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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들 '치킨 게임' 가세...테슬라발 가격 할인 '노 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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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들 '치킨 게임' 가세...테슬라발 가격 할인 '노 브레이크'

창안·치루이·둥풍 속속 값 내려..."자신에게도 피해 입힐 양날의 칼"

올해 1~2월 중국 승용차 판매량이 19.8% 하락했고, 자동차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가격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올해 1~2월 중국 승용차 판매량이 19.8% 하락했고, 자동차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가격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 제조업체들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가격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닛케이아시아가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전기차 거물 테슬라는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격을 인하하는 첫 번째 주자로 지난해 말 대규모 보조금 지원과 가격 인하 계획을 단행해 판매 활성화에 나섰다.
차이신왕에 따르면 올해 1월 테슬라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의 판매가격은 지난해보다 14% 저렴해졌고, 특정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의 판매가격보다 50% 가까이 낮다.

할인전략 덕분에 테슬라의 1월 수주량은 생산량의 2배로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에 이어 샤오펑, 니오, 폭스바겐과 비야디 등 국내외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할인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3월 초부터 중국의 가격 전쟁이 전기차 시장에서 내연기관 차 시장으로 확대됐고, 일부 지방정부도 동참했다.

지난 10일 창안자동차는 판매 캠페인을 시작해 내연기관 차와 전기차 모델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최대 4만 위안(약 755만2000원)의 할인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 날 치루이자동차(奇瑞汽)도 소비자들에게 100억 위안(약 1조8880억원) 이상의 보조금 지원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상하이자동차와 폭스바겐의 합작사인 상치폭스바겐(上汽大)도 판매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가장 눈에 띄는 할인은 둥풍자동차가 후베이성 정부와 공동 출자한 보조금 지원 계획이다. 이에 따라 둥풍자동차의 시트로앵 C6 가격 인하 폭이 출시 가격의 40%인 9만 위안(약 1699만1100원)에 달했다.

업계 애널리스트는 “치열한 경쟁으로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는 부도가 날 가능성이 있다”며 “자동차 시장의 일부 분야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를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광저우자동차 산하 전기차 브랜드인 아이온의 샤오융 부사장은 “지금 가격을 인하하지 않으면 죽음을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격렬한 내부 논의 끝에 자사는 가격 전쟁이라는 힘든 싸움을 완전히 준비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중국 당국이 지난해 말 만료된 전기차 보조금 지원 정책을 연기하지 않자 판매량이 대폭 하락했고, 중국 자동차 산업은 침체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지난 3년 동안의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가계 지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승용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2.4% 늘어났으나 1~2월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8% 감소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전기차 보조금 지원 정책이 만료되기 전에 전기차를 구매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판매가격을 대폭 인하했으나 CPCA 데이터에서 3월 1~19일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고, 지난달 1~19일보다 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한 자동차산업협회의 천빈보 회장은 “가격 전쟁은 여러 가지 단기적인 요인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국의 보조금 지원 정책 만료뿐만 아니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될 신규 배기가스 기준 때문에 구형 자동차 모델의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자동차 제조업체의 판매 매니저는 “가격 전쟁은 경쟁사를 해치고 자신에게 피해를 입힐 양날의 칼이기 때문에 가격 전쟁을 벌이고 싶은 업체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이 생산을 조정하고 재고량을 낮춤에 따라 가격 전쟁은 3월 말부터 가라앉게 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일부 시장 분석가들은 자동차에 대한 수요 약세가 지속되면 가격 전쟁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격 전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자동차 업계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애널리스트는 “기술 발전을 통해 비용을 대폭 낮추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업계 인사는 정부가 더 많은 지원 정책을 통해 자동차 판매량을 늘릴 것을 호소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 당국은 지난해 말 만료된 전기차 세금 감면 정책을 12개월 연장했다.

지난해 5월 중국 당국은 판매가격이 30만 위안(약 5663만7000원) 이하, 2.0리터 이하의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 구매세를 기존의 10%에서 5%로 낮췄다. 구매세 감면 정책은 지난해 12월에 만료됐다.

중국 자동차 유통협회의 랑쉬에훙 부비서장은 “관련 인센티브가 종식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새로운 부양책을 시작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한 자동차 합작사의 판매 매니저는 “국가나 지방정부의 지원책 등은 시장 경쟁 규칙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제조업체가 현재 직면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효율적인 조치는 새로운 배기가스 기준의 시행 시간을 늦추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판매량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 내연기관 승용차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1500만 대로 집계됐는데, 전기차 판매량은 90% 폭증한 570만 대에 달했다.

1~2월 내연기관 차의 판매량 하락폭은 29%로 전기차 판매량 하락폭보다 훨씬 크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CAAM)가 공개한 데이터에서 준중형차와 중형차는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베스트셀러인데 하락폭도 가장 크다. 그들의 시장 점유율은 테슬라와 비야디에 빼앗긴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내연기관 준중형차의 판매량은 25.7%, 중형차의 판매량은 26.6% 감소했다.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중국 자동차의 전기화 과정 속에서 합작사의 전기화 속도는 다른 경쟁사들보다 느리기 때문에 입은 타격도 가장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승용차 제조업체 80여 곳, 자동차 브랜드 100여 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다국적 합작사 10곳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창안자동차의 주화룽 회장은 지난해 “향후 3~5년 동안 80%의 내연기관 차 브랜드는 시장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테슬라는 중국 자동차 시장이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판매량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1.37배 높은 180만 대로 설정했다.


양지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vxqha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