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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세계경제 사는 길은 탈세계화 아닌 재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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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세계경제 사는 길은 탈세계화 아닌 재세계화

세계경제가 살기 위해서는 탈세계화가 아닌 재세계화가 답이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세계경제가 살기 위해서는 탈세계화가 아닌 재세계화가 답이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세계화로 많은 국가들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혜택을 누렸다. 부자 국가들은 더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국가들도 무역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

무역이 성장하고 관광과 교류가 증대함에 따라 세계 GDP는 성장했다. 예를 들면, 1990년대 이후 세계화로 인해 세계 GDP의 60% 정도를 무역이 기여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초반대까지 하락했지만 여전히 세계화와 자유무역은 글로벌 성장의 동력이다.
이후 도전을 받던 세계화는 미·중 경쟁이 치열해지고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재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더해지면서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고 핵심 기술 수출을 차단하는 결정을 하면서 중국과 탈동조화가 본격화되었고 탈세계화가 뜨거운 주제가 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탈세계화에 논란을 더했다. 러시아 경제 제재 조치는 일종의 탈세계화였다. 러시아를 세계무역체제에서 배제하는 제재가 가해졌다.

제재는 경제와 세계 무역에 부담을 주었다. 세계화와 경제 통합은 전쟁을 도발하는 국가에 경제 비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제재를 부과하는 국가에 큰 비용을 초래했다. 제재가 실효를 거두려면 가해자에게는 큰 고통을 주고 제재하는 국가에는 고통을 분산해야 한다.

많은 서방 국가의 정치인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자국 보호주의 조치와 역외 생산을 ‘본국으로 송환’하고 있다. 각국은 변화하는 국제정세 흐름을 지켜보면서 생존과 안정을 위해 새로운 경제적 대응을 하고 있다.

◇세계화와 탈세계화, 재세계화의 형성


세계화에 대한 경제적 이점은 매우 강력하다. 국가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를 특화하고, 국제 무역에 참여하고, 비교 우위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누린다.

하지만 세계화의 두 가지 단점은 집중과 의존성이다. 다른 지역적 이점과 결합된 규모의 경제는 더 적은 수의 생산자로 이어지며 종종 소수의 생산자 또는 생산 국가에 의해 지배될 수 있다.

종속성은 외국 상품을 수입해야 하는 필요성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닐 수 있으며, 관계가 나빠질 경우 공급망을 차단해 보복을 할 수 있다.

러시아의 경우 전쟁을 일으키고, 유엔 헌장 원칙을 위반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생산량의 대략 20%를 차지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으로 식량 가격이 크게 상승해 많은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러시아는 또한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10%를 생산하는 국가이며 이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제재로 인해 세계 석유 가격이 상승했다.

결론적으로 세계화는 경제적으로 많은 장점이 있는 반면 갈등이나 전쟁으로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는 불안한 체제이다. 이러한 한계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대응이 필요하다.

서구 세계는 미국 단일체제에서 중국이 부상함에 따라 다극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세계화의 전략적 취약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해 민주와 자유주의 가치를 추구하는 진영에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권위주의 진영의 결합이 야기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을 해소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동맹과 연대의 강화 필요성을 절감했다.

새롭게 발견된 방향은 우방 국가들 간의 보다 전략적인 관계 회복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면 군사적 방어에 자원을 투입함은 물론 진영 내부 간에 보다 강한 결속이 필요하다.

이제 세계가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으로 나뉘는 흐름 속에서 그렇다면 세계 무역은 어디로 갈 것인가? 일부는 탈세계화를 말하고 일부는 일시적 탈세계화 이후에 다시 세계화로 갈 것이라고 말한다.

탈세계화라는 용어는 과거 회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즉 세계화에서 보호무역으로의 전환을 암시한다.

하지만 세계가 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은 세계를 더 윤택하게 하는 자유무역 축소가 아니라 보완이다. 세계에 더 큰 회복력을 제공하고 나쁜 행위자에 대해 더 큰 제재를 가하고, 기후 환경과 인권 측면에서 더 큰 책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무역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재세계화이다. 재세계화는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신뢰할 수 있는 무역 파트너와의 거래 라인을 존중하며 상당한 수준으로 국제무역을 개편하는 것이다.

재세계화는 나쁜 행위자와 자유무역 중단, 중단 후 복구 과정에서 다각화와 재투자를 결합하는 개념이다.

바람직한 방향이긴 하지만 재세계화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은 일반적으로 비교 우위를 추구하는 최소비용 솔루션을 우선한다. 하지만 재세계화는 비용을 수반한다. 개별 기업은 상당한 경제적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이를 감당하려면 정부의 투자와 규제가 필요하다.

따라서 재세계화는 대가를 지불할 용의가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소비재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더 이상 눈을 뗄 수 없다는 뜻이다.

