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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디에스 폭스바겐 CEO "우크라 사태 대화로 끝내자"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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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디에스 폭스바겐 CEO "우크라 사태 대화로 끝내자" 발언 논란

헤르베르트 디에스 폭스바겐 CEO가 최근 출시한 전기 미니밴 ‘ID.버즈’에 올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9일(현지시간) 마련한 자동차 업계 관련 온라인 포럼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트위터이미지 확대보기
헤르베르트 디에스 폭스바겐 CEO가 최근 출시한 전기 미니밴 ‘ID.버즈’에 올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9일(현지시간) 마련한 자동차 업계 관련 온라인 포럼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트위터
유럽 최대 완성차 제조업체인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헤르베르트 디에스 최고경영자(CEO)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과 관련해 내놓은 입장 때문에 논란에 휩싸였다.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더 심화되면서 폭스바겐을 비롯한 관련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협상을 통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러시아에 맞서 결사항전을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잇단 제재조치를 미국과 함께 주도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입장과 배치하기 때문이다.

◇디에스 “우크라 사태 이전으로 빨리 돌아가야”


디에스 CEO는 영국 유력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이하 현지시간) ‘자동차의 미래’라는 주제로 주최한 온라인 포럼에 참여한 자리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끝내고 전세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개방경제와 자유무역이라는 가치를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디에스 CEO는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국제교역이 지속적으로 불안해지면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이고 전세계 경제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협상을 통해 빠져나오는 출구전략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제안으로 풀이됐다.

폭스바겐은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이어 전세계 자동차 판매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더 나빠진 글로벌 공급망 경색으로 지난 3월부터 드레스덴 공장과 츠비카우 공장을 비롯한 독일내 일부 생산시설의 조업을 중단한 상황이다. 러시아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일도 중단됐다.

디에스 CEO의 설명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일부 생산라인이 멈춘 것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폭스바겐에 와이어링 하네스와 전기전자 부품을 공급하는 우크라나이나 협력업체들이 조업을 중단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우크라이나 정부 반발


FT는 디에스 CEO의 이같은 발언은 독일 정부는 물론 잇단 제재 조치를 통해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는 EU 회원국 지도자들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전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7주년 기념행사에서 행한 연설에서 “유럽이 러시아의 야만적인 무력 도발에 굴복하는 일은 선택지에 없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무기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독일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디에스 CEO의 발언 사실이 알려진 뒤 우크라이나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은 FT와 가진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관계를 끊고 러시아가 전쟁을 중단할 수 있도록 압박하고 외교무대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독일 대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적절한 전략”이라며 디에스 CEO의 발언을 비판했다.

◇러시아 보복조치 가능성


그러나 FT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미국과 캐나다와 달리 러시아산 석유나 천연가스 사용을 금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커다란 논란이다.

서방세계의 제재에 맞선 보복 조치로 러시아가 EU 회원국들에 대한 에너지 공급망을 차단할 경우 유로존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FT에 따르면 독일 정부의 의뢰로 최근 실시된 연구용역 결과 러시아가 유로존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중단할 경우 독일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2%가량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BBC에 따르면 EU는 천연가스의 약 40%, 석유의 30%를 러시아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의 강력한 제재로 루블화 가치가 폭락한 문제와 관련해 지난달 1일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으면 EU에 대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최근 서명한 바 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