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한국, 세계 방산시장 '다크 호스'로…나토의 3번째 무기공급 국가

공유
0

[초점] 한국, 세계 방산시장 '다크 호스'로…나토의 3번째 무기공급 국가

K-9 자주포·K2 흑표 전차·FA-50 전투기 등 무기 시장서 돌풍

한국 무기 수출의 효자인 K-9 자주포.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무기 수출의 효자인 K-9 자주포.
한국은 무기 수출 10대 국가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그 가운데 지난 5년 동안 한국만큼 무기 수출 증가를 보인 나라는 없다.

한국은 지난해 폴란드 단일 국가에 137억 달러(약 18조 1900억 원) 규모의 무기 거래를 성사시켰다. 로이터 통신은 “이를 통해 군수산업 대국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서방 국가들이 앞 다퉈 우크라이나를 무장시키고 북한과 남중국해 등에서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국의 무기 판매액은 2022년 전년 72억 5000만 달러에서 170억 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나토 핵심 회원국인 폴란드와의 무기 거래에는 천무 로켓포 수백 발과 K2 전차, K9 자주포, FA-50 전투기 등이 포함됐다. 거래의 내용과 무기의 수는 세계의 주요 무기 수출국가 사이에서도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한국과 폴란드 관리들은 한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더 빨리 고품질의 무기를 제공하고 폴란드는 유럽으로의 판매 파이프라인을 제공함으로써 유럽 무기 시장을 정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한·폴란드 협정에 직접 참여한 13명의 회사 임원들과 정부 관리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이 협정으로 인해 한국이 세계 최대 무기 공급 국가 중 하나가 되려는 야망을 달성하기 위한 국제적인 민관 협력과 컨소시엄을 활용하는 청사진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폴란드 거래에 관여한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오계완 이사는 "체코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은 유럽에서만 무기를 구매할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한국 기업에서 저렴하게 더 빨리 납품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신속한 배송


한화 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55%의 세계 총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NH 리서치 앤 시큐리티스의 조사에 따르면 폴란드와의 계약으로 68%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 국영 무기 그룹(PGZ)의 수출 프로젝트 사무국장인 루카시 코모렉은 이번 거래로 무기를 만들고 전투기를 생산하며 궁극적으로 다른 유럽 국가들에 공급할 프레임워크를 제공할 한국과 폴란드 회사들의 컨소시엄이 설립되었다고 말했다.

장차 폴란드에서 한국군의 무기를 제조하는 것까지 포함될 것이다. 실제로 2026년부터 폴란드 공장에서 탱크 500대와 자주포 300대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물론 난관이 없는 건 아니다. 방위 및 항공 우주 분석가인 새시 투사는 한국과 폴란드가 잘 구축된 방위 산업을 가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장애물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흐름이 바뀌면 포, 탱크와 같은 무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해안에 있는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공장에는 6대의 거대한 자동화 로봇과 150명 이상의 생산 노동자들이 폴란드로 향하는 무게 47톤의 K9 자주포를 생산하고 있다.

자주포는 NATO 표준 155mm 탄약을 사용하고, 컴퓨터로 조정되는 사격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 지휘 및 통제 네트워크에 쉽게 통합되도록 설계되었다. 호주와 인도와 같은 주요 강대국들이 K9을 운영하고 있다.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회사는 약 50명의 직원과 더 많은 생산 라인을 추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하루 평균 8시간을 일하지만 필요하다면 24시간 내내 가동될 수 있다.

폴란드 관리들은 누구보다도 빨리 무기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것이 한국 무기를 사게 된 핵심 고려 사항이었다고 말했다. K2 10대와 K9 24대의 첫 선적분은 계약이 체결된 지 불과 몇 달 만인 12월 폴란드에 도착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또 다른 주요 무기 제조업체인 독일은 헝가리가 2018년에 주문한 44개의 새로운 레오파드 탱크 중 단 한 대도 아직 배달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무기 산업의 임원들은 신속 배달 능력이야 말로 미래의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영업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 무기의 또 다른 히트작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KF-21.
한국 무기의 또 다른 히트작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KF-21.

향후 10년 목표


익명을 요구한 한 유럽 방위산업 임원은 "그들은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상황을 정리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조우래 부사장은 "북한과의 지속적인 긴장으로 인해 남한의 군사 생산 라인은 늘 가동되고 있고, 새로운 무기가 개발되고, 시험되고,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하지만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톡톡히 수혜를 입었다. 러시아가 ‘특별 작전’이라고 부르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폴란드의 경계심을 높였기 때문이다,

2022년 5월 폴란드 국방장관이 방한해 한국 무기를 참관하고 그해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와 별도로 윤석열 대통령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만난 뒤 거대 협상의 무대가 마련됐다.

한국 무기의 또 한 가지 강점은 미국 및 NATO 시스템과 호환되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나토와 회원국에 대한 무기 구매의 4.9%를 차지하는 세 번째 큰 무기 공급국가다.

65%를 차지하는 미국과는 한참 격차가 있지만 8.6%의 프랑스에는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은 최초의 국산 우주 로켓을 발사했고, 지난 25일엔 나루호를 성공적으로 지구 궤도에 안착시켰다. 국내에서 설계된 KF-21 전투기가 2026년엔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유럽 방위 회사의 한 임원은 로이터 통신에 "대부분의 국가들이라면 10년에 할 일을 한국은 일 년 만에 해결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한국을 과소평가해 왔다"고 밝혔다.

한국은 인도네시아와 함께 KF-21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폴란드 지도자들은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표명했다. 말레이시아는 올해 FA-50을 10억 달러 가까이 사들였고, 한국은 호주의 차기 보병 전투차 공급을 위한 12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따내기 위해 독일과 경쟁 중이다.

서울의 한 외교관은 로이터 통신에 “우리는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미국은 아니다”고 말했다. SIPRI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무기 수출액의 2.4%를 차지했다.

40%에 이르는 미국과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은 이전 5년(1.3%)보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서 창피를 당한 러시아(16%)나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멀지 않았다. 우리 스스로를 과소평가할 이유는 없다.


이수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