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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수낵 英 총리 '금수저론' 보수당 몰락 전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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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수낵 英 총리 '금수저론' 보수당 몰락 전조되나

수낵 총리, '사적 건강보험 가입' 답변 거부 파장
공공 건강보험제도 붕괴 위기…민심 이반 확산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출연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BBC이미지 확대보기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출연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BBC
리시 수낵이 영국 헌정 사상 최초의 유색인종 총리로 화제를 모으며 총리로 취임한지 불과 세달만에 수낵 정부에 초비상이 걸렸다.

조기 퇴진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수낵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 조짐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보수당 정부의 정치적 기반을 흔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수낵 총리 본인.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수낵 총리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언급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수낵 총리의 거취 문제를 넘어 지난 2010년 총선에 승리한 이래 12년간 집권해온 보수당 정권의 몰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또다시 떠오른 ‘수낵 금수저론’


수낵 총리발 리스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금수저론’이다.

수낵 총리는 약 1조원대의 자산을 보유한 ‘슈퍼 부호’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음에도 총리 자리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그런 수낵 총리가 다시 재산 문제로 시험대에 오른 이유는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그의 건강보험과 관련한 나온 질문에 대해 보여준 태도 때문이다. 그의 남다른 경제적 지위가 이번엔 제대로 발목을 잡을 분위기다.

BBC 진행자가 사적 건강보험(PMI)에 가입해 있는지를 묻자 수낵 총리는 “개인적인 선택에 관한 문제”라며 모두 세차례에 걸쳐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나 영국 언론에 따르면 그는 답변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불안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진행자가 수낵 총리의 사적 건강보험 가입 여부는 국민적인 관심사라며, 같은 보수당 소속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도 사적 건강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공개한 적이 있다면서 거듭 답변을 요청했으나 “개인적인 문제”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수낵 총리는 거듭된 질문에 “환자의 선택권 보장 차원에서 별도의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으나 자신의 가입 여부에 대해서는 끝내 함구했다.

그러나 BBC에 따르면 수낵 총리의 이같은 인터뷰 방송이 나간 직후부터 영국 사회에서는 사적 건강보험 가입 여부를 밝히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0만명에 달하는 조합원을 둔 영국왕립간호대학 노동조합의 팻 컬렌 위원장은 BBC와 인터뷰에서 “공직자가 사적 건강보험을 이용하고 있는지 여부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밝히는 것은 공직자로서 당연한 일”이라면서 “공직자의 청렴도와 정직성을 파악하는 차원에서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BBC는 “수낵 총리가 사적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으면서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면 전 국민이 이용하는 NHS로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불충분한 것으로 느끼고 있는 것처럼 영국 국민에 비치는 것을 두려워한 때문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적 건강보험 가입 여부 왜 중요한가


수낵 총리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면서도 자신의 가입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별도의 건강보험이란 영국의 민영건강보험(PMI)을 말한다.

영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무상 공공의료 시스템으로 전세계적으로 공적 건강보험제도의 모범으로 통하는 국민보건서비스(NHS)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국민이 이용하는 NHS 외에 경제적으로 사정이 넉넉한 개인이나 복지 차원에서 기업들이 단체로 가입하는 PMI도 시행되고 있으나 가입자는 소수다. 수입 기준으로 상위 약 8%에 속하는 영국 국민이 사적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노동당 예비내각 보건 담당 장관인 웨스 스트리팅은 BBC와 인터뷰에서 “수낵 총리가 사적 건강보험 가입 여부를 묻는 공개 질문에 개인 문제라며 비켜간 것은 NHS가 직면한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어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예비내각은 야당이 집권할 경우에 대비해 미리 구성해놓는 내각이다. 현재 제1야당은 노동당이다.

노동당은 수낵 총리가 전임 총리들도 이용해온 공적 건강보험을 부자라는 이유로 이용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모든 국민이 가입한 NHS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현실을 정부 수장으로서 얼마나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코로나발 의료 수요 폭발로 NHS 붕괴 위기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NHS에 기반한 영국의 공공의료 체계는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사태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가운데 사실상 1차 의료기관으로 주치의 역할을 하는 동네 의원의 진료 예약이 여전히 어려울뿐 아니라 예약을 하더라도 대책 없이 기다려야 하는 등 의료 서비스 공급이 수요를 턱없이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어서다.

NHS는 전 국민에게 포괄적으로 의료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제도로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지금처럼 큰 문제는 없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수요가 폭발하면서 진료 대기 기간이 대책 없이 길어지는 문제를 겪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NHS가 지난해 9월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1차 의료기관의 예약 실태를 최근 설문조사한 결과 예약 당일 진료를 받았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41.5%에 그쳤다. 응답자의 8%는 예약 다음달 진료를 받았고 19%는 2일에서 1주일 후 진료를 받았다고 답했다. 심지어 13.5%는 최장 2주까지 기다려야 했다고 답했고 한달 이상을 대기해야 했다는 응답자도 5%였다.

또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제2야당인 자유민주당이 영국 성인 2061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 4명중 한명꼴로 1차 의료기관 예약이 어려워 인터넷 등을 통해 약을 사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적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한 NHS를 이용하는 영국 국민이라면 응급실에 가야하는 상황이 아닌 한 가입자는 거주지역에 지정된 동네 의원 소속 ‘가정의(GP)’로부터 1차로 진료를 받게 돼 있다.

◇가디언 “수낵 총리, 사적 건강보험 가입 상태”


수낵 총리는 밝히지 않았지만 가디언이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그는 사적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는 상태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수낵 총리와 가족은 수도 런던 서부에 있는 의료기관에서 사적 건강보험을 이용해 진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결과 NHS 가입자들은 보장되지 않은 ‘당일 예약, 당일 진료’ 서비스를 수낵 총리와 가족은 현재 누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수낵 총리처럼 사적 건강보험을 이용하고 있는 영국 국민은 전 국민의 약 8%, 즉 약 500만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공적 건강보험 가입자와 사적 건강보험 가입자가 누리는 의료 서비스가 질적으로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다만 똑같이 예약하더라도 사적 건강보험 가입자가 더 빨리 진료를 받아볼 수 있고 NHS 가입자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일과 후 진료와 주말 진료가 가능하며 이메일이나 전화 진료도 가능하다는 점이 사적 건강보험 가입자가 누릴 수 있는 추가 혜택이다. 필요하면 가정의를 집으로 부르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NHS와는 다르게 무료가 아니기 때문에 매 서비스마다 비용이 발생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예컨대 30분 진료에 250파운드(약 38만원)의 본인 부담금이 발생하고 가정의를 집으로 부르는 경우 400~500파운드(약 60만~76만원), 약 처방 하나에 80파운드(약 13만원)의 비용이 수반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