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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몬도 美 상무 "한·일 기업 '칩스법' 보조금 신청 환영"...삼성·SK엔 '양날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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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몬도 美 상무 "한·일 기업 '칩스법' 보조금 신청 환영"...삼성·SK엔 '양날의 검'

美 정부 보조금 받으면 중국내 생산 공장에 첨단 설비 반입 못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로이터
미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을 늘리려고 다음 주부터 390억 달러(약 50조원)가량의 보조금을 풀기 시작한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23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 강연에서 다음 주 화요일(28일)부터 반도체 지원법 보조금 신청을 받을 것이고, 보조금은 기업들이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도록 유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미국에 최소한 2개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하나는 반도체 연구 중심 단지로, 또 하나는 반도체 생산 단지로 건설하려 한다고 그가 설명했다. 러몬도 장관은 일본 기업도, 한국 기업도 미국에 공장을 짓고 사업을 한다면 보조금 신청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려고 치열한 각축전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반도체 지원 및 과학 법’(칩스법)을 제정하기 전까지는 한배를 탔던 반도체 기업들이 이제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해외에 본부가 있는 외국 기업에 미국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보조금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이 신문이 지적했다. 인텔의 경쟁 업체인 미국의 AMD는 인텔이 미국 내 투자 계획만 제시해서 정부의 지원금을 받은 뒤 이 계획을 실제로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며 정부 보조금이 인텔에 집중되지 않도록 견제하고 있다. NYT는 이 반도체 지원법의 시행 결과로 미국과 글로벌 반도체 산업 지형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일단 칩스법에 따라 미국 정부가 주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173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고, 2024년 말 신규 팹(fab·반도체 생산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미국 내 첨단 패키징 공장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쟁 업체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는 미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TSMC는 지난해 말 애리조나 공장에 대한 투자 규모를 애초 계획의 3배인 400억 달러(약 50조9000억원)로 확대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기업 미국 투자 기록이다. 이 공장은 2026년부터 첨단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생산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 법에는 미국 정부로부터 세액 공제나 보조금을 지원받는 미국과 외국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을 비롯한 우려 국가에 첨단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추가로 투자하지 못하도록 한 ‘가드레일’(guardrail·방어망) 조항이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 등에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면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공장 신설·증설·장비교체 등 추가 투자에 전면적 제한을 받게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라인 유지를 위한 필수 설비들을 예외로 인정하고, 이 법 시행에 앞서 유예기간을 충분히 보장해 달라고 한국 정부를 통해 미국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먼저 28일부터 신청을 받는 분야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주는 생산 보조금 390억 달러라고 밝혔다. 연구개발 지원금 신청은 수개월 내로 접수를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SK그룹은 반도체 연구개발센터를 건설한다. 이에 따라 첫 번째 보조금 지급 대상 기업에 삼성전자가 포함될 수 있다. 러몬도 장관은 강연에서 “모두가 인텔이 얼마를 받는지, 삼성이 얼마를 받는지 알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에 생산 시설이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가드레일’ 조항을 적용하면서 범용(legacy)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존 시설은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칩스법은 범용 반도체를 로직(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28㎚(나노미터)나 그 이전 세대로 규정했다.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 시행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금이 중국에 대한 투자에 사용되면 지원금을 즉각 회수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기업은 10년간 중국에 첨단 제조시설을 짓지 못하고, 만약 '머추어 노드(mature node·40 이상)' 공장을 확장하면 중국 시장에만 판매해야 한다. 미국은 또 반도체 업체가 중국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 개별적으로 미국 정부가 심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칩스법의 혜택을 볼 수 있으나 향후 중국 현지 공장에 첨단 설비를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