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합법과 불법 넘나드는 조세피난처…'한국 이용액'도 연 100억달러 넘는다

공유
1

[초점] 합법과 불법 넘나드는 조세피난처…'한국 이용액'도 연 100억달러 넘는다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 꼽히는 케이맨제도.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 꼽히는 케이맨제도.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지금 경제는 유동성 회수로 인해 금리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유행하면서 돈 가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바로 얼마전 코로나 기간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유동성으로 부자는 더 부자가 되었다. 이들 부자 가운데는 늘어난 돈을 지키는 방법으로 조세 회피처에 돈을 감추는 일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세피난처가 매우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지는 이제 수십 년이 지났다. 한때 많은 정치 지도자들은 “조세피난처는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도 2009년 G20 회의에서 동조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조세피난처는 현재까지 너무나 다양하고 강력한 모습을 보인다. 현재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을 합친 GDP와 맞먹는 10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세피난처는 체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나도 크다. 세금정의네트워크에 따르면 2021년에 전 세계적 손실이 4830억 달러로 추산된다. 병원, 도로 또는 학교를 지을 수 있는 돈이 불법으로 징세 예외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International Consortium of Investigative Journalists)에 의해 폭로되기 시작했다. ICIJ는 10여 년 동안 조세피난처와 금융 비밀의 그늘진 세계를 폭로하는 최고의 조사 뉴스 매체 중 하나로 명성을 쌓아왔다.

2022년은 ICIJ에게 획기적 한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기였다. 새로운 유출을 기반으로 많은 조세피난처와 역외 금융 세계에 더 깊은 탐사보도와 함께 어둠의 세계를 밝혔다.

◇조세피난처의 민낯
조세 피난처 또는 역외 금융은 통상 일반적으로 외부인이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법인세가 낮거나 전혀 없는 국가 또는 지역을 말한다.

조세피난처는 또한 일반적으로 회사 및 소유자에 대한 공개를 엄격히 제한한다. 정보를 추출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조세 피난처는 때때로 비밀 관할 구역이라고도 한다.

대략 10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조세피난처에 숨겨진 돈은 자유시장경제를 위협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체제가 유지된다.

세금을 거부하고 돈을 몰래 빼돌려 다른 나라나 지역에 숨기는 것은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믿음을 뒤흔드는 악덕행위이다.

조세 피난처와 역외 금융으로 인해 전 세계 정부는 기꺼이 받아야할 세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이 연간 800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인 6000억 달러를 훌쩍 넘는 수치다.

일부 비도덕적인 부유한 사람들은 재산을 쌓기 위해 돈을 빼돌리고 세금을 내지 않는 몫으로 새로운 귀족 계급이 된다. 빈부격차는 더 커진다. 부자에 대한 거부감, 체제에 대한 불신을 야기한다.

정부는 세금을 제대로 징수하지 못할 경우 국가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각종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

조세피난처는 전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파나마, 네덜란드 및 몰타와 같은 독립 국가들이다. 미국 델라웨어 주와 같은 국가 내에 있거나 케이맨 제도 같은 영토에도 있다.

ICIJ 조사를 통해 밝혀진 곳도 여러 곳이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큰 역외 로펌 중 하나인 모삭 폰세카(Mossack Fonseca)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있는 수천 개의 조세피난처 법인을 전 세계 고객에게 매각했다.

모리셔스도 기업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자주 이용한 곳이다. 버뮤다도 역외 로펌이 설립되어 운영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인들이 크게 증가한 두바이도 새로운 조세피난처의 핫스팟으로 부상하고 있다.

왜 이들 국가와 지역들이 악명에도 불구하고 조세피난처를 허용하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다. 조세 피난처는 조세피난처 법인을 만들고 사용하는 사람 및 회사가 지불하는 수수료로 상당한 수입을 얻고 있다. 10조 달러 규모의 역외 금융을 숨겨주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는 상상 이상일 수 있다.

조세피난처는 또한 변호사, 회계사 및 비서를 위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리셔스는 조세피난처가 되면서 5000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조세피난처인 케이맨 제도의 한 사무실에는 1만9000개의 법인이 등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조세피난처인 케이맨 제도의 한 사무실에는 1만9000개의 법인이 등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조세피난처 법인들은 일반적으로 정규직이나 사무실이 없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한다. 예를 들어, 케이맨 제도의 한 사무실에는 1만9000개의 법인이 존재한다. 일부 법인은 “해외 회사”라는 용어로도 사용되고 있다. 법인들은 실제 빈 껍질처럼 내부에는 아무것도 없다. 법적으로 종이에만 존재한다.

