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갈등 지속 카타르 LNG선 건조 프로젝트, 정부는 어디에?

글로벌이코노믹

갈등 지속 카타르 LNG선 건조 프로젝트, 정부는 어디에?

정권 교체 앞두고 담당 공무원들 소극적 대응 머물러
카타르-조선 빅3, LNG선 계약시한 다됐으나 진척 없어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이후 해결책 나올 수 있을 듯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플렉스 오로라'호. 사진=현대중공업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플렉스 오로라'호. 사진=현대중공업
“정부는 어디에 있는 겁니까?”

카타르측의 발주 보류 조치로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은 사상 최대 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건조 프로젝트에 국내 조선사들의 다급함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으나. 외교적으로 접근해 갈등을 해소해줘야 할 정부의 성의있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29일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발주 주체인 카타르에너지의 2년 전 선가 계약 요구는 그동안의 협상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지금 선가는 그 때보다 너무나 높은 가격으로 뛰어올랐다. 통상 최초 선박 발주 계획 발표와 협상을 통해 최종 건조계약을 체결하는 기간 동안 시황의 뚜렷한 변화가 생길 경우, 즉 철강재와 기자재 등의 가격 흐름에 따라 선가를 조율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카타르에너지 측은 2000년 6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 빅3와 LNG 운반선 발주 권리를 보장하는 약정서(Deed of Agreement)를 체결할 당시 평균 선가보다 높은 가격에 합의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조선 빅3도 이는 인정하지만 예측을 뛰어넘은 힘든 수준의 급등 현상을 감내하기는 너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두척도 아닌 100척이 넘는 대규모 물량의 피해가 너무나 크다는 것이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조선사들은 우리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형으로 보면 이번 계약은 민간대 민간 차원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가간 계약이라고 보는 게 맞다. 카타르에너지는 국영 기업이이며, 사드 셰리다 알카비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이기도 하다. 따라서 2000년 계약식 때 장관 격 행사로 치르고 싶다는 카타르 측의 요청에 따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했다.

이에 정부는 당시 계약을 조선산업 부흥에 기여한 큰 성과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외교가 읽궈낸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홍보했다. 이 말대로라면 어쨌건 정부도 계약의 일정 책임이 있다.

각 조선사 협상단들은 그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으나 카타르에너지측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3월 말로 예정됐던 대우조선해양과의 첫 건조계약 시한은 이미 넘어가 연장했고,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도 곧 만료된다.

조선 빅3는 일단 시황이 안정될 때까지 계약을 최대한 늦추길 희망하고 있다. 17만4000㎥급 LNG 운반선 평균 건조 가격은 1억8000만달러대에서 현재 2억2000만달러로 올랐으며, 앞으로도 더 올라 2억000만달러라는 2014년 당시 사상 최고치 수준에 이르거나 이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이럴 경우 계약의 불확실성을 장기간 안고 가야 한다는 불안감은 이어진다.

당장 해결 가능한 방안은 정부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카타르와 같은 중동 국가들은 대규모 거래에서 국가간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관례가 있다. 우리 정부가 카타르 정부에 요청하면 타협의 물꼬를 틀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조선업계는 정부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대통령 선거 이후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현 정부의 공무원들이 관심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게 아니다. 지난달 17~21일의 일정으로 김부겸 국무총리가 터키와 카타를 방문했을 때, 조선업계는 김 총리를 통해 계약 체결에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카타르에서 김 총리는 일상적인 수준에서 문제 해결에 힘을 실어달라는 당부 정도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던 조선 빅3로서는 허탈한 분위기다.

협상 난항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산자부가 문승욱 장관 명의로 카타르 정부에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카타르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후 발주 보류를 결정했다.

카타르 정부가 단호한 입장을 취하는 배경은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정권 교체기라는 한국내 정치적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은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마지막 날까지 임무를 다하겠다고 하지만 공무원들로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새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괜히 앞장서서 계약 추진을 서둘렀다가 손실이 불가피하므로 조선사는 물론 선박 수주에 필수적인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을 발급해 줘야 하는 국책은행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은 조용히 덮어두자는 심리가 강하다.

만약 협상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조선 빅3가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카타르에너지와의 협상을 끝낼 가능성도 있다. 최초 계약당시 조선사에게 불리한 독소조항이 담겨 있어 계약 파기시 거액의 패널티를 물어야 하지만 저가 수주에 따른 피해보다는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말 그대로 최악의 경우에 한정한 것이다. 일단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과 함께 출범하는 새정부가 관심을 보일 경우 카라르 정부도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초 4척의 LNG운반선을 수주한 중국이 이를 통해 한국 물량을 빼앗아 LNG선 건조시장의 패권을 차지하는 발판으로 삼겠다고 나오고 있으나, 건조기술과 품질 면에서는 한국 조선 빅3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카타르는 현재 개발하고 있는 유전에서 퍼올린 LNG를 2027년부터 운송해야하기 때문에 한국과 기싸움을 벌일 여유가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해주길 희망한다”면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