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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홍콩 명물 ‘점보킹덤’ 수상식당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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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홍콩 명물 ‘점보킹덤’ 수상식당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홍콩의 명물 ‘점보킹덤’ 수상식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예인선에 끌려 홍콩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SCMP이미지 확대보기
홍콩의 명물 ‘점보킹덤’ 수상식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예인선에 끌려 홍콩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SCMP


지난 반세기 동안 홍콩의 명물로 통했던 수상식당 ‘점보 킹덤’이 운영난 때문에 폐업한데 이어 그 모습조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최근 예인선에 이끌려 모처로 향하던 과정에서 침몰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세계적인 영화배우 톰 크루즈를 비롯한 유명인사들이 찾을 정도로, 영화 007시리즈의 촬영장소 등으로 쓰일 정도로 유명세를 날린 홍콩의 대표 상징물이었으나 홍콩 인근 남중국해 해상에서 전복되면서 바다 아래로 사라졌다.

◇모처로 향하던 중 19일 남중국해 해상서 침몰


21일(이하 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명나라 때 궁전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길이 80m, 3층 구조의 대형 선박인 점보 킹덤은 50년 가까이 영업한 홍콩에서 지난 14일 예인선에 끌려 출발해 지난 19일 남중국해 파라셀제도(시사군도) 인근을 지나던 중 전복 사고를 당해 침몰했다.

점보 킹덤의 운영사인 애버딘레스토랑엔터프라이즈는 전날 발표를 통해 “점보 킹덤이 시사군도를 지나가던 중 악천후로 전복돼 침몰했다”면서 “점보 킹덤이 침몰한 지점의 수심이 1000m 이상이나 돼 인양 작업이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밝혔다.

애버딘레스토랑엔터프라이즈는 다만 이번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발표가 있은 뒤 홍콩 당국은 점보 킹덤이 어떻게 침몰 사고를 당했는지에 대해 상세한 보고를 할 것을 애버딘레스토랑엔터프라이즈에 지시했다. 이번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해 관계 당국이 조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CNN은 전했다.

CNN은 “점보 킹덤의 침몰 사고를 두고 애석하게 여기는 홍콩 주민들의 반응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널리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점보 킹덤의 불행한 말년


영업 중이던 시절의 홍콩의 명물 ‘점보킹덤’ 수상식당. 사진=애버딘레스토랑엔터프라이즈이미지 확대보기
영업 중이던 시절의 홍콩의 명물 ‘점보킹덤’ 수상식당. 사진=애버딘레스토랑엔터프라이즈


마카오의 카지노 배절 스탠리 호가 지난 1976년 개업한 점보 킹덤이 심각한 운영난에 시달린 끝에 폐업에 이른 시점은 지난 2020년 3월.

점보 킹덤은 과거의 명성을 잃으면서 이미 10년 가까이 영업 적자에 시달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점보 킹덤은 홍콩 주변의 수산업이 퇴조하면서 손님이 점차 줄어든 끝에 지난 2013년부터 적자에 시달리기 시작했으며 2020년초부터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극심한 운영난에 봉착, 2020년 3월 결국 잠정 폐업 선언으로 이어졌다.

폐업 발표 당시 애버딘레스토랑엔터프라이즈가 입은 누적 영업 손실은 1300만달러(약 168억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를 새로 모으는 등 회생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관리비와 운영비가 워낙 많이 들어가는 구조의 식당이라 투자자들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고 했다. 영업과 관계 없이 점보 킹덤에 들어가는 유지관리비만 연간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명물을 되살리자는 여론에 따라 홍콩 자치정부인 홍콩 특별행정구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생시키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캐리 람 행정장관이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구체화되지 못했다.

점보 킹덤을 새로 맡겠다는 새로운 운영자나 투자자가 선뜻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애버딘레스토랑엔터프라이즈가 점보 킹덤을 굳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했던 이유는 영업허가 기간이 이달말로 끝날 예정이었기 때문.

점보 킹덤은 현재의 영업장소를 비워주기 위해 동남아시아 모처에 있는 조선소로 향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