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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EU·美, 자유 진영 동맹 강화로 '한 걸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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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EU·美, 자유 진영 동맹 강화로 '한 걸음 더'

탄소제로산업법 등 중국의 시장 점유율 낮추기 공동 노력

EU가 자유 진영 동맹 강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EU가 자유 진영 동맹 강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회담하면서 "EU가 중재 외교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EU 회원국들은 이에 반발했다.

우르술라 폰 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에서 EU-중국 포괄적 투자 협정을 추진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우르술라 집행위원장은 중국 정책을 바이든 정부와 조율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반도체 수출 통제와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중국의 재생 에너지 시장 침범을 막기 위한 규칙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는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과 유사하며 중국의 기술 부문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EU 전체에서도 중국의 전략 산업 약화를 위한 노력이 미국과 점점 일치하고 있다.

◇ 흔들리는 중국 반도체 산업


지난해 10월 미국 상무부는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 일방적인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분석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한 조치보다 훨씬 가혹한 통제로 규정하며 "경제·기술 전쟁 선포"로 평가했다.

미국 기술을 사용하는 외국 기업이 고급 칩이나 생산 장비를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규칙은 유럽 최대의 기술 회사인 ASML이 중국에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막았다.

ASML은 미국 소프트웨어에 의존하여 리소그래피 기계를 작동시키고 일부 엔지니어링은 샌디에이고에 있는 자회사인 사이머(Cymer)에 맡기고 있다. ASML은 수입의 15%가 중국에서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미국 수출 통제를 따랐다.

네덜란드는 지난달 미국 규정과 유사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리제 슈라이네마허(Liesje Schreinemacher) 네덜란드 통상장관은 "EU 집행위원회(EC)에 수출 규제를 제출할 것"이며, "지정학적 블록으로서 공동 입장을 보여주기 위해 요청했다"고 말했다.

EC 무역담당 부책임자인 발디스 돔브롭스키(Valdis Dombrovskis)는 이러한 움직임을 환영하며 "EU 수출 통제가 첨단 칩 및 기타 기술에 필요하다"는 데 동의를 표명했다. EU는 자체적으로 반도체 제한을 채택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초고품질 미러와 정밀 레이저 등 반도체 생산 장비의 필수 부품을 각각 독일 자이스(Zeiss)와 트럼프(Trumpf)에서만 구입하고 있다. 독일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생산용 화학 물질 판매 수출 통제도 제안했다. 독일 화학 회사인 머크(Merck)는 포토레지스트와 같은 화학 물질의 주요 공급업체로서 거의 모든 칩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유럽 ​​의원들은 EU의 수출 통제가 중국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에 적용될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중국 기업이 EU 수출 허가가 거부될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기계의 유일한 주요 구매자이기 때문이다.

수출 통제로 인해 올해 중국 칩 제조 장비 수입이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반도체 공장의 3분의 2가 외국산 장비만 사용하기 때문에 내년 1분기에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이 전년 대비 1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3대 반도체 회사는 생산 지연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메모리 칩 대표기업인 YMTC는 직원 10%를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중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는 수출 통제가 "기존의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파괴"하고 "글로벌 산업 전반에 엄청난 손실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 중국 기술에 대한 투자 억제


유럽은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를 제한하는 새로운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EC는 경제 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민감한 기술'에 대한 해외 투자 심사를 강화하려고 한다. 중국에 대한 유럽의 외국인 투자 규제는 미국의 유사한 정책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첨단 반도체를 비롯한 중국 기업에 투자를 금지하거나 어렵게 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럽의 구체적인 규칙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각 국가에서 관리된다. EU의 대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독일이 EU 투자 제한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초안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투자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유럽의 외국인 직접 투자의 상당 부분은 중국 기술 부문이다. 이 규정에 따라 투자하려는 기업들은 추가 조사를 받을 수 있다. 자동차 투자는 중국에 대한 유럽 투자의 30%를 차지하며, 생명공학도 의약품과 함께 중국에 대한 유럽 투자의 10%를 차지한다. 이들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

◇ 중국의 재생 가능 에너지 의존 감소


EU 기후 전략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이 되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 에너지에 대한 중국의 큰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지난달 '탄소제로 산업법'(Net-Zero Industry Act)이 발표되면서 유럽에서 큰 중국 재생 에너지 공급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낮추기 위한 공동 노력이 시작됐다. EU가 제시한 목표는 2030년까지 태양광, 풍력, 배터리 및 기타 순 제로 기술에 대한 국내 수요의 40%를 충족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기술냉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가동이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중국이 기술냉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가동이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사진=로이터

