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0여 년 동안 미국은 세계 최고의 제조 경제로서의 지위를 잃어갔다. 21세기 동안 글로벌 절대 생산량은 증가했지만 세계 제조업 GDP와 총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하락했다.
실제 부가가치 측면에서 제조산업은 1990년대 4.9%에서 지난 20년 동안 각각 1.4% 성장에 그쳤다. 극적으로 둔화되었다. 최근 성장의 대부분은 제조산업이 아닌 디자인,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활동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제조 회사와 제조 공장의 수는 1997년 이후 약 25% 감소했다.
제조산업에서 생산하는 물량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해서 사용하는 구조다. 이런 구도가 고착화되면서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저학력 백인 근로자들의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자 이들의 목소리가 집단화되면서 제조산업의 국내로 복귀 운동이 일어났다.
또한, 중국 도전이 거세게 일어나면서 제조업을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미국 적자의 가장 큰 부분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했다. 재정적자가 무역 불균형으로 계속 누적되는 것도 제조업 부흥의 이유다.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미국은 중국의 제조 생산 네트워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미국의 제조산업 실상을 정확히 들여다보고 제조업을 부활하려는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의 도전에 긴장
미국은 현재 중국과 강대국 경쟁을 펼치고 있다. 중국이 승리하면 권위주의 우위의 사회에 살아야 하고, 미국이 승리하면 개인과 국가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민주주의적 체제에서 살 수 있다. 승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모든 영역을 새롭게 하는 혁신적인 과학기술의 힘이다.
중국은 5개년 계획을 통해 당과 국가가 산업정책을 관리한다. 중국은 미국 상업 및 군사 리더십에 도전할 수 있는 강력한 국가로 만들려고 한다.
베이징은 워싱턴과 달리 국가 안보가 반도체, 드론, AI 같은 상용 기술과 군이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믿는다. 중국은 압축성장 과정을 통해 군사와 민간 융합시스템을 발전시켜왔다. 즉, 상용 기술회사와 국방 생태계를 긴밀하게 결합하여 생산 네트워크를 가동하는 생태계를 육성했다.
중국은 과거 3개의 5개년 계획을 사용하여 반도체, 슈퍼컴퓨터, AI, 기계 학습, 우주 접근 및 생명공학을 포함한 핵심 기술에 투자했다.
베이징은 이런 계획을 지원하기 위해 정교한 민관 금융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 기술 자금 규모는 7000억 달러를 넘는다. 이는 중앙ㆍ지방 정부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영역에서 민간 벤처 캐피털 및 국유 기업과 결합해 투자하는 재원이 되었다.
이런 투자를 통해 중국은 제조산업에 있어 최첨단 기술 수준은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중급 내지 하급 기술에서는 상당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급 기술의 챔피언인 독일이나 일본에 비해 기술력이 70~80% 수준에 도달했고 저급 기술은 거의 100% 숙달한 상태다.
과학기술에서 챔피언의 위치에 있는 미국에게 비교 대상이 없었다. 대조적으로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경제에서 계획은 ‘시장’이 주도했다.
시장이 자원을 가장 잘 할당하고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것이 경제적 번영을 위해 가장 좋다는 논리가 압도했다. 무엇보다 이익을 최적화하는 것은 비용을 낮추기 위해 제조 및 전체 산업의 오프쇼어링으로 이어졌다.
투자자들은 하드웨어, 반도체, 첨단 제조, 운송 인프라 및 기타 핵심 산업 대신에 소셜 미디어, 전자 상거래 및 게임과 같은 장기적인 자본 투자 없이 가장 빠르고 최고의 수익을 내는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탈냉전과 세계화로 미국 유일의 단극체제에서는 이익 우선 전략은 미국의 기술 우위에 필적할 만한 다른 국가가 없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세계화와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틀에서 성장한 중국이 글로벌 시장의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했다.
미국은 중동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테러세력 등 비국가 행위자들과 싸우는데 시간과 자금을 너무 많이 투입했다.
중국이 야망을 갖고 세계 리더로서 미국을 능가하려는 국가적 의지를 표출하였지만 자유 시장경제의 수혜를 누리고 있으므로 결국 설득을 하면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존중하고 따를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중국의 도전은 더 거세졌다. 시진핑은 중국몽 실현을 위해 거침없이 미국이 수립한 세계질서에 도전장을 내기 시작했다.
중국의 기술 절취와 지적재산권 탐욕은 하향식 국가 산업 정책으로 이어져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중요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제치고 선두 주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과학기술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때때로 불필요하고 낭비적이었지만 이러한 투자의 합계는 극초음속 무기, 탄도 미사일을 포함해 미국을 긴장으로 내몰았다. 뿐만 아니라 우주, 반도체, 슈퍼컴퓨터, 생명공학의 급속한 발전은 눈에 두드러졌다.
이 모든 것은 빠르면 2035년 더 나아가 2049년까지 중국이 미국에 대한 상업적 및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목표에 의해 추진되는 것이었다.
