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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본 경제가 달라졌다"…긍정적이고 근본적 변화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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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본 경제가 달라졌다"…긍정적이고 근본적 변화 신호탄?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이 일본상사 주식을 매수한 것을 계기로 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이 일본상사 주식을 매수한 것을 계기로 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잃어버린 30년'으로 유명한 일본이 최근 달라지고 있다. 워런 버핏의 일본 주식 매입이 일본 경제의 변화에 불을 지폈다.

버핏은 세계 최강 반도체 기업인 TSMC를 팔고 그동안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일본의 5대 상사 주식을 매입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본 경제의 변화를 보다 세심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일본 경제의 변화가 지속적인지 아니면 일시적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이 변화는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긍정적 신호의 누적


우선 일본에 대한 인식 변화이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가 요구되는 가운데 미국 혼자서 중국을 상대하기보다 우방과의 동맹을 통한 이중봉쇄가 더 유효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본의 외교안보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미국은 일본에 동아시아 안보에서 한 축을 담당하기를 권했다. 미군 주둔지 확대,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군비 증강에 대한 방어력 강화에 일본이 더 부담할 것을 기대했다.

일본은 이에 적극 호응했다. 군비를 현재보다 2배로 늘리기로 했고, 미군의 주둔지도 확대해주기로 약속했다.

더 나아가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와 필수 소재 판매를 금지했다.

이에 미국은 일본에 화답했다. 그동안 일본에 제공하지 않았던 최첨단 반도체 기술 제공을 허용했다. IBM이 개발한 2나노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일본은 라피더스라는 새로운 반도체 기업을 만들고 IBM은 물론 유럽의 IMEC와도 공동 연구하기로 했다.

TSMC는 물론 마이크론, 삼성전자까지 일본에 반도체 투자를 하기로 했다.

◇버핏이 불러온 나비효과


버핏이 일본의 상사에 투자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인 투자가들이 버핏 따라하기에 나섰다. 일본의 주가는 예전에 볼 수 없는 투자 자금의 유입에 아시아 시장에서 빠른 성장을 보였다.

대만에서 전쟁이 날 경우 가장 수혜를 누릴 기업이 일본의 상사이고 다른 일본 기업들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들이 투자자들의 투자 확대로 이어졌다.

일본의 상사들은 매출이나 이익에서 상대적으로 건강했고, 이들이 막대한 보유 현금으로 배터리에 필수인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고 배당을 받는 것도 알려졌다.

버핏이 주주들과의 대화에서 밝힌 일본 투자의 배경은 긍정적 효과에 더 큰 동력을 제공했다.

일본 기업이 매우 효율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사실, 현금 보유가 많다는 사실과 경기 침체와 기타 경제적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 일본 기업들이 매우 저평가되어 있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에 지난해부터 배당을 늘릴 것을 권고했던 것을 대부분의 일본 기업들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자사주 매입에다 배당의 확대는 투자를 유인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2022년 이후에 글로벌 자금이 일본 시장에 대거 유입되었다.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1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해외 투자자는 일본 주식에 450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2013년 이후 가장 많은 유입이다.

◇임금 인상과 글로벌 여행 수요의 증가도 한 몫


일본 후생노동성의 2022년 임금구조 기본통계조사에 따르면, 일반 근로자 평균 임금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월 31만1800엔(약 309만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반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6년 이후 가장 높아졌다.

인플레이션과 세금 및 세금 외 공공부담으로 일본 근로자들의 일상적 생활 수준이 하향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정부와 기업이 수용, 임금 인상에 전폭적으로 협조했다.

임금의 인상은 가처분 소득의 증가로 이어졌다. 가처분 소득은 임금과 정부 사회보장 급여를 합산한 금액에서 세금과 사회보장료를 제외한 금액이다.

2022년 일본의 가처분 소득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251만5900엔(약 2471만 원)이다. 가처분 소득의 증가는 임금 증가와 정부의 사회보장 급여 확대에 기인한다.

소득의 증대는 여행과 관광 활성화로 이어졌다. 국내 여행 수요도 늘었지만 엔저로 해외로부터의 관광객 유입이 급증했다. 이는 관련 산업의 활성화로 나타났다.

2022년 일본은 1066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다. 이는 전년 대비 34.1% 증가한 수치다. 2022년 일본의 관광 수입은 1559억 달러로 전년 대비 41.1% 증가했다.

관광 증가는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되었다. 2022년 관광 수입은 GDP의 0.9%를 차지했다. 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일시적인 변화인가, 근본적 변화인가?


에너지 비용 증가와 엔화 약세로 인해 수입이 수출보다 훨씬 더 많이 증가함에 따라 3월에 마감된 2022 회계연도에 일본의 무역 적자는 약 4배인 21조7300억 엔(현 환율 기준 1600억 달러)을 기록했다.

수입은 전년 대비 32.2% 증가한 120조9500억 엔, 수출은 15.5% 증가한 99조2300억 엔을 기록했다. 일본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두 수치 모두 1979 회계연도에 비교 가능한 데이터가 제공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일본 경제는 지난해 하반기 전면 재개 이후 반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실질 GDP는 2022년 3분기에 축소되었고 1분기에는 연간 기준으로 0.1%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2023년에 실질 GDP 성장에 긍정적 모멘텀을 얻고 있다. 소비 지출 반등과 여행 수요 증가로 서비스 부문이 탄력을 받고 있다.

시장의 변화가 긍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회복할 수 있는 근본적 변화로 연결될지는 미지수이다.

다만, 미국이 지향하는 재세계화와 이중봉쇄라는 대전략에 일본이 가장 앞서 달려나가면서 미국으로부터 긍정적 도움을 받는 것은 사실이고 일본의 자유 진영 내에서 영향력도 개선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