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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美·中, 관세 전격 인하 합의 배경…“디커플링 피하려는 공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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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美·中, 관세 전격 인하 합의 배경…“디커플링 피하려는 공감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오른쪽)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지난 11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 종료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오른쪽)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지난 11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 종료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이 상호 고율 관세를 대폭 인하하며 90일간 유예 기간을 설정한 것은 사실상 양국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방지하기 위한 정치·경제적 절충의 결과로 풀이된다.

교착상태였던 무역 전쟁의 급제동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지만 협상 구조 자체는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지적도 아울러 나온다.

1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도출됐다. 양측 대표단은 ‘탈동조화는 양국 모두에 이롭지 않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양측 모두 디커플링을 원하지 않는다”며 “공통의 이해에 기반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로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던 최대 145%의 관세를 30%로 낮추고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매기던 125%의 관세를 10%로 조정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펜타닐 원료 단속 미비를 이유로 부과한 20%의 별도 관세는 유지된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 측도 미국의 펜타닐 위기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관세 인하 조치는 미국과 중국 간 교역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나온 긴급 대응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중국 외에도 다수 국가에 ‘상호주의 관세’를 예고하며 강경 기조를 유지해왔고 이에 대해 중국은 유일하게 즉각 보복 관세로 맞섰다.

NYT는 “그동안 미국 기업들은 중국산 부품 수입을 줄이며 생산 일정을 늦춰왔고 중국 공장들도 미국향 수출 주문이 끊기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WSJ는 미국 소비자 설문을 인용해 “가계의 경기 불안감이 뚜렷하게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발표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제히 반등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3% 이상 급등했고 미국 나스닥100 선물지수도 4% 가까이 오르며 시장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WSJ는 “시장 참여자들은 양국 간 ‘진짜 협상’이 시작될 여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어디까지나 ‘임시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WSJ는 “관세 완화는 90일간 한시적이며 그 이후의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향방이 갈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측은 중국의 구조적 문제, 즉 지식재산권 보호와 국영기업 보조금, 통화정책 투명성 등에 대한 개선 요구를 여전히 강조하고 있는 만큼 협상 테이블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중국 역시 무역 보복의 명분을 남겨둔 채 ‘지속 논의 메커니즘’을 요구하면서 양측의 셈법이 단기간에 일치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NYT는 “합의의 속도가 빨랐던 만큼, 협상 붕괴 시 충격도 클 수 있다”며 “중국의 대미 수출은 여전히 연간 최대 6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합의는 일단 양국 모두가 고통스러운 관세전쟁의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진짜 시험대는 90일 뒤라는 관측이다. 경제적 필요와 정치적 이해가 교차하는 미·중 관계에서 이같은 ‘휴전’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