◇미국의 대응 본격화
미국에서 제조업은 GDP에서 2조3000억 달러(11%)를 차지하고, 직접 고용 1200만 명(8%)를 담당하며, 수백 개의 지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은 비중은 적지만 국가 자본 투자 20%, 생산성 성장 35%, 수출 60%, 기업 R&D 70%를 포함하여 경제적 성장에 직ㆍ간접적으로 기여한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경험하면서 중국의 도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 경제의 건강성을 확보하려면 제조업 부흥이 필요하고 판단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주요 제조산업의 성장과 경쟁력을 회복하면 2030년까지 미국 GDP가 15% 이상 증가할 수 있다. 이는 2021년 GDP를 기준으로 약 3조5000억 달러의 증가를 의미한다. 중국의 GDP 추격을 따돌리는 긍정적 신호가 된다.
미국은 중국의 도전에 대해 2021년 그랜드 전략을 마련했다. 중국이 과학기술력에서 결코 미국을 앞지를 수 없도록 안팎에서 봉쇄와 견제, 혁신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은 코로나 기간 동안 마스크와 코로나 테스트 시약 및 개인보호용 장비 같은 품목의 95%가 중국에서 수입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이런 제품을 생산할 네트워크가 없었다. 그만큼 제조업이 취약했다.
이런 위기감 때문에 과거 볼 수 없었던 정부의 시장 개입이 입법부의 법 제정으로 가능해졌다. 미국 경쟁력법, CHIPS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이 만들어졌다.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문을 더 크게 열었다.
리쇼어링, 온쇼어링, 프랜드쇼어링이 일상화되고 제조업 일자리가 늘어나는 만큼 소요되는 고급 인력을 육성하는 대학 교육, 특히 STEM 교육도 늘어날 것이다. 학자금 융자에 대해 완화적 조치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산업구조도 바꾸려고 한다. 고급 일자리를 늘리고 좋은 급여체계와 근로의 조건을 만들어가면 미국민들이 더 나은 교육을 받으려고 할 것이다.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갖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각종 보호장치도 더 개발하려고 한다. 바이든은 중간선거 이후 이를 위한 정책에 도전할 의향을 드러냈다.
제조업 부활은 특히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중간 숙련 노동자들 사이에 최대 150만 개의 일자리를 추가할 수 있다. 이는 미국 노동 시장을 재조정하고 중산층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중국의 정부 주도의 천문학적 자금 투자에 대응해 미국도 미래 기술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이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특성을 감안해 정부 차원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등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과거 글로벌 최고의 연구개발 국가였다. 하지만 지금은 9위에 불과하다. 중국이 2위다. 과학기술력의 발전을 위해 정부 차원 핵심 미래 기술 개발에 대한 집중적 연구개발 지원에 나서려고 한다.
또한, 민간 차원에서도 과학기술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새롭고 파괴적인 기술에 대한 미국 억만장자들의 투자 움직임은 중국이 갖지 못한 미국만의 경쟁력이다.
예를 들면, 머스크는 우주 상업시대를 열기 위해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를 키우고 있다.
벤처캐피털은 대개 자금이 풍부해도 10년 이내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하는 데 기술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기술이 ‘죽음의 계곡’에서 살아 남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다. 미국 프론티어 기금(America’s Frontier Fund(AFF)이다. 이 펀드는 미국이 과학기술 분야에 초점을 맞춘 중국의 자본 공격에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주요 심층 기술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AFF는 공공 및 민간 출처에서 10억 달러의 자본을 조달하고 핵심 기술 및 전략적 투자를 식별하는 데 전적으로 집중할 계획이다.
펀드를 비영리로 설정하면 국가를 위한 장기 투자에 집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익에 초점을 맞춘 대규모 상업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
AFF에는 경험 많은 벤처 캐피털리스트, 세계적 수준의 과학자 및 스타트업 인큐베이션 팀으로 구성된 특별한 팀이 있다. 이 팀은 국가 안보와 새롭고 파괴적인 기술의 교차점에 대한 독특하고 깊은 이해를 갖고 있다.
단일 펀드가 중국이 하는 막대한 투자를 감당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FF의 시장 주도적 접근 방식은 중국이 갖지 못한 미국만의 창의와 혁신의 결정체다. 이 펀드의 효능과 한계는 결국 미 정부와 의회를 움직여 중국에 대항하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게 된다.
한편, 미국의 제조 프로세스에 대한 대규모 변경은 10년 또는 20년이 걸릴 수 있다. 미국의 제조산업이 현상에서 벗어나려면 창의성, 헌신 및 상당한 혁신이 필요하다. 이는 결국 제조산업의 성공은 CEO의 기업가정신 제고와 현장의 지식 근로자의 창의와 혁신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지금 미국 기업의 혁신가들은 디지털 시대의 다음 단계를 위한 프로세스, 기술, 인력 및 문화를 업데이트하고 변화하는 수요, 투자자, 규제 기관 및 고객의 욕구를 탐구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