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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기밀문건 유출' 우크라이나엔 심각하게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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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기밀문건 유출' 우크라이나엔 심각하게 '치명적'

미국의 기밀문서가 공개된 후 최대 피해자는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기밀문서가 공개된 후 최대 피해자는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다. 사진=로이터
미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및 기타 글로벌 문제에 관한 기밀 정보가 유출된 후 유럽에서 중동, 키예프에 이르기까지 동맹을 상대로 어떻게 이런 행위를 할 수 있느냐며 실망하고 혼란스러운 동맹국 달래기에 분주하다.

지난주 유출 소식이 전해진 후 미국 관리들은 기밀 누설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우방국에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으로 연락했다.
그러나 캐나다·영국·호주·뉴질랜드의 정보 협력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회원들은 워싱턴에 브리핑을 요청했다. 미국은 실질적인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기밀 정보 누설을 두고 여야 사이에 정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앞두고 내분이 커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정작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곳은 전쟁의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다. 기밀 폭로로 전쟁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인 것은 아닌지를 우선 확인하고, 위기에 놓인 이 나라에 대한 지원이 소홀해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 유출 내용 요지


유출된 문서는 트위터와 텔레그램을 포함한 다양한 소셜미디어 사이트에 등장했다. 일부 문서는 3월 초에 플랫폼 디스코드(Discord)에 나타났고, 1월로 거슬러 올라가는 다른 문서는 더 일찍 게시된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히 언제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유출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수백 명의 정부·군 관리들이 문서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보안 허가를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누가 배후에 있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문서의 내용은 다양하나 영토 획득 및 탄약 부족을 포함해 2월과 3월로 거슬러 올라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평가를 포함하고 있다.

문서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군 지도자들을 염탐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러시아 정부에 대한 미국의 광범위한 정보를 제시하며, 이는 러시아가 정보의 출처를 파악하면 미국의 스파이 활동 실체가 드러날 수도 있다.

◇ 진짜 피해자는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공유하는 정보가 공개적으로 유출되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우려해 왔다. 이번 기밀 노출은 우크라이나에서 우려했던 부분이 절대적으로 옳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가 전쟁 관련 정보에 대해 미국에 철저한 단속을 요구한 것이 무위로 돌아가 이제 미국은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에게 큰 빚을 지게 되었다. 미국은 사과하고 보상을 해야 한다.

공개 문서가 군사 작전에 즉각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지만, 비밀 공개는 내부적으로 우크라이나 군 지휘관에게 당혹스럽고 잠재적인 안보 문제로 간주된다.

우크라이나는 문서 유출로 인해 이미 일부 군사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내용들 가운데 일부는 극히 민감한 군사 기밀과 관련이 있다.

사실을 떠나 심각한 내용이 많다. 군대, 탄약, 장비 문제로 우크라이나가 계획된 봄 반격에서 목표에 매우 못 미칠 수 있다는 평가는 군대의 사기에 악영향을 준다.

우크라이나가 봄 반격을 위해 12개 전투여단을 생성할 수 있다고 평가한 내용도 민감하다. 우크라이나가 훈련한 3개 여단과 미국이 훈련시키고 정비한 9개 여단이 언급되고, 6개 여단은 3월 말까지, 나머지 6개 여단은 4월 말까지 준비될 예정이라는 내용은 러시아에 극히 유용한 군사 기밀이다.

또한 전장 위치에 관한 상세한 지도, 사망 및 부상자 통계, 탱크·전투기 배치 및 파괴된 기타 무기의 추정치가 폭로된 것도 미리 러시아가 알고 있었다면 군사 작전에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의 땅이 얼어붙을 때, 진흙탕이 될 때, 이동하기에 유리한 때를 나타내는 타임라인도 러시아군에 유리한 정보다.

실제 이 폭로된 군사 정보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투에서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는 따로 분석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군에 실제 위협이 되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이미 폭로된 문서를 잘 분석하면 우크라이나군의 작전 양상 파악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러시아군으로서는 적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효과가 있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이 앞으로 며칠,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에 정보 공유를 어느 정도까지 변경할지도 문제다. 우크라이나가 가지고 있지 않은 위성, 통신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을 물리치는 데 힘을 잃을 수 있다.

미국은 2022년부터 우크라이나 및 유럽 동맹국과 정보를 공유하는 습관을 가졌다. 전쟁이 일어나기 몇 달 전에 미국 정보기관은 키예프에 대한 지원 연합을 구축하고 러시아 정부 기관 및 기업에 대한 표적 제재를 준비하기 위해 동맹국과 정보를 공유했다. 미국 고위 관리들은 이 전략이 미국, 유럽 및 키예프의 동맹국이 러시아 공격에 더 잘 대비할 수 있게 하는 성공작이라고 말했다. 실제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자 결국 보안에 문제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문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유출이 러시아 허위 정보 행위라고 주장하고 문서의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문제를 축소하려고 했다.

그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고, 유출 목적이 전쟁의 다음 단계를 위한 실제 준비에서 혼란을 야기해 우방국 내부를 이간질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국방부 문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태에 대한 비관적인 미국의 관점을 제공해 우크라이나의 무기 및 방공망의 약점을 강조하고 앞으로 몇 달 동안 전쟁의 교착 상태를 예측한다.

2월과 3월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문서는 키예프가 러시아에 대한 봄 반격을 준비함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많은 군사적 부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일부 내용은 최전선 군대를 보호하기 위한 우크라이나 중거리 방공망 축소, 러시아의 공중 우위 가능성, 우크라이나가 반격에서 지상군의 징집 능력 상실 우려 등도 담고 있다.

또한, 문서는 또한 러시아의 군사 공격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를 강조하면서 양측 간의 교착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문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이익은 달성하기 어렵고, 연중 교착이 계속될 것이라는 평가가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는 물론 전쟁을 후방에서 돕는 자유 진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내상이 깊다.

◇ 조기 수습이 중요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문서 유출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지원”을 다짐하며 우크라이나를 안심시켰다.

지금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해야 할 일은 추가 기밀 누설을 차단하는 보안을 강화하고, 이미 폭로되었으나 아직 공개되지 않은 기밀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도 필요하다.

물론 미국과 우방국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하지 않고 전쟁이 종결될 때까지 우크라이나를 계속해서 돕겠다는 결의를 실천하는 것도 꼭 필요한 조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