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외환 시장에서 달러화 가격이 치솟는 ‘킹달러’ 추세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는 자국 화폐 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품 가격 상승, 달러화 표시 채권 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 증가 등으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식품을 비롯한 수입품 비중이 높은 개도국들이 경제난에 직면했다.
또한 달러화 강세로 인해 미국의 수입품 가격이 하락해 이것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는 달러화 강세로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생산 활동이 둔화할 수 있고, 이것도 인플레이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주요국들이 달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해 취한 공동 조처인 1985년 ‘플라자 합의’를 다시 시도해야 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달러화 강세는 미국 경제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디스 위원장이 주장했다.
플라자합의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5개국 재무장관이 미국 뉴욕 플라자 호텔에 모여 달러 강세를 억제하려고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 강세를 유도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플라자 합의 직전 엔화는 달러당 240엔에 거래됐으나 플라자 합의 이후 장기 강세가 이어지며 1995년에는 엔화가 달러당 80엔에 거래됐다.
미국은 당시에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려고 달러화 강세를 통제했다. 그러나 지금은 물가를 내리는 게 급선무여서 ‘신 플라자 합의’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국 연준 부의장은 지난달 30일 미 달러화 초강세로 다른 나라들에서 추가적인 긴축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뉴욕 연방준비은행 주최로 열린 '통화정책을 위한 금융 안정 고려사항'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모든 것을 고려할 때 달러 가치 상승은 미국에서 수입 물가를 줄이는 경향이 있지만, 일부 다른 나라들은 통화 가치 절하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이를 상쇄하기 위한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부채 또는 기업 부채가 높은 나라들에서 높은 금리가 채무 상환 부담을 늘리는 등 추가적인 충격이 일어나 금융 취약성이 심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고, 일부 신흥시장 국가에서는 높은 금리가 선진국들의 수요 약화와 맞물려 자본 유출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달 21일 FOMC 회의가 끝난 뒤 제시한 점도표를 통해 기준 금리가 연말까지 4.4%(4.25~4.5%)까지 오르고, 내년 말에는 4.6%(4.5~4.7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11월, 12월에 열리는 FOMC 회의에서 기준 금리가 1.25%포인트 인상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11월에 0.75%포인트, 12월에 0.50%포인트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월가는 예상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