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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거래 협상 거듭 난항…'초조한' 러시아 vs '느긋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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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거래 협상 거듭 난항…'초조한' 러시아 vs '느긋한' 중국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가스를 보내기 위해 건설 중인 '파워 오브 시베리아2'.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가스를 보내기 위해 건설 중인 '파워 오브 시베리아2'.
러시아가 유럽 시장을 잃은 후 중국과 가스 거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에 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파워 오브 시베리아1, 2(Power of Siberia1, 2)'라는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일부 성공을 거두었지만 러시아의 목표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에너지 판매를 통한 수입 감소를 막으려 하고 있으나 중국은 가스 수입처 다변화와 가스 소비량 감소를 고려하고 있다. 두 나라의 입장은 '동상이몽'이다.

◇러시아, 중국에 가스 판매 확대 추진


'파워 오브 시베리아1'은 2014년 5월 러시아와 중국이 30년간 4000억 달러 규모의 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한 이후 시작된 프로젝트다. 이 계약은 러시아가 지금까지 체결한 가스 계약 중 가장 큰 규모다. 이 파이프라인은 총 길이가 6000㎞가 넘으며, 2019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올해는 220억㎥의 가스를 중국에 공급할 예정이며, 2027년에는 380억㎥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미 산둥성과 장쑤성 간 가스관이 가동되어 상하이도 러시아 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파워 오브 시베리아2'는 아직 협상 단계에 있다. 러시아는 유럽 시장을 상실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가스 거래를 확대하려고 하지만, 중국은 러시아에 너무 의존하지 않으려고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프로젝트를 '세기의 협상'으로 묘사했다.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몽골-중국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으로, 최소 20년 전부터 계획되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 시장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했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동안 러시아와 중국이 14건의 협정에 서명했지만, '파워 오브 시베리아2'에 대해서는 서명하지 않았다.

푸틴은 러시아, 중국, 몽골이 이 파이프라인 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지만, 시진핑 성명서의 영어 버전에는 파이프라인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 시진핑은 여유분의 가스를 확보하는 것은 안보에 도움이 되지만, 협상에서 강화된 지위를 바탕으로 더 싼 가격으로 구매하려고 한다. 중국에 연간 500억㎥의 가스를 공급하는 '파워 오브 시베리아2'와 관련, 러시아 측 파트너인 알렉산드르 노박 부총리는 기자들에게 "협정의 세부 사항은 아직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푸틴은 노박에게 "가능한 한 빨리 계약을 체결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박은 "연말까지 합의에 도달하고 계약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몽골은 자국 영토를 통과하는 사업에 대해 "러시아가 2024년에 건설을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했다.

◇중국, 가스 수입에 다변화 정책 고수

2021년 중국 가스 소비량은 전년 대비 약 13% 증가한 3787억㎥였다. 금융컨설팅 업체 S&P 글로벌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에는 3640억㎥였으나 2023년에는 6% 증가해 3860억㎥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의 가스 수요 증가는 경제 성장과 함께 석탄을 포기하고 전기 생산과 난방을 위해 더 환경친화적인 가스로 대체한 결과이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재생 가능한 자원 사용으로 인해 2021년에서 2030년 사이에 수요가 매년 평균 2%로 감소할 수 있다.

IEA는 '세계 에너지 전망 2022' 보고서에서 현재 수입량과 예상되는 미래 공급량이 향후 10년 동안에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고 결론지었다. 중국은 러시아와 투르크메니스탄 등 다양한 공급처와 파이프라인과 장기 계약을 통해 가스 공급을 확보하고 있다. 러시아와는 '파워 오브 시베리아1'과 '파워 오브 시베리아2'라는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투르크메니스탄과는 중앙아시아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은 가스 파이프라인 외에도 장기 계약을 통해 카타르, 미국 등 글로벌 공급처와 LNG 공급을 확보해 지난해 총 6340만 톤을 수입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에너지기업 시노펙과 카타르기업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는 27년간 600억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카타르는 연간 400만 톤의 LNG를 중국에 공급하게 된다.

◇전문가들의 진단과 전망


분석가들은 중국이 적어도 2030년까지는 새로운 가스 공급이 더 필요하지 않을 것이므로, 러시아와 파이프라인 건설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파워 오브 시베리아2'는 중국이 러시아와 계획한 유일한 가스 공급 연결이 아니다. 지난 2월 중국은 러시아 극동의 사할린섬에서 동해를 통해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연결해 헤이룽장까지 가스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푸틴은 시 주석 방문 중 러시아가 2030년까지 모든 가스 파이프라인으로 연간 최소 980억㎥의 가스를 중국에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과대 포장된 수치다.

원래 목표는 중국이 2025년까지 380억㎥의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하는 것이다. 2030년까지 수입량이 980억㎥에 달할 것이라는 수치는 현실적으로 너무 이상적인 목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유럽 소비자들에게 연간 최대 1550억㎥의 가스를 수출했다. 이것이 후퇴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가스 공급은 최고 수준에 도달했지만, '파워 오브 시베리아1' 파이프라인을 통한 155억㎥는 유럽 시장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러시아의 문제는 또 있다. 가스 파이프라인 인프라는 과거 주로 유럽 시장에서 구축했으나 중국에 수출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난 2월 노박 부총리가 '에너지 폴리시(Energy Policy)' 저널에 극동 연결 공사에 최소 67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접 투자 외에도 시멘트 및 화학과 같은 관련 산업에 대한 추가 투자로 270억 달러가 더 소요된다. 총 940억 달러는 전쟁으로 자금이 부족한 러시아에 너무 큰 부담이다. 대출도 어렵고, 중국이 이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생각도 없다.

다만, 중국 입장에서 LNG 수입이 파이프라인보다는 더 비싸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봐서 파이프라인 수입을 늘리려고 계산할 수 있다. 따라서 가스 파이프라인을 활용한 러시아와 중국 사이의 협력은 중국이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당분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