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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보호주의 본격화로 대규모 글로벌 기아 위기 우려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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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보호주의 본격화로 대규모 글로벌 기아 위기 우려 고조

러, 우크라 침공계기 공급망 문제로 가격 폭등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수출 항구를 봉쇄함에 따라 곡물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 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자국 식량 안보를 내세워 수출을 중단하면서 글로벌 기아 위기가 우려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수출 항구를 봉쇄함에 따라 곡물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 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자국 식량 안보를 내세워 수출을 중단하면서 글로벌 기아 위기가 우려된다. 사진=로이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대규모 글로벌 기아 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를 봉쇄함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곡물을 수출하기 어렵게 됐다. 인도, 인도네시아 등 주요 곡물 수출국들은 자국 식량 안보를 내세워 곡물과 식품 수출을 중단하는 '식량 보호주의'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곡물 생산 국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이나 글로벌 곡물 생산에는 별다른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곡물 공급망 문제로 가격이 폭등해 일부 신흥국에서 필요한 곡물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곡물이 밀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의 30%를 점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항구를 봉쇄해 밀 수출 길을 막았다.

미국 농무부(USDA)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2/2023년에 세계 밀 생산은 2021/2022년에 비해 0.6%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쟁의 참화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가 밀 생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도 인도, 아르헨티나, 캐나다 등이 밀 생산을 늘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밀 생산 부족분을 메울 수 있다고 미 농무부가 밝혔다.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는 밀 수출을 금지했다. 인도는 가뭄으로 자국의 밀 생산이 15~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수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인도에 이어 이집트, 카자흐스탄, 코소보, 세르비아도 밀 수출을 금지했다. 세계 팜유 생산량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식용유 수출국 인도네시아는 지난 4월 28일부터 팜유 원유와 관련 상품 수출을 중단해 식용유 부족 파동을 초래했다가 5월 23일 수출을 재개하기도 했다.

곡물 이외에 비료, 식용유, 팜유 등의 수출을 금지한 국가들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 CNBC 방송에 따르면 최근 곡물 등 식품 수출을 제한한 나라는 아르헨티나, 알제리, 이집트, 인도, 인도네시아, 이란, 카자흐스탄, 코소보, 터키, 우크라이나, 러시아, 세르비아, 튜니지아, 쿠웨이트 등이다.

주요 곡물 생산국의 식량 보호주의로 인해 곡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 들어 밀은 50%, 옥수수와 콩은 각각 32%, 26% 가격이 폭등했다고 보도했다.

유엔은 아프리카 동북부(Horn of Africa) 지역에서만 1300만 명이 심각한 기아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사하라 사막 남쪽의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또 다른 1800만 명 가량이 기아 위기를 맞았다고 외신이 전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은 올여름에 식량난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은 2018~2020년 사이에 밀의 44%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밀 가격은 45%가 올랐다고 아프리카개발은행(ADB)이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면 러시아가 아프리카 지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식량난 해소를 위해 협력하고,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항만 봉쇄를 풀겠다고 밝혔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식량을 볼모로 몸값을 요구한다고 비판하고,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요구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확기인 7∼8월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항구를 폐쇄한 것은 세계 식량 공급에 대한 전쟁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식비, 원자재 가격, 운송 비용이 이미 두 배, 세 배, 네 배로 올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아 위기에 처한 인구가 지난 4∼5년 동안 8000만 명에서 2억7600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개막 연설에서 "러시아의 흑해 봉쇄로 수출 중단된 곡물이 2200만t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량(1억7000만t)의 13%에 해당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