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중앙은행은 23일(목) 금융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쌓아놓은 대손충당금을 인출하지 않았다면 연간 16억 유로 이상의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며, 유로존 국가 통화당국에 보통 지급하던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2018년 이후 58억 유로에 달하는 배당금이 지급되었다. 배당금은 보통 각국 중앙은행이 유로존 정부에 전달한다. 네덜란드·벨기에 등 일부 국가 중앙은행들은 자국 정부에 상당한 손실을 예상한다고 경고해 왔다.
유럽중앙은행 및 다른 중앙은행들의 손실은 공격적인 통화 완화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낮은 인플레이션과 금융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높은 비용을 들여 막대한 채권을 매입해 왔지만, 이제는 그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금리 상승에 따라 중앙은행들은 시중은행들의 적립금에 지불하는 이자 규모가 위기 퇴치 프로그램에서 구입한 채권에 대한 이자 규모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정책연구센터의 대니얼 그로스 연구원은 금리가 3%로 오르고 6년간 유지될 경우 유럽중앙은행 등 유로존 중앙은행들이 국채 투자에서 약 6000억 유로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유럽중앙은행의 기준 예금 금리는 지난해 7월 마이너스 0.5%에서 2.5%로 상승했으며, 통화당국은 기준금리가 3월에 3%를 기록할 것이라고 시사하고 있다.
그로스 연구원은 "금리가 낮게 유지될 것이라던 유럽중앙은행의 베팅은 이제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비평가들은 유럽중앙은행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에 대해 반대하는 법적 도전을 지지하기 위해 손실액 규모를 파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 소송 사건이 여전히 독일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라고 전했다.
중앙은행들은 수익 달성이 목표가 아니며, 시뇨리지(발권 차익·seigniorage)라는 과정을 통해 화폐 발행에 따른 수익이 발생하므로 파산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이런 손실은 중요하지 않다고 대부분 애널리스트들은 생각한다.
픽텟자산운용의 프레데릭 듀크로제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유럽중앙은행 손실은 정치적 이슈가 되지 않는 한 통화정책 수행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며 일부 의회가 중앙은행의 자본금 재편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듀크로제 실장은 유럽중앙은행이 2023년과 2024년에 다시 중앙은행에 지급하는 고금리와 채권에 대한 이자의 불일치로 900억 유로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에 금리를 인하한다면 손실 규모는 조금 더 낮아질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해 정부 채권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양적완화(QE) 프로그램에 따라 중앙은행이 사들인 채권 4.9조 유로의 가치를 아직 감액하지 않고 있다. 은행은 이 채권들을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 대신에 연차 손상 테스트에 따라 원가로 평가한다.
프랑크푸르트에 본사를 둔 유럽중앙은행은 66억 유로의 충당금, 89억 유로의 자본, 미실현 투자 수익으로 인한 360억 유로의 재평가 계정을 포함하여 미래의 손실을 흡수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큰 완충제를 구축해 왔다.
유럽중앙은행이 주주인 각국 중앙은행에 이익을 전혀 내지 못하고 배당을 하지 않은 것은 2007년이 마지막이었고, 마지막 연간 손실을 낸 것은 유로화의 급속한 절상으로 인한 환차손으로 타격을 입은 2004년이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