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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가 '스마트폰 사업 진출' 뜻 밝힌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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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가 '스마트폰 사업 진출' 뜻 밝힌 진짜 이유

일론 머스크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
일론 머스크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

애플과 구글이 화들짝 놀랄만한 일을 일론 머스크 트위터 새 총수가 예고해 파장이 일고 있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분점하고 있는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기반한 스마트폰과 경쟁할 새로운 종류의 스마트폰을 개발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은 소문 차원에서는 더러 제기된 바 있지만 머스크가 직접 나서 못할 것도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라서다.

그러나 그가 25일(이하 현지시간) 늦은 시간에 올린 트윗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당장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관측이다.

오히려 글로벌 앱 마켓의 양대산맥인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를 각각 운영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머스크가 인수해 수익모델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는 트위터와 애플과 구글이 적대적인 이해 관계로 맞서 있는 것이 실질적인 이유라는 분석이다.

머스크가 구독 서비스를 트위터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추진하고 나섰을 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싸움이 이제 본격화되기 시작됐다, 즉 머스크가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 처음으로 새로운 스마트폰 개발 의사 밝혀

미국의 보수논객 리즈 휠러가 머스크의 트윗에 앞서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
미국의 보수논객 리즈 휠러가 머스크의 트윗에 앞서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


머스크가 새로운 종류의 스마트폰을 만들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자신을 지지하는 보수 논객의 질문에 화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미국 정치평론계의 보수논객이자 팟캐스트 진행자인 리즈 휠러가 이날 올린 트윗에서 “만약 애플과 구글이 트위터를 자신들의 앱스토어에서 쫓아낸다면 머스크가 독자적으로 스마트폰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면서 “그렇게 되면 미국 국민의 절반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을 버리고 머스크가 만든 스마트폰으로 갈아탈 것”이라고 주장하자 이에 댓글을 다는 형식으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맞설 스마트폰을 개발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기 때문.

휠러는 “화성에 인류를 보낼 로켓을 만드는 사람이 그깟 스마트폰 하나 만드는 일은 일도 아닐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고 머스크 역시 마치 기다렸다는 듯 화답한 것.

그는 이같은 글을 올린 뒤 트위터에서 즉석 설문조사도 벌여 26일 현재 13만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51.2%가 찬성한다는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머스크가 스마트폰을 당장 개발하겠다고 밝힌 것은 아니다. 애플과 구글이 트위터를 앱 마켓에서 퇴출시키는 불행한 상황이 오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스마트폰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휠러의 주장대로 애플과 구글이 트위터를 앱 마켓에서 실제로 퇴출시킬 일이 있을까. 이는 다소 과장된 표현이라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다만 이른바 ‘인앱 수수료’ 문제로 머스크가 애플‧구글이 정면대결하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는 관측이다.

◇머스크 “인앱 수수료 지나치다” 애플‧구글에 사실상 선전포고


인앱 수수료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 소비자들이 앱을 구매할 때 앱마켓 자체에서만 결제가 가능하도록 애플과 구글이 자체 개발한 결제 시스템을 통해 결제하는 과정에서 애플과 구글이 떼어가는 돈을 말하는 것으로 앱 상품 결제액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30%다.

이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이들 앱마켓을 통해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앱 개발자들로 이들은 인앱 수수료가 두 거대기업이 사실상 강제적으로 물리는 ‘통행세’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전세계적으로 두 대기업이 물리는 인앱 수수료에 대해 독점적인 불공정 행위라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 국회가 지난해 8월 인앱 결제를 강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으로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머스크의 트위터와 애플‧구글간 정면대결이 불가피한 이유 역시 인앱 수수료 때문이다.

유료화 방침으로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머스크가 트위터에 가짜계정이 범람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그동안 돈을 받지 않고 제공했던 트위터 계정 인증 서비스를 유료화해 다음달 초 출시하기로 한 것이 단적인 예다. 트위터 계정 인증 서비스가 매달 8달러(약 1만원)를 내야 이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로 바뀌게 된 것.

머스크가 인수하기 전부터 ‘트위터 블루’라는 프리미엄 트위터 서비스가 유료로 운영돼왔으나 그 차원을 넘어 계정 인증 서비스 자체를 유료화해 자신이 주장해온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가짜계정을 최소화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동시에 수익창출도 꾀하겠다는 2중 포석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머스크가 지난 19일 올린 트윗에서 인앱 수수료 문제를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나서면서 양 측의 싸움이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이 트윗에서 머스크는 “앱 스토어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싼 것은 현재 양대 모바일폰 운영체제인 iOS와 안드로이드OS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애플과 구글이 전세계 앱시장을 ‘복점’하고 있다고 규정한 셈이다.

그는 나아가 “이들이 거두는 인앱 수수료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물어야하는 숨겨진 ‘30% 통행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수많은 앱 개발자들이 주장한 내용, 즉 두 거대기업이 최대 30%씩 챙기는 수수료의 부당함을 머스크가 직접 강조하고 나선 셈이다.

머스크는 미국 법무부가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최근 뉴스를 공유해 자신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점을 뒷받침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머스크의 이같은 행보 자체가 애플‧구글에 대한 사실상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트위터 구독 서비스와 인앱 수수료 정면 충돌 양상


일론 머스크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인앱 수수료 문제와 관련해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
일론 머스크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인앱 수수료 문제와 관련해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

CNBC에 따르면 머스크가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무엇보다 다음달부터 본격 서비스되는 월 8달러의 트위터 계정 인증 서비스로 벌어들일 돈에서 애플과 구글의 인앱 수수료 정책 때문에 최소한 15%에서 최대 30%까지 뜯기는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를 통하지 않고서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서비스 자체를 제공할 수 없는 현실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구독 서비스가 초장부터 인앱 수수료라는 장벽에 막혀 궤도에 오르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라는 것.

트위터가 퇴출되는 상황이 단기적으로 벌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계정 인증 서비스를 유료화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각종 혐오글이나 가짜뉴스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될 가능성은 크다는 관측이다.

트위터에서 콘텐츠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임원으로 일하다 최근 사직한 요엘 로스는 최근 뉴욕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사직할 때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스토어의 관련 부서에서 문의전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머스크의 계정 인증 서비스 유료화 선언 이후 종전 기준에 따르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콘텐츠가 트위터에 최근들어 대거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것.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