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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양자 오류 해결 핵심 기술 개발...양자 컴퓨팅 현실화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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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양자 오류 해결 핵심 기술 개발...양자 컴퓨팅 현실화 '성큼'

새로운 '쿼턴 커플러' 회로 이용 큐비트 '결어긋남' 극복 실마리 제시
나노초 단위 초고속 제어-오류 수정 가능성 높여 안정적 연산 기대
미래 기술 상용화 중요한 발걸음...양자 컴퓨터 시대 개막 앞당기나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연구원들이 양자 오류를 해결할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고 스페인의 뉴스 웹사이트 엘 아델란타도 뉴스가 5일 보도했다.사진=이미지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연구원들이 양자 오류를 해결할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고 스페인의 뉴스 웹사이트 엘 아델란타도 뉴스가 5일 보도했다.사진=이미지크리에이터
마치 꿈과 같은 잠재력을 지닌 양자 컴퓨팅은 오랫동안 기술계의 주요 화두였다. 조만간 현실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수많은 연구와 투자가 이어져 왔지만, 고질적 문제인 '양자 오류'는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이런 상황속에서 최근,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엔지니어들이 이 기술적 난제를 극복할 만한 획기적인 성과를 발표하며, 신뢰할 수 있는 현실 세계의 양자 컴퓨터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알렸다고 스페인의 뉴스 웹사이트 엘 아델란타도 뉴스가 5일 보도했다.

0과 1을 넘어선 혁명, 양자 컴퓨팅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컴퓨터는 모든 정보를 비트라는 최소 단위로 처리한다. 마치 디지털 스위치처럼 0 또는 1의 두 가지 상태 중 하나만을 가질 수 있는 비트는 현대 정보 기술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반면,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라는 혁신적인 정보 단위를 사용한다. 큐비트는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인 '중첩'이라는 특별한 성질 덕분에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이는 마치 스위치가 켜짐과 꺼짐 상태를 동시에 유지하는 것과 같은 놀라운 현상이다.

뿐만 아니라, 큐비트는 '얽힘'이라는 또 다른 기묘한 양자 현상을 통해 서로 연결될 수 있다. 얽힌 두 큐비트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즉각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마치 두 개의 동전이 던져질 때마다 항상 다른 면이 나오는 것처럼, 하나의 큐비트 상태가 결정되면 다른 큐비트의 상태도 즉시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양자역학적 특성들은 양자 컴퓨터에 기존 슈퍼컴퓨터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막대한 잠재력을 부여한다. 신약 개발, 금융 모델링, 인공지능, 암호 해독 등 오늘날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도 수년이 걸리는 복잡한 문제들을 양자 컴퓨터는 단 몇 초 만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마치 수천 개의 평행 우주가 동시에 수학 숙제를 푸는 것과 같은 혁신적인 연산 능력이다.

양자 컴퓨터의 치명적인 약점, '결어긋남'


그러나 이러한 엄청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양자 컴퓨팅은 심각한 난관에 직면해 있었다. 바로 큐비트의 극도로 민감한 특성 때문이다. 큐비트를 강력하게 만드는 바로 그 양자적 특성들은 외부 환경의 미세한 변화에도 매우 취약하다. 아주 작은 열, 미세한 진동, 심지어 시간의 흐름조차도 큐비트가 본래의 양자 상태를 잃어버리게 만들 수 있는데, 이 현상을 '결어긋남(decoherence)'이라고 부른다.

'결어긋남'은 양자 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주범이다. 큐비트가 양자 상태를 잃으면, 저장했던 정보가 사라지고 수행하던 계산은 오류를 발생시키게 된다. 특히 신약 개발이나 국가 안보와 같이 작은 오류 하나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오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양자 컴퓨터는 실질적인 활용에 큰 제약을 받아왔다.

이러한 이유로, 과학자들은 양자 컴퓨터의 '결어긋남' 문제를 해결하고 큐비트의 유용성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오류를 수정하는 기술, 즉 '양자 오류 수정(Quantum Error Correction)' 기술 개발에 매달려 왔다.

