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대 업무보고 연설 키워드 빈도 분석

총리가 매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전달하는 업무 보고는 전년도 중국의 주요 정책을 요약하고, 올해 정책을 설명한다. 닛케이 아시아는 시진핑 주석이 2012년 가을 총서기에 오른 이후 모든 업무보고를 검토하고 이들 연설의 키워드 빈도를 집계했다.
올해 ‘안정’이라는 단어는 2022년보다 38% 더 언급됐다. 2013년 이후 시 주석 시대를 통틀어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 키워드다. 리커창 총리는 중국의 물가와 고용, 공급망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봉쇄한 결과 정부 목표인 약 5.5%에 비해 국가 경제 성장률이 3%로 둔화됐다. 청년 실업률은 여전히 높다.
중국은 지난 가을 보기 드문 시위를 경험했다. 시위대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백지를 들고 나섰다. 중국 지도자들은 경제 회복을 사회를 안정시키는 방법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1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종식시켰다. 이 용어는 대중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어 아예 최근 보고서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에너지'라는 용어는 전년보다 17% 증가한 14회 사용됐고, '음식' 언급은 17회로 89% 급증했다. 두 수치 모두 시 주석 집권 이후 최고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중국은 전력 생산을 위한 석탄 사용을 늘려 에너지 위기에 대처했다. 만두와 국수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밀의 가격 상승에 직면한 중국은 증가하는 대중의 불만을 막기 위해 국내 생산과 수입을 증가시켰다.
덩샤오핑 전 국가주석이 제시한 '개혁개방'이라는 문구는 2022년과 변함없이 단 3번만 언급됐다. 이 문구는 2018년에 10번 사용되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대폭 줄어들었다.
'개혁'은 지난해보다 5% 감소한 40회 사용됐다. 이 단어는 2018년과 2019년 100번 이상 반복되었지만, 그 이후로 사용량이 30~50번으로 떨어졌다. 이는 시 주석 정부가 경제 안정을 우선시하고 기득권층의 반감을 살 수 있는 개혁을 회피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리 총리는 보고서에서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많은 제도적 장벽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중국의 인구가 더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개혁에 대한 후퇴는 장기적인 성장 전망에 타격을 줄 것이다.
시 주석 정부의 슬로건인 '공동 번영'은 2021년과 2022년 한, 두 차례 사용된 뒤 올해는 아예 인용되지 않았다. 기업가들과 자본가들은 국가가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부유한 사람들의 자산을 가져갈 것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정부는 민간 부문의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그 아이디어를 보류했을지도 모른다.
'강한 군대'는 최근 몇 년과 비슷한 네 차례 언급됐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이 문구는 두 번밖에 사용되지 않았다. 이는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항공모함 등 군함과 항공기 등 군사자산을 개발해 배치하려는 노력을 반영한 것이다.
이수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