재세계화가 명확한 관점을 갖는 대표적 영역은 에너지이다.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면 재생가능 에너지원이 국내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에너지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가 있다. 수력, 지열, 풍력, 태양광은 모두 현지에서 생산할 수가 있다. 원자력은 우라늄에 의존하지만 우라늄은 신뢰할 수 있는 출처에서 구할 수 있다. 모빌리티의 전기화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

광물과 금속에 대한 의존성은 강력한 지리적 요소를 갖고 있기에 취약성의 원인으로 남아 있다. 문제가 있는 국가에서 수입에 의존할 경우 생산지역을 다양화하거나 대체 물질을 찾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더 높은 생산비용이 수반되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위치에 대한 탐사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높은 비용이 많은 상품 가격을 상승시키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정치적 위험에 대한 일부 노출은 항상 존재하지만 이런 위험을 다양화함으로써 경제적 영향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

중국, 탈세계화를 초래하는 도전 국가


재세계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세계 무역에서 중국의 지위가 재평가 대상이 될지 여부는 중국에 달려 있다.

중국이 마르크스 레닌주의에 입각한 중국식 현대 사회주의를 세계 표준으로 만들고자 하고 본토와 대만을 통일하려는 야망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중국에 대한 투자자, 중국에 대한 수출국, 중국으로부터의 수입국 모두가 대만 전역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혼란에 직면한다. 이렇게 되면 세계경제 통합은 위태롭게 된다.

전쟁이 발발한다면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상업적 이익은 크게 손상될 것이다. 오늘날 중국의 정치적 선택은 중국과 서방의 무역 관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세계경제는 중국의 참여로 엄청난 혜택을 받았고 중국은 단기간에 유례없는 경제 성장을 실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만 해협을 둘러싼 분쟁은 모든 자유민주 국가들이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에 파괴적 고통을 받게 된다. 중국 경제는 러시아보다 약 7~8배 더 크기 때문에 중국과 관련된 경제 혼란이 훨씬 더 파괴적일 수 있다.

중국이 전쟁보다 외교를 선택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보장하는 구조를 개발할 수도 있지만, 민주 진영은 사태가 악화될 수 있음에 대비해야 한다.

민주 진영은 러시아의 예에서 보듯이 푸틴의 야망을 너무 가볍게 보고 대비하지 않았다. 이 엄청난 실수로부터 교훈을 배워야 한다.

◇세계 경제질서의 변화에 요구되는 기업의 자세


기업들은 해외 시장을 떠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경제적 고통을 최소화하는 출구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재세계화는 세계 무역법의 가장 기본적 원칙인 비차별과 관련이 있다. 무역 파트너를 동등하게 대우하는 최혜국 원칙과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내국인 대우 원칙이다.

다극체제로 전환할 경우 세계화 과정에서 존중되었던 이 원칙들이 무시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 원칙이 준수되지 않을 수 있는 변화에 사전 대비해야 한다.

우선 생산지역 철수에 대한 대비다. 기업의 경제적 생존 가능성을 위협받지 않고 해외 투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이다. 비우호적 외국투자는 몰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현명한 투자에는 안전벨트가 있어야 한다. 이는 해당 국가 통화로 된 외국 대출로 투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제재의 경우 자산(해외 공장)이 부채(해외 대출)로 균형을 이루므로 투자는 ‘순제로’다. 투자자는 큰 손실 없이 투자국을 떠날 수 있다.

철수할 때는 노골적인 몰수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신뢰할 수 있는 외국 파트너에게 자산을 넘기는 계획이 포함될 수도 있다.

철수는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나 어떤 회사도 명확한 진출 계획과 고통을 최소화하는 출구전략 없이 변화된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 손실에 직면한다.

철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평화와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자유무역 영역을 재정렬하는 것이다. 자유무역은 언론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포함하여 인권 의무를 충족하는 것이어야 한다.

세계화에 참여하는 것이 독재 국가를 개방한다는 믿음은 중국이나 러시아에 의해 잘못된 것으로 입증되었다. 거래 파트너가 주요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정지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책임을 위해 근로조건과 인권보호 조항을 명시하고 위반할 경우 보상 조건을 명시해야 한다.

미‧중 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상은 탈세계화로 나아가고 있지만 더 윤택한 세상, 지구적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힘을 키우려면 이런 흐름은 중단되어야 한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미‧중 경쟁이 탈세계화로 바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암시했다. 군사적 용도나 첨단 기술 외에는 미‧중 무역이 상호 이익을 위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미‧중 무역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가능한 한 개방 무역을 유지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세계는 일시적인 탈세계화는 감내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를 감당할 수 없다. 재세계화는 도래하겠지만 안정을 위해 글로벌 제도 보완과 다자주의 강화가 꼭 필요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