MIT의 혁신적인 '슈퍼커플러', 양자 컴퓨팅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난관에 직면한 상황에서 MIT 공학 양자 시스템 그룹의 연구진들이 인공 원자(큐비트)와 광자(양자 정보를 전달하는 빛 입자) 사이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비선형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종류의 초전도 회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 혁신적인 회로를 '쿼턴 커플러(Quarton Coupler)'라고 명명했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할 법한 이름이지만, 그 효과는 매우 현실적이고 강력하다. 이 쿼턴 커플러는 양자 컴퓨터가 단 나노초(10억 분의 1초) 만에 큐비트의 양자 상태를 정확하게 읽고 제어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기존 기술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속도로, 결어긋남으로 인해 정보가 손실되기 전에 오류를 감지하고 수정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제공한다. 간단히 말해, MIT 연구진은 큐비트가 오류 발생 시 훨씬 빠르고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이다.

연구실을 넘어 현실 세계로, 양자 컴퓨팅 상용화의 청신호


MIT의 이번 성과는 단순히 학문적인 진보를 넘어, 양자 컴퓨터가 현실 세계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엘 아델란타도 뉴스는 평가했다.

신뢰성 없는 양자 컴퓨터는 아무리 뛰어난 잠재력을 지녔더라도 실용적인 도구로 활용될 수 없다. 약물 설계, 신소재 개발, 복잡한 금융 모델링, 암호 해독, 날씨 예측, 물류 최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자 컴퓨터의 혁신적인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작동이 필수적이다.

이번 획기적인 오류 수정 기술의 개발로 인해, 양자 프로세서는 이제 이전보다 훨씬 더 길고 복잡한 계산을 훨씬 적은 오류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거대 기술 기업, 정부, 연구 기관 등 양자 컴퓨팅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온 주체들에게 매우 희소식이다. 오류 수정 능력의 향상은 곧 양자 컴퓨터의 실용적인 활용 가능성을 열어주는 핵심적인 진전이기 때문이다.

아직 일반 소비자들이 당장 양자 컴퓨터를 구매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이번 MIT의 성과는 양자 컴퓨팅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미래가 더 이상 먼 꿈이 아님을 시사한다. 마치 초기 컴퓨터가 거대한 연구실 장비에 머물렀지만, 트랜지스터의 발명으로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진화한 것처럼, 양자 컴퓨팅 역시 오류 수정 기술의 발전을 발판 삼아 머지않아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지만… 밝아진 미래


물론, MIT의 이번 성과가 곧바로 우리가 양자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미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상용화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지, 최종 완성품은 아니다. 하지만 실용적인 양자 컴퓨팅으로 향하는 로드맵이 이전보다 훨씬 더 명확해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향상된 오류 수정 기술을 바탕으로, 과학자들은 더욱 많은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연결하고, 의미 있는 연산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양자 상태를 유지하는 대규모 양자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마치 초기 진공관 컴퓨터에서 현대적인 반도체 기반 컴퓨터로의 전환에 비견될 만한 기술적 도약이다. 당장은 아이폰만큼의 혁신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결국 아이폰을 가능하게 했던 핵심 기술 발전과 유사한 의미를 지닌다.

MIT가 개발한 이 혁신적인 커플러 기술이 공개됨에 따라, 전 세계의 다른 연구자들은 이를 개선하고, 복제하며, 다양한 양자 컴퓨팅 아키텍처와 통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양자 컴퓨팅 연구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 기술을 자사의 시스템에 통합하여 실용적인 양자 컴퓨터 개발 경쟁에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노력은 더 많은 실험, 더 빠른 시뮬레이션,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더욱 강력한 암호화 기술과 혁신적인 신약 및 신소재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요컨대, 양자 컴퓨팅의 혼란스러웠던 '청소년기'가 마침내 끝나고, 성숙한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