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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권위주의 vs 민주주의…튀르키예 결선투표 향방 전 세계가 더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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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권위주의 vs 민주주의…튀르키예 결선투표 향방 전 세계가 더 '촉각'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 예측에 힘 실려

튀르키예는 오는 5월 28일 대선 결선투표를 치른다. 튀르키예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튀르키예는 오는 5월 28일 대선 결선투표를 치른다. 튀르키예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5월 28일 튀르키예에서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이 나라는 중동과 유럽연합(EU), 러시아와 접점을 가진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후보들의 정책 차이가 크기 때문에 주변 국가들은 튀르키예의 최종 당선자가 누가 될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튀르키예 국민들이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거리다. 종교와 민족주의 정서가 강한 이 나라에서 많은 국민들은 아직도 민족주의를 민주주의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나라의 역사는 옛날 강대국이었던 영광스러운 시절을 회상하게 하며, 그것을 잃어버린 것이 독재나 권위주의를 비판하면서도 튀르키예를 강하게 해준 것으로 인식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과 애착을 유발하고 있다.

◇세계가 튀르키예 대선을 지켜보는 이유


튀르키예 유권자들의 선택은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킬 것 같다. 세계의 미래는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매우 다르게 진행될 수 있다. 이에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5월 14일 1차 선거 결과 야당 후보가 판세를 뒤집기 어려워 보이는 결과가 나타났다.

에르도안은 20년 동안 집권했다. 그는 점점 권위주의적인 통치로 나아갔다. 일부 동맹국과의 마찰도 불사했다. 경제도 심각한 위기 상태이다.

야당 도전자인 케말 킬릭다로글루는 민주주의 회복과 인권 개선을 말한다. 그러나 일부 튀르키예인들은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과 안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튀르키예는 귀중한 중재 외교로 입지를 굳혔다. 전쟁 국가들 사이의 초기에 대화를 연결하고,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수출이 계속 흐르도록 하는 중요한 곡물 거래의 돌파구도 마련했다.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현직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현직 대통령. 사진=로이터

에르도안 대통령은 바이든부터 푸틴, 시진핑, 수낵 영국 총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 장기 집권과 노련한 정치력이 강점이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나토 확장에 반대했다. 핀란드 회원 자격을 늦추고 스웨덴 회원 자격을 계속 차단했다. 1984년부터 튀르키예에 대해 무장투쟁을 벌여온 쿠르드 반군단체인 PKK 단원 수십 명을 인도하기 전까지는 스웨덴 회원 자격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일부 EU 회원국들은 튀르키예 대통령 교체가 나토와의 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튀르키예는 나토의 동맹국이지만 진정으로 충성과 헌신을 하는지에 의문을 낳고 있다.

1999년에 공식적으로 EU 회원국 후보로 인정받았지만, 2016년에 브뤼셀이 인권과 민주적 자유에 대해 비판하면서 그 과정이 중단되었다.

일부 EU 회원국들은 에르도안의 승리는 정치범들이 감옥에 남게 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고 말한다. 관계 개선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일부 사람들에게 튀르키예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차기 지도자가 취하는 방향은 향후 수십 년 동안 지역의 안정과 성공을 좌우할 수 있다.

◇튀르키예 ‘킹메이커의 결정적 선택’


튀르키예의 3위 대통령 선거 후보인 시난 오간은 결선투표를 앞두고 선두 주자 에르도안 지지를 선언했다.

대선 1차 투표에서 5.17%의 득표율을 얻은 오간은 현직 에르도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은 1라운드에서 49.52%의 득표율을 얻었다.

오간은 1차 투표에서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들에게 에르도안을 지지하라고 말했다. 강성 우파인 그는 지지층이 에르도안과 더 겹친다. 그가 속한 정당에는 과거 에르도안과 함께 정치활동을 한 사람들이 많다.

산술적으로 3위 득표율 중 아주 일부만 1위 후보에게 가도 승패는 결정된다.

◇흔들리는 야당


튀르키예 대선 1차 결과는 20년 집권자 에르도안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야당에 큰 타격을 주었다.

그들은 현재 경제 혼란에도 불구하고 수천만 명이 여전히 에르도안을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지도자로 보이도록 허용했다.

부드럽고 책을 좋아하는 74세의 케말 킬릭다로글루는 개혁, 권위주의 청산, 나토 및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약속하면서 변화의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튀르키예의 ‘간디’로 불린다. 도저히 규합하지 못할 것으로 보였던 정파를 독재 저지라는 명분 하나로 묶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앞섰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뒤졌고, 어느 후보도 득표율이 50%를 넘지 못해 5월 28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에르도안이 과거에 행했던 각종 비리가 내부자들로부터 폭로되었지만 이를 승리로 이끄는 데 실패했다.

약 50% 인플레이션과 외화보유액 감소에도 에르도안은 꾸준한 금리인하 정책으로 심판론을 피해갔다.

에르도안과 결선투표를 치르는 야당 지도자 케말 킬릭다로글루.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에르도안과 결선투표를 치르는 야당 지도자 케말 킬릭다로글루. 사진=로이터

케말 킬릭다로글루는 정면으로 맞붙어 민주주의 가치와 시장경제의 회복을 말했다.

에르도안이 대통령 권력을 집중하고 강력한 탄압과 많은 독립 언론 매체의 강제 폐쇄를 주도해 국가를 권위주의로 끌어갔다고 비난했다.