탄소중립 산업법(Net-Zero Industry Act)에 명시된 유일한 우려 국가는 중국이다. 이 법안은 '태양광 발전 기술 및 그 구성 요소에 대해 중국 의존도가 90% 이상', 순 제로 기술에 대해 "중국이 제조 시설 투자의 90%를 차지한다"고 지적한다. 2007년 유럽은 세계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태양열 제조업체였다. 현재 유럽은 전 세계 태양 전지의 1% 미만을 생산하는 반면 중국은 85%를 생산한다. EU는 중국 기술에 대한 정부 조달을 줄임으로써 이를 바꾸려고 한다. Net-Zero Industry Act는 EU가 특정 녹색 기술의 65% 이상 공급하는 국가 소속 기업에 대해 공공 계약 입찰 우선순위를 낮춘다. 중국의 제안을 거부할 수 있도록 비차별 규칙을 완화한다.

◇ 봉쇄를 향한 움직임


반도체 수출 통제, 중국에 대한 직접 해외 투자 심사, 탄소중립 산업법은 중국과 맞서기 위한 유럽의 새로운 도구들이다. EU는 중국의 원자재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요 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을 제안했다. 중국이 EU 회원국에 대해 보복할 경우 무역 처벌을 부과하는 반강압 장치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 보조금 조사에 대한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보조금 규정을 채택했다.

◇ 중국과 거리 두기가 초래할 문제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유럽의 각종 정책과 법안들은 EU가 미국과 손을 잡았음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유럽의 정책 변화에 호의적이지 않다. 푸충 베이징의 EU 대사는 "EU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이러한 다양한 경제 전쟁은 쉽게 갈등을 확대시킬 수 있다. 1941년 8월 미국이 일본에 대한 석유 판매 금지 조치를 취하자 4개월 후 일본은 진주만 공격을 감행했다. 오늘날 반도체는 20세기에 석유가 그랬던 것처럼 전쟁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판매 금지 조치는 중국이 위기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하고 과거 일본처럼 도발할 수도 있다.

또한,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제한하는 조치는 EU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2000년 이후 EU-중국 연간 교역량은 12배 증가한 8500억 달러에 달하고, 유럽 소비자들은 저렴한 중국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EU 최대의 상품 교역 파트너이자 휴대전화, 노트북, 직물 등 EU 수입품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는 국가이다.

또한 자동차, 비행기, 기계류 등 가장 중요한 EU 수출 품목의 주요 시장이기도 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외국인 직접 투자의 분리가 2022년을 기준으로 세계 경제 성장을 2% 또는 2조 달러 감소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EU와 중국의 성장은 미국보다 3배 이상 줄어들 수 있다.

중국이 기술 부문에 대한 EU의 점점 더 매파적인 규제에 대해 보복한다면 중국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이 소프트뱅크와의 중국 합작 투자를 종료하고 IPO(기업공재) 자금 조달을 막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중국의 비용 우위, 제조 능력 및 제한 없는 지출은 중국을 모든 녹색 기술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만들었다. 2022년에 중국은 유럽보다 3배 더 많은 국내외 녹색 기술 투자와 재생 에너지 공장에 40배 더 많은 지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중국 기업은 풍력, 전기차, 배터리 등 세계 시장 절반을 장악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생산 대부분은 화석 연료에 의해 뒷받침되는데, 2022년에 중국은 나머지 세계를 합친 것보다 6배 더 많은 석탄 발전소를 승인했다.

중국 기업은 유럽 기업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녹색 기술을 만들고 있다. 중국 태양광 패널은 유럽 대안보다 30%, 풍력 터빈은 평균 세계 가격보다 50% 저렴하며 중국 가격은 2023년에 20%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해조는 유럽 전해조보다 70% 저렴하다. 중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목표 달성을 향한 EU의 전진은 지연될 수 있다. 더 비싼 유럽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기후 위기가 유럽 생태계, 경제 및 시민에게 가장 큰 위협이기 때문에 이것은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너무나 큰 대가가 될 수 있다.

점점 늘어나는 외교 정책 분석가 그룹들은 이러한 기술 부문을 격리하여 중국을 견제하는 것은 위험하고 비생산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격리는 중국과의 전쟁 가능성을 높이고 기후 변화와 핵 비확산과 같은 긴급한 문제에서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할 수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가 대만과의 전쟁에서 미국을 지원하고 EU가 러시아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중국에 대해 처벌적인 경제 제재를 가할 경우 세계 경제는 파괴될 수 있다. 대만과의 전쟁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은 중국의 기술 부문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고위급 의사소통 채널을 열어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