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트위터 인수 파기 재판 연기 머스크 요청 왜 기각됐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 계약 파기를 놓고 머스크 CEO와 트위터 경영진 사이에 예정된 재판이 양측의 날선 신경전으로 재판이 열리기 전부터 후끈 달아오른 가운데 당초 예정대로 다음달 17일(이하 현지시간) 시작하게 됐다.

전직 트위터 보안책임자가 트위터 경영진에 불리한 폭로를 쏟아내자 오는 11월로 재판 개시 시점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 예정대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트위터 측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그러나 재판 구도가 트위터에 유리하게만 형성된 것도 아니다. 재판부가 트위터의 가짜계정 문제가 심각해 인수를 철회했다는 머스크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폭로를 한 피터 자트코 전 트위터 보안책임자의 폭로 내용을 변호인단의 반대 변론 내용에 추가하는 것을 허용해달라는 머스크 측의 요청은 받아들였기 때문.

◇머스크 측이 요청한 재판 연기 요청 기각돼

7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열린 변론 준비기일에서 양측의 주장을 청취한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의 캐슬린 맥코믹 판사는 머스크 측 변호인단이 요청한 재판 연기 요청을 이날 기각했다.

머스크 측은 트위터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전직 직원에게서 중요한 폭로가 나왔기 때문에 이를 변호인단 변론에 새롭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재판 개시 시점을 한달간 연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
맥코믹 판사는 “재판이 늦어질수록 원고에게 회복할 수 없는 불이익이 커질 위험이 있다”면서 “한달이나 재판을 늦춰달라는 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정했다.

전날 준비기일에서 트위터 측 변호인단은 “자트코의 주장이 설령 사실이라 해도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계약을 파기한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는 될 수 없다”며 재판 연기 요청을 기각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주장했다.

트위터 측은 지난 1월 해고당한 자트코가 평소 회사에 대한 불만이 컸다면서 개인적으로 앙심을 품고 폭로를 한 것인데 머스크 측이 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트코는 머스크를 개인적으로 알지도 못하며 자신의 폭로가 머스크의 재판과는 전혀 무관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다만 맥코믹 판사는 자트코의 폭로를 이번 재판의 변론에 사용하게 해달라는 머스크 측 변호인단에 요청은 “새롭게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는 재판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받아들였다.

머스크 측 입장에서는 자트코를 증언대에 직접 세우는 것까지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자트코의 주장을 적어도 법정에서 활용해 트위트 측에 대한 공세를 높이는 일은 가능해진 셈이다.

머스크 측은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머스크 측 변호인단의 알렉스 스피로 변호사는 이날 낸 성명에서 “재판부가 자트코의 폭로 내용을 이번 재판에 참고하기로 허용한 것은 이번 재판이 진실에 더 가깝게 가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위터는 “예정대로 재판이 다음달 17일 열리게 됐으므로 당초 계약한 조건대로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재판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트위터와 지난 4월 합의한 인수가격은 440억달러(약 55조원)였으나 머스크가 지난 7월초 가짜계정 문제 등을 이유로 계약 파기를 선언하자 트위터 측이 바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