불만 여론이 높고 거센 비판도 있었지만 6개 야당의 동맹은 부족했다. 사람들은 야당 후보의 결점, 에르도안 정부의 강한 선거 통제, 에르도안의 높은 인기 때문에 승기를 잡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케말 킬릭다로글루는 유권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무슬림의 거부감을 전환하는 것에 한계를 보였다. 튀르키예 인구의 약 80%가 수니파 무슬림이고, 약 15%가 시아파 무슬림이다. 에르도안은 수니파로 이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킬릭다로글루의 44.9%의 득표율은 야당 후보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이다. 야당은 분명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아직 야당 공조가 실패했다고 말하는 것은 섣부르다.

에르도안의 선전 이후 튀르키예 경제가 요동을 쳤다. 시장의 불안정성이 더 부각되었다. 에르도안이 결선에서 당선되면 당분간 이 나라 경제는 상당한 동요가 불가피해 보인다.

경제학자들은 에르도안 행정부가 경제에 안정을 주기 위해 사용해온 금리정책은 지속 불가능하며 선거가 끝나면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권자들은 지금 자국의 경제 상황을 크게 걱정한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다수의 유권자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관심사다.

한편, 킬릭다로글루는 선거팀 가운데 일부 직원을 해고하고 조직을 개편해 쇄신을 단행하면서 선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야당에 남은 선택


실망스러운 1차 투표를 한 후, 야당 후보인 케말 킬릭다로글루는 5월 28일 치러질 결선 투표에서 라이벌에게 승리하려고 지지층 결집 및 중도층과 부동층을 규합하기 위해 더 강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전략은 민족주의 강조이다. 이쪽에서 표를 적게 얻었다고 본 것이다. 항상 시리아 난민의 귀환이 포함되었지만, 이제 민족주의자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2년 안에 자발적으로 시리아인을 본국으로 송환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시리아에 주택, 학교, 병원 및 기타 편의시설을 짓기 위해 유럽연합 자금을 모색하고 튀르키예 기업가들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공장과 기업을 열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난민을 집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부드러운 이미지를 버리고 강력한 지도자로 부각하고 있다. 애초 부드러운 할아버지 이미지가 나약해 보이게 했다고 반성한다.

이미지 보강을 위해 에르도안의 잠재적 라이벌인 이스탄불의 에크렘 이마모글루 시장을 파트너로 영입했다. 이 도시의 표를 얻기 위함이다.

1차 투표 후 수천 건의 투표 불일치와 부정 투표를 주장했다. 투표소에서 기록된 것과 선관위 시스템에 입력된 투표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결선투표를 앞두고 더 많은 인력을 동원해 정부가 장악한 선관위 등 선거 관련 사무의 투명성에 대해 감시 활동을 강화할 것이다.

끝으로 지지자들에게 “절망하지 말 것”과 “결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킬릭다로글루는 민족주의자, 무슬림주의자, 세속주의자, 자유주의자를 포괄하는 동맹을 다시 결집하고 있다.

그러나 평론가들은 그가 여전히 지지자들에게 나약해 보이며 명확한 결선 전략이 판세를 뒤집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에르도안인가?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세속주의 공화인민당(CHP)을 이끄는 부드러운 말투의 기술 관료인 케말 킬릭다로글루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에르도안은 킬릭다로글루의 44.9%에 비해 49.5%의 득표율을 얻었다. 다만 에르도안의 이슬람정의개발당(AKP)과 인민동맹연합은 튀르키예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그의 지배력은 떨어졌지만, 여전히 에르도안은 가장 인기 있는 지도자이다. 그는 경제 침체, 난민 위기, 부패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기술로 민족주의 정서를 부추기고, 정체성 정치와 안보를 유리하게 활용하고 있다.

그는 유권자에게 구애하기 위해 공권력을 사용할 수 있는 현직 이점을 활용해 막바지 선거 운동을 전개 중이다. 튀르키예의 선거 제도는 민주적이지만 확실히 공정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1차 투표를 앞두고 킬릭다로글루가 무려 5%포인트 앞선 여론조사에도 불구하고 에르도안에게 뒤지고 에르도안이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에르도안은 1차에서 50%에 0.5점 모자랐지만 결선을 앞두고 대통령직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산수는 간단하다. 1차 득표수와 3위의 에르도안 지지는 결국 누가 당선될 것인지를 말해준다. 될 사람에게 투표한다는 사표(死票) 방지 심리도 작용할 수가 있다. 야당 지지층은 투표하러 나가지 않을 수도 있다.

◇대선 이후 전망


아직 섣부른 전망은 위험하다. 마지막까지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간단한 산수대로 에르도안이 승리할 경우 튀르키예 권위주의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에르도안 자신을 술탄으로 만들면서 조금씩 일인 통치가 법치를 대체할 수도 있다.

에르도안의 비합리적 금리정책을 비롯한 경제 정책은 국가를 회복하기 힘든 경제 위기로 몰아갈 수 있으며, 위기 타개책으로 전통적인 서방 동맹국들과 거리를 두고 권위주의 동맹의 한 축으로 역할을 하려고 할 수도 있다.

에르도안은 계속해서 러시아와의 무역을 확대하고 우크라이나도 지원하며 서방의 제재를 피할 것이다. 그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비준할 것이지만 미국이 F-16 전투기를 판매하는 데 동의할 경우에만 허락할 것이다.

튀르키예는 미국, 나토와 EU 모두에게 어려운 숙제를 제기할 것이고 갈등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

튀르키예 안팎의 전문가들은 5월 28일에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튀르키예가 과거를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