께가 얇다는 점이다. 아이폰과 같이 슬림한 기기에서 높은 광학 줌을 원할 경우 문제가 된다. 애플은 아이폰 후면 케이스로 렌즈가 튀어나오는 카메라 범프로 이 문제를 해결했지만, 좋은 방법은 아니다. 현재의 아이폰이 2배 광학 줌으로 제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잠망경 렌즈가 이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 잠망경과 같이 45도 각도로 렌즈가 장착돼 있어서 한쪽 끝을 들여다보면 다른 쪽 끝에서 반사된 이미지를 볼 수 있다. 거울 하나만으로 빛을 90도 구부릴 수 있는 것이다. 렌즈의 길이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광학 줌 배수를 더 확대할 수 있다.
삼성은 지난 2019년 잠망경 렌즈 특허를 보유한 이스라엘의 코오포토닉스를 인수했다. 이 특허를 활용해 갤럭시S20 울트라 모델에 잠망경 렌즈 기술을 처음 적용했다.
애플도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이 기술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삼성은 볼 가이드 액추에이터를 이용해 렌즈를 움직인다. 이는 애플이 현재 아이폰용 카메라에 탑재하고 있는 스프링 방식의 액츄에이터보다 더 발전된 기술이다. 정밀하게 제어되는 볼 가이드 방식의 접힌 줌 렌즈는 더 많은 렌즈와 더 큰 이미지 센서를 수용할 수 있다.
애플은 관련 특허 문제로 난관에 부딪혔다. 애플은 오랜 공급사인 LG이노텍으로부터 접힌 줌 모듈 공급을 확보하는 한편 삼성전기에서 볼 가이드 액츄에이터를 조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종래 애플의 협력사는 알프스전기와 미쓰미전기였으나 이를 삼성으로 대체하려 했던 것.
줌 촬영에서 중요한 손떨림방지 기술(OIS)은 일반적으로 자동 초점 액추에이터와 통합되어 하나의 모듈을 형성한다. 이미지 센서와 보드를 결합하면 카메라 모듈이 완성된다. 이 때문에 애플은 통합 모듈 전문사인 자화전자의 광학영상 안정화 모듈 공장도 검토했다. 그렇더라도 삼성이 보유한 특허가 적용될 필요가 있다. 이것 때문에 애플의 계획은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애플은 삼성의 특허 기술을 피하기 위해 디자인 변경을 하거나, 특허 사용료를 삼성에 지불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2023년에 잠망경 렌즈를 업그레이드에 포함하려면 올해 중 사양과 공급업체를 마무리해야 하며 부품 공급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