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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워싱턴] 美 무뎌지는 IRA 전기차 보조금 규정...현대차·기아에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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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워싱턴] 美 무뎌지는 IRA 전기차 보조금 규정...현대차·기아에 미칠 영향은

美 정치권, 일본산 배터리에 보조금 주는 미일 협정에 강력 반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일본과 유럽연합(EU) 회원국 기업에도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하자 미 정치권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민주, 공화 의원들은 무역 협정 체결이 의회의 고유 권한임에도 바이든 정부가 의회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통상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미 정부를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상원 금융위원장인 론 와이든(오리건) 의원과 하원 세입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리처드 닐(매사추세츠) 의원은 28일(현지시간)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미일 협정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 협정은 편의적인 것이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이들 의원은 또 “집행할 수 있는 환경 혹은 노동 보호책 없이 정부노동자 중심의 무역 정책을 망치고 있다”면서 “또 다른 환경 재앙에 문을 열어놓음으로써 우리의 환경 노력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과 일본 일본산 전기차 배터리를 IRA 수혜 대상에 포함하기 위한 협정을 28일 체결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미국과 일본이 상대국으로 수출하는 배터리용 핵심 광물에 수출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협정을 맺었다고 밝혔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일본에서 채굴되거나 가공된 핵심 광물을 사용한 일본산 전기차 배터리가 미국 IRA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미국과 체결한 FTA가 없어 전기차 배터리용 핵심 광물 관련 협정 체결을 미국과 논의하고 있다. 미국이 EU 27개 회원국에 IRA 시행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위해 ‘핵심 광물 클럽’ (critical minerals club) 창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EU 회원국이 IRA의 배터리 핵심 광물 규정에 따른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한 우회 전략이다.

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미국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면 미국과 FTA를 먼저 체결해야 한다.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주요 국가 중에서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했으나 일본과 EU는 이런 협정을 맺지 않은 상태이다. 미국 정부는 EU나 일본이 미국과 광물 교역이나 핵심 광물 등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면 이것을 FTA 협정 체결로 간주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해석하려고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미국산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 보조금을 주는 내용이 들어 있는 IRA에 서명해 발효시켰다. 이 법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면 전기차가 미국에서 만들어졌거나 미국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장착해야 한다.

이 법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핵심 광물, 부품을 사용한 전기 자동차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도록 했다. 이 법에 따르면 보조금으로 지급되는 세액공제 금액의 절반은 구매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사용된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광물이 어디에서 생산됐는지에 따라 차등해서 적용하도록 했다. 이 법은 핵심 광물 40%가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에서 채굴 또는 가공돼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이 비율은 2024년엔 50%로, 2027년엔 80%로 올라간다.

세액공제의 나머지 절반은 양·음극재, 분리막 등 배터리 주요 부품의 50%가 북미에서 제조돼야 받을 수 있다. 이 비율은 2027년 80%, 2028년 100%로 올라간다. 오는 2028년부터는 미국에서 채굴된 광물과 부품으로 제조된 미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사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아 일본산 배터리 핵심 광물 요건에 따른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미국과 일본이 이번에 체결한 협정은 2년마다 재검토되고, 협정이 적용되는 광물에는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망간 등이 포함된다. 미일 양국은 또 이 협정을 통해 중국, 러시아 등 '우려 국가'에서 채굴·가공된 핵심 광물이 IRA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일본과 유럽산 전기차 배터리가 미국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