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와 15일 만난 뒤 열린 회견에서 사우디가 원유 증산을 위한 추가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우디는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다. 사우디는 원유 증산 문제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에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는 OPEC 플러스의 실질적인 리더 국가이다.
이번 회의는 원유 증산과 국제 유가 동향에서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미국의 압박이 OPEC+에 먹힐지, 아니면 러시아가 원유 증산을 막을지 결판이 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 유가와 미국 내 휘발윳값 하락을 위해 OPEC+의 리더 국가인 사우디에 증산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국제 유가 하락을 위한 증산에 협조할 리 없다.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유가 상승으로 인해 원유 수출 대금으로 우크라이나 공격에 필요한 전비를 충당하고 있다.
OPEC+는 지난 6월 30일 회의에서 8월 석유 증산량을 6월 초 결정한 하루 64만 8,000배럴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 기구는 당시에 9월 이후 증산 정책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OPE+는 지난 6월 2일 회의에서 7∼8월 증산 목표를 기존 방침보다 50%가량 늘리기로 했었다.
문제는 OPEC+가 원유 증산에 합의해도 실질적인 증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5월에 이 기구가 합의한 원유 생산량에 비해 실제로는 하루에 270만 배럴가량 덜 생산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이 기구가 채우지 못한 목표량의 절반가량은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서방의 원유 금수 등 제재를 받고 있어 원유 생산량이 감소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지난 5월에 OPEC+의 원유 증산 할당량을 채우지 않았다. 사우디는 국제사회의 증산 요구에도 불구 애초 할당량에서 하루 12만 5,000배럴이 모자란 생산량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러시아처럼 OPEC+ 회원국이 합의한 생산량을 채우지 못하면 그 쿼터를 다른 회원국에 넘겨주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 그런 방안에 관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외신이 전했다.
국제 석유 업계는 OPEC 플러스 회원국 중에서 원유 증산을 할 수 있는 나라는 사우디와 UAE 두 나라밖에 없다고 평가한다. 두 나라가 힘을 합하면 하루에 300만 배럴의 원유를 증산할 수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이는 글로벌 원유 생산량의 3%가량에 해당하고, 미국과 유럽연합 등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로 인해 국제 석유 시장에서 줄어든 원유 공급 규모와 비슷하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