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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경제 '연착륙' 하고 있나 vs '경기 침체' 초입에 진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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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경제 '연착륙' 하고 있나 vs '경기 침체' 초입에 진입하나

최근 주요 경제지표는 연착륙 조짐 불구 침체 불가피론 대세

미국 대형 소매 체인점 '타깃'에서 한 시민이 쇼핑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대형 소매 체인점 '타깃'에서 한 시민이 쇼핑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최근 미국 경제 상황을 놓고 소프트 랜딩(연착륙)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경기 침체의 시작 단계에 진입한 것인지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물가, 고용, 임금 등의 주요 지표를 보면 미국 경제가 연착륙 조짐을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대하는 만큼 경제 상황이 변하지 않고 있어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는 곧 미국의 경기 침체를 예고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프트 랜딩은 경기 성장세가 꺾이지만 급격한 둔화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을 뜻한다. 이는 곧 급격한 경기 침체나 실업 증가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는 상태이다. 경제의 급격한 추락을 뜻하는 하드 랜딩 (경착륙)과 대비되는 말이다.
연준은 다음 달 2, 3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월가가 예상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 워치에 따르면 24일(현지 시간) 오후 현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91.4%, 금리 동결 가능성이 8.6%로 나타났다. 일주일 전인 17일에는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85.2%, 동결 가능성이 14.8%였다. FOMC 회의가 다가오면서 0.25%포인트 인상 확률이 더 올라가고 있다.

미국 언론 매체 ‘복스’는 이날 “최근 나오는 다수의 경제지표를 보면 미국 경제가 소프트 랜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미국 노동 시장에서 일자리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포스트 팬데믹 당시와 비교하면 그 속도가 크게 둔화하고 있다.

지난 4월 6일 발표된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2만8000건으로 예상치인 20만 건을 웃돌았다. 지난 4월 4일 발표된 미국의 2월 구인 건수는 990만 건으로 2021년 5월 이후 처음으로 1000만 건을 밑돌았다.

고용 지표뿐 아니라 생산자물가지수, 소매 판매 등둔화 양상을 보인다. 미국의 3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2로 2월보다 3.9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상무부는 2월 소매 판매가 전월보다 0.4% 감소했다고 밝혔다.

물가 역시 내림세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5.0% 올랐다고 발표했다. 전월의 6.0%보다 1.0%포인트(p) 하락했지만, 전문가 예상치(5.2%)보다는 0.2%p 낮았다. 올해 3월 CPI는 2021년 4월(4.2%) 이후 가장 낮다.국 CPI는 2022년 7월 이후 9개월 연속 둔화했다. 다만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 올랐다. 3월 CPI는 5월 FOMC 회의 전 참고할 수 있는 마지막 물가 지표이다.

그러나 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경제 전문가 62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다수가 경기 경착륙을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예상했다. 또 76% 경제학자연착륙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평균적으로 CPI가 올해 3.5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대체로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이전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향후 1년 이내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 확률을 61%로 전망했다. 이들은 경기 침체가 비교적 얕고,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고, 경기 위축이 오는 3분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이언 모이니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경제가 올해 하반기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것상대적으로 완만한 경기 침체 쪽을 가리키고 있다”면서 “소비 측면에서 아직은 경기 침체 움직임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결국에는 소비자들이 더 신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BoA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연쇄 금리 인상으로 1년 이상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했다.

향후 미국 경제 진로의 열쇠는 연준이 쥐고 있다. 연준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혼란이 조성됐으나 금리 인상 기조를 바꾸지 않았다. 연준은 현재 3.5%인 미국의 실업률이 연말까지 4.5%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곧 미국에서 200만 명의 추가 실업자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연준은 지난 3월 FOMC 의사록을 통해 연내에 얕은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