이들 조세피난처 법인들은 돈, 고급 주택, 지적재산권, 사업 및 기타 자산을 보유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불법 자금의 흐름을 조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불법적인 조세피난처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패, 부정과 연결된다.

한편, 조세피난처를 통한 투자는 상당한 세금 절감을 누릴 수 있어 수익을 추구하는 사람과 기업을 유혹한다. 실제, 마돈나,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같은 인사들도 이용자로 거명된다.

아이슬란드의 전 총리 지그문두르, 나이지리아의 전 상원의장 부콜라 같은 저명인사들도 조세피난처 법인의 도움으로 투자나 고급 주택을 은닉한 것이 드러났다.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주목할만한 인물로는 전 파키스탄 총리 나와즈 샤리프의 아들과 딸, 전 앙골라 독재자 대통령 호세 에두아르도의 억만장자 딸 이사벨도 투자한 사실이 밝혀졌다.

마약왕과 은행 강도, 무기밀매업자, 마피아 두목과 여왕, 뇌물 수수자와 큰 영화제작자도 신원을 숨기고 돈, 자산 및 불법 거래를 은폐하고 있다.

이러한 저명인사들이 조세피난처 법인을 이용하는 것은 이런 행위가 반드시 불법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회피 수단이 존재한다. 이들에게는 절세가 되는 것이다.

조세피난처 법인이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따라 합법과 불법을 넘나든다.

자산을 해외에 숨기는 것은 분명 불법이지만 조세피난처 법인을 통해 호화 요트를 구입하는 것은 불법이 아닐 수도 있다. 변호사와 회계사는 해외에서 현금을 사용하거나 은닉하는 기술적으로 합법적 방법으로 개발하는 데 아주 능숙하다. 법의 맹점, 사각지대를 찾아 제재를 피한다. 이것이 그들의 몸값 여부를 좌우한다.

기업들은 특히 국경을 넘어 거래하는 경우 역외 금융 센터의 자회사를 통해 막대한 세금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약 회사는 버뮤다 또는 네덜란드에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고 해당 법인에 수익성 있는 약물에 대한 특허를 ‘판매’할 수 있다. 이후 모회사는 역외 회사에 큰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할 수 있으며, 이는 더 낮은 수익을 기록하고 더 낮은 세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제약 회사들은 이런 식으로 수십억 달러의 세금징수를 모면했다.

매년 기업들은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여 5000억 달러 이상을 탈세하고 있다. 일부는 본국에서 세금을 거의 또는 전혀 내지 않는다.

이런 방식으로 법인세를 회피하는 기업은 전 세계 최고 기업들이다. 애플, 존슨 앤 존슨, 스카이프가 이런 기업들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기업과 개인이 행한 외국인직접투자(FDI)에서 2021년에 112억 달러(1조5900억 원) 이상이 케이맨 제도와 파나마를 포함한 조세피난처로 향했다고 민주당의 한 국회의원이 밝힌 바 있다.

이는 2021년 총 764억 달러에 달하는 국가 총 FDI의 14.6% 수준이다.

조세피난처로 유입된 투자금은 주로 기업 인수 합병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조세피난처 법인을 통한 탈세 시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새로운 법인을 해외에 설립하고 해당 법인에 특허를 ‘판매’할 수 있다. 이후 모회사는 역외 회사에 큰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할 수 있으며, 이는 더 낮은 수익을 기록하고 더 낮은 세금으로 연결될 수 있다.

수출입은행이 민주당 강준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조세피난처에 대한 한국의 FDI는 2012년 18억1000만 달러에서 2019년 86억 달러로 증가했다. 이 수치는 계속 늘고 있다.조세피난처의 FDI는 2012년 6.1%에서 2019년 기업과 개인의 총 FDI의 13.3%를 차지했다. 51.8%인 58억 달러 이상의 투자는 대기업에서 이루어졌고, 거의 모든 금액이 케이맨제도(57억9000만 달러)로 넘어갔다.

중소기업은 약 21억 달러(18.9%), 개인은 4800만 달러로 0.4%였다.

또한, 현금 이체는 전년 대비 29.1% 증가한 거의 60억 달러 수준이었다. 이 금액은 작년에 263억 달러로 전년 204억 달러에서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 이후 모두가 힘든 상황임에도 일부 기업과 개인들은 조세피난처로 돈을 투자하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국세청을 비롯한 관계 당국은 좀 더 촘촘하게 들여다 볼 일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