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투명성법' 올해 시행
소득불균형 해소 소기 성과
급여 평준화 등 실효성 의문
소득불균형 해소 소기 성과
급여 평준화 등 실효성 의문

급여 공개로 남녀 간, 직원 간, 인종 간 임금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회사 측이 공개한 급여의 범위가 너무 넓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회사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일부 ‘슈퍼스타’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21년 콜로라도주가 급여 공개 의무화법을 시행했고, 그 뒤를 이어 뉴욕시, 워싱턴주, 로드아일랜드주, 캘리포니아주 등이 가세했다. 뉴욕주는 올해 9월부터 임금 투명성 법을 시행한다. 매사추세츠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현재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15인 이상 직원을 고용하는 회사는 채용 공고 시 급여 제공 범위를 공개하도록 했다. CNBC는 “미국에서 급여 공개가 널리 확산하고 있고, 곧 일상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올해 말까지 미국 직장인의 4분 1가량이 급여 공개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임금 투명성 법이나 정책이 소득 불균형 해소를 위해 도입됐고,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 법으로 인한 반대 급부도 있다”면서 “직원 간 임금 격차가 줄어드는 대신에 급여가 평준화하는 경향이 있고, 업무 능력에 차이가 있는 직원 간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 법으로 인해 기업이 성과급제를 도입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기업 측은 또 급여 공개로 인해 기존 직원에 대한 봉급 인상을 꺼린다고 NYT가 전했다. 기업 측이 직원을 새로 뽑을 때 봉급 지급 범위를 미리 제시함에 따라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사람도 개별 임금 협상이 어려워 능력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기업이 임금 투명성 법 시행 이후 특별 상여금이나 복지 혜택 제공을 통해 직원들을 차별 대우하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기업들이 급여 이외에 스톡옵션과 보너스 등을 포함하는 총연봉을 공개할 의무는 없다.
지난 2004년부터 2016년 사이에 급여 공개를 시행한 기업을 대상으로 브라운대학 등이 조사한 결과 직원의 봉급이 2%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급여 명세가 공개되면 노동자의 기업 측에 대한 협상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했다.
기업들이 임금 지급 범위를 넓게 제시함으로써 이 법의 규정을 우회적으로 회피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그 대표적인 기업이다. CNBC 등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이 법에 따라 직원의 연봉 범위를 공개하면서 특정 업무의 경우 하한선이 9만 달러(약 1억 1200만 원), 상한선이 90만 달러(약 11억2000만원)라고 밝혔다. 같은 업무를 수행해도 봉급 차이가 10배가 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