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6, 7월 연속으로 기준 금리를 0.75% 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고, 경기 부양을 위한 양적완화(QE) 정책을 통해 시중에 풀었던 돈을 회수하고 있다. 연준은 6월 15일부터 보유 자산 규모를 줄이는 양적 긴축에 돌입해 매달 보유 채권 규모를 475억 달러씩 줄이기 시작했고, 9월부터 950억 달러씩 줄인다.
연준은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빠지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이 내려가는 ‘연착륙’(soft landing)을 시도하고 있다. 로이터는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 수단을 동시에 동원하면 연착륙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이 이미 기술적 침체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경제의 하강 속도를 줄이려면 금리 보다는 양적 긴축 분야에서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융우 마 BMO 선임 투자 전략가는 로이터에 “연준이 양적 축소의 규모를 재조정하거나 이를 조기에 종료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도이치방크는 연준이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9월쯤 금리 인하로 돌아서고, 혼선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양적 긴축도 종료할 것으로 내다봤다.UBS도 향후 양적 긴축 시나리오가 경기 사이클과 인플레이션이 가는 방향에 따라 바뀔 수 있고, 현재 연준의 계획은 지나치게 공격적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은 6월부터 매달 최대 국채 3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기관채를 최대 175억 달러씩 축소하고, 3개월 후인 9월부터 매달 국채 최대 600억 달러, MBS·기관채 최대 350억 달러씩 축소할 계획이다. 만기 도래한 채권은 연준 포트폴리오에서 사라지고, 재투자가 되지 않는다.
웰스파고 투자 연구소는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2023년 말까지 1조 5,000억 달러 감소해 7조 5,0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소는 1조5,000억 달러의 대차대조표 축소가 또 다른 75~100bp의 긴축(금리 인상)에 해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5%로 전달의 9.1%에 비해 크게 내려갔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도 전달에 비해 0.5% 포인트 떨어졌다. 연준은 9월 20,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다. 연준이 9월에 금리 인상 폭을 0.5%와 0.75% 포인트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할지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뉴욕 선물시장은 0.5% 포인트 인상 확률을 63.5%로 봤다.
연준이 6월부터 QT를 시작했으나 지난주 기준으로 연준이 보유한 채권 규모가 거의 9조 달러에 달한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증권 회사 제프리스의 토마스 시몬스 이코노미스트는 “아직까지 QT가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연준의 지급준비금은 지난해 12월 4조 3,000억 달러였으나 현재 이보다 1조 달러가 줄어 3조 3,000억 달러가량이다. 이는 시장의 예측보다 빠른 감소라고 로이터가 지적했다. 연준의 지급준비금이 더 크게 줄어들지 않도록 QT 속도 조절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준은 대차대조표의 적정 규모에 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지만, 대체로 GDP의 9% 가량이 적절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